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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의미 무색케하는 '정체불명'의 영어 간판들
[시론] 한글날 은행간판 살표보니..'한국인 위한 은행과 외국인 위한 은행'
 
김영조   기사입력  2009/10/09 [10:33]
▲ 영어를 커다랗게 써넣은 은행 간판들, 과연 누구를 위한 은행일까?     © 김영조

오늘은 세종대왕이 백성을 가엾이 여겨 훈민정음을 창제한 563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을 맞아 정부와 각 단체는 갖가지 행사를 벌인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한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나라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정부나 각 기관에 한글 사랑을 외쳐왔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이독경일 뿐이다.  

특히 서울시는 최근 낮에 어려운 노인들을 돌보는 시설의 이름을 “데이케어센터”라고 하는가 하면 “일어서自!” 등 한자를 억지로 집어넣은 구호를 쓰고 있어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이대로 등)으로부터 2009 우리말 헤살꾼으로 뽑혔다.  

▲ 서울시는 낮에 어르신을 돌보는 곳을 "데이케어센터"라고 이름 붙이고, 장기전세주택은 "SHIFT"라는 상표를 쓰며, 아직도 지하철은 비상전화에 영어로된 간판을 붙이고 있다.     © 김영조

▲ KT는 광화문에 "KT art Hall"이란 간판을 붙여 놓아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그런가 하면 KT는 광화문광장에 “art Hall”이란 간판을 달고 “alleh kt”란 구호를 외치더니 “QOOK&SHOW 강추(秋) Festival”이라는 말을 만들어 선전하여 으뜸 헤살꾼으로 뽑혔다. 또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는 '홈리스(homeless)', 어반 테라스(urban terrace), 트라이 아웃센터(tryout center) 등을 남발하여 국민의 걱정을 사고 있다. 

이때 우리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하는 은행들은 어떤지 살펴본다. 우리나라에는 있는 갖가지 은행들은 최근 흔히 말하는 세계화를 위해 몸부림쳐온 듯한 인상을 준다. 예를 들면 국민은행은 별꼬리 같은 “KB *b"를 전면에 내세우는가 하면, 농협은 그 친근한 이름보다는 무엇인지 외국인들도 알아듣지 못할 ”NH"로 바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한글을 커다랗게 써서 모범이 되는 은행 간판들     © 김영조

그 이후 간판을 보면 과연 이 은행이 외국인을 위한 은행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한글은 겨우 시늉만 하고 영어가 간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저렇게 간판을 만들면 과연 한국인 특히 영어를 모르는 노인이나 어린이는 은행에 오지 말라는 것이지 의심스럽다. 마케팅의 원칙은 주된 손님에게 편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오히려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우리의 은행은 어느 행성에서 온 외계인인가? 

다행히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수협은행, 새마을금고 등은 아직도 한글을 커다랗게 쓴 간판을 걸고 있다. 그 은행 경영자들이 정말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한글날을 맞아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이제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간판에 한글을 우대하는 은행을 찾아나서는 것은 어떨까? 

▲ 로고까지도 한글을 써서 만든 우리은행, 수협은행, 하나은행     © 김영조

▲ 영어를 좋아하는 은행들은 역시 간판뿐 아니라 로고도 영어로 만들었다.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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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09 [10: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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