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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인권후퇴'에 국제사회 '글로벌 회초리'
UN·앰네스티 잇단 'MB식 인권' 일침이 의미하는 것은?…정부 모르쇠 계속
 
이석주   기사입력  2009/11/24 [17:01]
라디오 방송을 통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아닌 유감 표명'. 검찰의 핵심 수사기록을 쏙 빼놓은 사법부의 '철거민 범죄자 낙인찍기'. 재개발 사업의 폐해를 외면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 세종시 문제에만 혈안 된 정운찬 총리의 '악어 눈물'
 
한국 인권상황의 잣대로 까지 간주되는 용산참사가 지난 1월 참사 발생 이후 10개월이 지났으나, 이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준 행태는 이러한 상황을 빼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철저한 '모르쇠'로 점철돼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 질 것'으로 보는 정부가, 그토록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하는 이 대통령이 결국 국제사회로 부터 '글로벌 회초리'를 맞았다. 야당 논평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사회의 병이 MB정권의 병균 때문"이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 UN 권리위원회, 한국정부 인권 '낙제점'…"깊은 우려"
 
지난 10일부터 이틀 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의 총체적 인권상황을 점검한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권리위원회)는 23일 심의 결과를 토대로 한 보고서를 발표, 용산참사를 비롯한 한국의 인권정책에 대해 사실상의 '최하점'을 매겼다.
 
▲ '유엔 권리위원회'는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정부의 '사회권 규약'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당시에도 권리위원회 11명의 위원들 중 8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 따른 기능 약화와 인권 후퇴 상황을 우려했으며, 일부 위원들은 정부 입장만을 되풀이하는 한국 대표단을 향해 질책 섞인 충고와 비판을 동시에 가하기도 했다.
 
이날 유엔 권리위원회의는 최종 보고서를 통해서도 한국의 인권상황을 강도높게 비판했으며, 특히 정부의 '수수방관' 자세로 사태 해결이 요원한 용산참사에 대해선 상당한 정도의 깊은 우려와 재발 방지책, 보상 절차 마련 등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강제 이주 및 철거대상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협의 및 법적 보상 절차가 부족하고, 충분한 이주대책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며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도심 재개발 사업 실행에 앞서 충분한 협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강제철거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용산사건과 같이 폭력에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발계획이나 도심재개발 사업이 사전통보 없이 이뤄져서는 안되며, 철거대상자들을 위한 임시 거주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인권상황의 전반적 심의를 마친 위원회의 보고서가 '용산 참사'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이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인권 진정성'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의 '모르쇠'적 태도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1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인권의 현 주소를 말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며, 다른 분야를 본다해도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단지 허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 및 조직 축소 논란과 관련해 권한 강화와 인력 및 재정 지원을 권고했으며, 최근 통합공무원노조 논란과 관련해 일부 공무원에 대해서만 노조 설립이 허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밖에도 위원회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임금 미지급 등의 문제점을 질타했으며, 한예종 사태와 관련해선 대학들의 완전한 학사운영권과 권리 보장 등을 촉구했다. 국제사회가 한 국가의 대학 내 논란을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 국제앰네스티 방한 통해 드러난 MB인권의 현 주소…"개발도상국"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인권 후퇴를 지적하는 국제사회의 질책은 지난 22일 한국을 방문한 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의 '사흘 간 행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이 첫 방한인 아이린 칸 사무총장은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문을 방문했으며, 24일에도 라디오 방송 출연과 공식 기자회견을 잇따라 갖고 용산참사 등 한국의 대표적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22일 유족들과 만나 "(한국)정부가 국제기준에 맞지 않게 법집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앰네스티에서 조사관을 파견하는 등 용산참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온 만큼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유족과의 대화를 외면한 채 재개발 보상 등의 문제를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과 경찰 과잉진압에 면죄부를 준 사법부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용산 방문은 한국 인권이 국제사회의 조롱을 받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이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가 칸 사무총장의 공식적인 면담 요구 서한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인권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어느정도로 낮은가를 여실히 일깨워 주고 있다는 비판이 인권단체와 야권 등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칸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한국의 용산참사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경험하는 현상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부 측에서 선의적 연민과 진심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 (자료사진)     © CBS노컷뉴스

또 '철거민들의 불법농성 때문'이라는 정부 입장과 관련, "중요한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라 어떻게 이번 사태를 수습하느냐는 점"이라며 "정부는 그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이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주거를 제공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칸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에도 지난 3일간의 방한 일정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갖고 "(용산참상의)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유가족과 대화를 하고 해결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촛불집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등을 거론한 뒤 "현 정부 들어 너무 많은 (인권) 압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민주국가로서 국내 인권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치권 "MB정부에게 삽 한 자루만도 못한 것이 인권"
 
한편 최근 잇따른 국제사회의 비판적 목소리와 맞물려, 정치권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인권'을 강도높게 질책하고 나섰다.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와 국민으로서 부끄러운 실상이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24일 "그 동안 국제사회는 수없이 MB정부가 비판에 족쇄를 채우는 매우 강한 폭력적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비판해 왔다"며 "삽질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외쳐대는 MB정부에게 삽 한 자루만도 못한 것이 인권"이라고 맹성토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을 입에 달고 다니더니, 비판의 회초리도 '글로벌'하게 얻어 맞고 있다"며 "결국 권리위원회의 보고서 채택으로 한국사회의 병은 이명박 정권의 병균 때문이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 역시 이날 개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핵심증거인 수사기록 3000페이지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판결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떠한 보상도, 대책도 유가족을 위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용산참사 문제해결의 두 가지 방향으로 △진실규명과 보상대책 수립 등 '현안문제에 대한 해결'과,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과 독점적 재개발 중단 등의 '미래문제에 대한 대책' 을 제시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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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24 [17: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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