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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이 먼저 달린 춘천마라톤대회
조선일보마라톤 1주일 전 열린 안티조선 마라톤대회 참가기
 
여인철   기사입력  2003/10/22 [17:44]

2003년 10월 12일, 역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가 매년 주최하는 마라톤의 도시 춘천에서 제1회 ‘안티조선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조선일보 마라톤이 있기 1주일 전이다.  그 전날 밤에 도착하여 춘천의 진면목을 감상할 기회를 놓친 나는 아침 마라톤 출발지점인 의암 빙상장으로 가는 길에서 춘천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다. 
▲안티조선 춘천마라톤대회     ©조아세

춘천은 눈부신 자연의 도시였다.  빨레뜨에 짜놓은 다갈색 물감이 아직 채 퍼지지 않고 듬성듬성 꼭대기 언저리에 자리 잡은 산. 그 짙푸른 산맥의 가지가 채도를 달리하며 켜켜이 육중한 자태로 앉아 후원하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이 끊임없이 찌꺼기를 정화하며 생명수를 공급하는 도시, 춘천. 
얼마전 소설가 공선옥이 전남 곡성에서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이제 그의 눈썰미를 알아보겠다.  그런데...그런데 그렇듯 아름다운 도시에 조선일보 마라톤이라니...

의암 빙상장 가는 길 곳곳에 조선일보 마라톤 대회로 인한 교통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현수막은 조선일보의 교묘한 상술과 무지한 시정(市政)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흉물에 다름 아니었다. 

전날 밤에는 춘천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조명을 받으며 서있던 엄청나게 큰 현수막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더니 12일 아침엔 그런 작은 흉물들이 이 아름다운 가을에 춘천이라는 이름을 갉아먹고 있었다.  순간 다음 지자체 선거 때 춘천시장으로 출마나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의암 빙상장 앞 광장에는 여러 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 “공직사회 개혁하라”, “전쟁반대 파병반대”,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하라” 등 저마다의 깃발과 현수막 그리고 피켓을 앞세우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영화배우 명계남은 제목을 “노대통령 ‘재신임 묻겠다’”라고 대문짝만하게 붙인 조선일보를 들고 다니며, “조선일보를 구독합시다”, “조선일보 보고 편하게 삽시다”라고 외치고 다녔다.  그의 너스레는 대회참가자들이 준비하는 내내 계속되었다.  목소리를 높여“안티조선 마라톤 한다고 괜히 힘빼지 말고 집에나 가지, 뭘 뛰고 xx이야”할 때는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있었다.

▲안티조선 춘천마라톤대회에 참여한 영화배우 명계남씨     ©조아세


10시 30분 경에 하프를 선두로 대회는 시작되었다.  나는 5킬로를 신청하였다. 올 여름 왼쪽 발목을 다쳐 깁스붕대를 하고 다녔는데 붕대를 푼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재활치료를 소홀히 해 상태가 좋지 않았다.  5킬로미터도 나에게는 무리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춘천까지 온 터였다.

▲"완주후 소설가 공선옥과 함께한 여인철 개혁당 대전 서구을 위원장"     ©조아세
출발점에서부터 완만한 언덕이 이어졌다.  왼쪽 발목에 통증이 왔다.  중간에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보폭을 줄이고 오른쪽 다리에 힘을 실었다.  아프더라도 뛰어야 한다...
이미 식상한 메뉴가 되어버렸지만 조선일보가 과거의 엄청난 과오에 대해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한, 지금처럼 진실을 얼버무리며 스스로 민족지라고 우기는 한 우리는 그 메뉴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일제시대 때는 일제에 빌붙어 제 나라 제 민족의 자존을 짓밟는데 앞장선 신문, 독재시절에는 권력과 야합하여 민주화에 역행하며 그 대가로 사세를 신장시켜온 신문, 독재가 막을 내린 후에도 교묘한 왜곡과 조작을 끊임없이 계속해대는 신문, 사대주의를 신봉하며 반민족적, 반통일적 논조를 신주단지처럼 지키는 신문, 이 시대의 화려한 독버섯 같은 신문.

조선일보가 우리 민중을 우습게 알고 눈을 가리려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선일보의 죄상과 해악상,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아버렸다.  그리고 아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의 문제일지언정 끝이 뻔히 보이는 일 아닌가? 
▲안티조선 춘천마라톤대회     ©조아세


안티조선과 조선일보와의 다툼은 상식과 몰상식, 정도(正道)와 비뚤어짐 그리고 역사성과 반역사성의 다툼이다.  긴 역사의 한 지점을 불의가 지배하고, 시대적 상황에 따라 반역사성이 숭배받고 지지받는 일이 벌어질 수는 있다.  대중의 의식이 마비되고 지식인이 몰상식과 반역사성에 부역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한다.  더디지만 역사가 발전을 하듯,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흐른 뒤에 정의는 꼭 진주하게 마련이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안티조선과 조선일보의 다툼이 꼭 그렇다. 

조선일보와의 다툼은 안티조선 진영의 끈기와 결속을 요구한다.  조선일보의 수십년 역사 속에 그 교활함의 토대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엄청난 공을 조선일보의 역사와 맞먹는 시간만큼 들여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안티조선 진영은 아직 소수다.  그래서 각자가 안티조선을 마음속에 품고 있어도 갈라지면 안 된다. 지금의 안티조선 진영에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안티조선 춘천마라톤대회     ©조아세


5킬로미터가 그리 먼 길이 아니었던가?  이런 저런 생각에 아픈 다리는 잊혀졌고 그렇게 뛰다보니 어느새 출발점이 눈에 들어왔다.  명계남은 아직도 출발점 부근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쌍수들어 영접(?)하고 있었다.  5킬로 뛰고 하이 파이브에 열렬한 환영을 받으려니 영 쑥스러웠다. 

내가 들어온 후에도 10킬로, 하프 주자들이 계속 들어왔다.  다음 일정 때문에 오래 지체할 수 없었다.  행사가 종결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내년엔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춘천에는 이제 조선일보 마라톤 대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춘천이 조선일보로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을 막는 것은 안티조선 진영에게 남겨진 과제다. / 전 본지 주필

* 필자는 개혁국민정당 대전 서구을지구당, 과학기술위원장입니다.
* 사진 제공 : '조선일보없는아름다운세상(조아세,http://www.joase.org) 

아래는 제1회 안티조선 춘천마라톤대회 사진입니다.
▲안티조선 춘천마라톤대회     ©조아세

▲안티조선 춘천마라톤대회 모습     ©조아세

▲안티조선 춘천마라톤대회     ©조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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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22 [17: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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