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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트라우마에 눌린 유족들 "끝나지 않는 악몽"
용산 참사 1년…희생자 유족들 정신적 충격 극심, 심리 치료 절실
 
조은정   기사입력  2010/01/20 [09:41]

"까맣게 그을린 애들 아빠가 고통스럽게 이를 악물고 있는 모습이 자꾸 꿈에 나타나요"
 
용산 참사로 숨진 고 윤용현씨의 아내 유영숙(48)씨는 최근에도 자주 악몽을 꾼다.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던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꿈 속에 비치면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용산 철거민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바로 그날의 트라우마(Trauma·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때문이다.
 
눈을 뜨고 있건, 감고 있건 간에 그날의 기억이 시도때도 없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시신을 직접 확인했던 아이들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는 그날이 있고 나서 4개월 뒤에 망막 수술을 받았어요. 병원에서는 충격과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후유증이라고 하더라구요"
 
용산 참사의 여파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남은 자들의 기억속에 박혔다.
 
잠재 의식 속에 한번 자리잡은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죽은 이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억울함을 호소하며 보낸 세월 동안 가족들의 상처는 덧날 뿐이었다.
 
이처럼 한때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이던 용산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장기간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 철거민들의 정신적인 고통 계속, 심리 치료와 배상 이뤄져야
 
용산의 '트라우마'는 도심 곳곳에서 반복, 생산되고 있다. 강제 철거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은 심하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강제 철거에 항의하던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이웃의 자살을 목격한 남은 세입자들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아파트 세입자 박모(58·여)씨는 "언제 다시 철거를 할지 몰라 매일매일 불안에 떨고 밤에 헛것을 보기도 한다"면서 "특히 이웃 아저씨가 죽은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탈모가 생겼다"고 증언했다.
 
가족이나 이웃의 죽음을 목격한 세입자들. 이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칫 만성 우울증이나 신체적인 질병으로 피해가 확산돼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트라우마는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용산 참사의 경우처럼 상황이 한번에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에 트라우마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참사의 유족들이나 관계자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조기에 정신적 상담을 받고 치료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이후 그에 걸맞는 보상절차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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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20 [09:4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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