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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위기에 마지막까지 피 토했던 대통령님…"
[현장-서울광장] 시민들 영결식 보며 오열…MB·전두환 나오자 '비난·야유'
 
이석주   기사입력  2009/08/23 [12:56]
▲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23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도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 CBS노컷뉴스
 
▲ 추모문화제는 민주당 주최로 3천 여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 대자보
 
"남편이 평생 추구해온 화해와 용서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원합니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입니다" (이희호 여사)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시대가 오지도 않았는데, 왜 지금 가십니까. 국민이 울고 있는데 왜 이리도 서둘러 가십니까" (민주당 정세균 대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은 영결식이 엄수된 2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도 이어졌다. 현장의 시민들은 눈물 속에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으며, 30도가 넘는 폭염에서도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주의 대통령'을 목놓아 외쳤다.
 
시민들 영결식 보며 오열…이명박-전두환 나오자 일부 '비난, 야유'
 
국회 앞 뜰에서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23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선 민주당 주최로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시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이여, 민주주의여'라고 적힌 노랑색 풍선을 일제히 들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추모문화제는 민주당 정봉주 의원과 김유정 전 대변인의 사회로 오후 1시 30분 부터 진행됐으며, 이에 앞서 현장의 시민들은 본 무대와 분향소 상단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국회에서의 영결식을 지켜보며 슬픔과 애통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시민들은 가족단위에서 부터 연인, 학생, 손자를 안고 나온 백발의 노인 까지 다양했으며, 늦여름 뙤약볕에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우리의 소원' 등 고인이 생전에 즐겨 부르던 노래를 합창하며 문화제의 추모 열기를 고조시켰다.
 
▲ 일부시민들은 고인의 생전 영상 등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대자보
 
▲     ©대자보

특히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헌화 장면이 스크린을 통해 나오자, 일부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을 가리키며 야유를 보냈다. 한 남학생은 전 전 대통령을 향해선 "살인마"라고 말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영결식이 종료된 뒤 3시 25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추모제에선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민중가수들이 나와 '아침이슬'과 '목포의 눈물' 등을 불렀으며,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과 노벨 평화상 수상 등 고인의 생전 모습이 영상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정봉주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은 대한민국 인권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고 말하는가 하면, 김유정 전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왜 그렇게 소중한지를 국민들에게 몸으로 보여줬다"고 애도했다.
 
지난 1993년 김 전 대통령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린 영화배우 오정해 씨는 상여소리로 고인의 넋을 애도하며 "너무 슬퍼서 노래를 부르려 하지 않았는데, 고인에 대한 슬픔을 대신할 수 있는 노래는 이 노래 밖에 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희호 여사 "남편은 권력의 회유와 압력에 한번도 굴한 적 없어"
 
정세균 대표는 직접 작성한 추도사를 통해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통령님과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며 "다시 일어날 것으로 믿었는데, 영영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원통함과 애통함이 밀려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국민이 울고 있는데 왜 이렇게 빨리 가시느냐. 김 전 대통령님은 평생동안 탄압과 박해를 받았지만 결코 불의에 굴복하지 않으셨다"며 "고인은 서민을 사랑하신 대한민국의 첫 번째 대통령이셨다"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나아가 "님이 씨앗을 뿌리고 국민이 거둔 지난 10년 간의 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져서 마지막 까지 피를 토해야 했던 대통령님, 얼마나 애통하셨느냐"고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 대자보

이후 현장의 추모 열기는 4시20분 경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광화문 네거리에 도착하고 25분 경 서울시청 광장에 이르자 정점에 달했다. 사회를 보던 김유정 전 대변인은 눈물을 흘렸으며, 뒤이어 이희호 여사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남편이 영원히 입원한 뒤 국장기간 동안 여러분들이 넘치는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여사는 이어 "제 남편은 일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받았다. 많은 오해도 있었지만 오로지 인권, 남북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권력의 회유와 압력도 있었지만 한번도 굴한 일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여사는 "남편이 평생 추구해온 화해와 용서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원한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다"라고 말했다.
 
이 여사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시민들은 "여사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외쳤으며, 잔디에 앉아 있던 모든 시민들이 일어나 이 여사를 향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고인의 운구차량이 서울시청 광장에 도착해 서울역 방향으로 빠져나간 단 5분 여의 시간 동안 시민들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으며, 이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흘러나오면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한 시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과 대형 영정 사진을 끝까지 바라봤다.

 
[1보 : 23일 오후 12시 56분] DJ의 마지막 길…"행동하는 양심 될게요"
영결식 역대 최대규모, 이희호 여사 서울광장 감사인사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실이 엄수되는 23일, 국회에서의 영결식 이후 운구행렬이 거치게 될 서울시청 광장에는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문화제를 앞두고 시민들이 속속 모여드는 등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는 민주주의와 남북관계를 강조한 고인의 생전 육성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선구자'와 '아침이슬', '만남' 등의 노래와 선율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고 있다.

영결식 2만 4천명 참여 '역대 최대규모'…권양숙 여사 '헌화'

이날 오후 2시 국회 앞마당에서 열릴 예정인 영결식에는 이희호 여사와 홍일, 홍걸 등 유족들, 이명박 대통령과 한승수 국무총리 등 3부 요인, 정·관계 주요 인사와 각계 대표, 시민 등 총 2만 4천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여에 걸쳐 엄수된다. 

▲ 故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國葬) 영결식을 앞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 영결식장에서 행사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막바지 행사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CBS노컷뉴스

영결식은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의 공동 사회로 진행되며 한승수 국무총리가 조사를, 박영숙 한국사회환경정책 이사장이 추도사를 낭독한다.

사회자의 개식 선언 이후 조악대의 연주에 맞춰 국기에 대한 경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이 이어지며, 고인의 약력보고, 조사 및 추도사 낭독, 종교의식, 생전 영상 상영, 헌화와 분향, 조총 발사 등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천주교 의식은 최장무 광주대교구장, 불교는 조계사 주지 세민스님, 기독교는 김삼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과 엄신영 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원불교는 김혜봉 대전충남 교구장이 각각 인도한다.

종교행사 뒤에는 고인의 생전 영상물이 약 5분 정도 상영되며, 상주와 직계 유족, 전직 대통령, 장의위원장, 3부 요인, 정당대표, 조문사절, 주한외교단 순서로 헌화와 분향이 이어진다.

여기에는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씨가 전직 대통령과 함께 헌화할 예정이며, 외국 조문 사절단으로는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과 탕자쉬안 전 중국 국무위원,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 등이 참석한다.

오후 3시 이후 영결식장을 떠난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서강대교를 거쳐 동교동 사저, 세종로사거리, 서울광장, 서울역광장을 향한 뒤 고인이 영면하게 될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어진다.

영결식 후 운구행렬은 대형 태극기를 선두로 대형 영정을 실은 차량, 선도 차량, 운구 차량, 유족 차량, 경호 차량, 예비 차량 등이 뒤를 따르게 된다.

서울시청 광장 경건한 분위기 속 추모 물결…이희호 여사 '감사의 말씀' 예정

한편 이날 정오 현재 서울시청 광장에는 노제 형식으로 진행될 민주당 주최 시민 추모문화를 앞두고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고인의 넋을 기리고 영면을 애도하기 위한 분위기가 사실상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공식분향소. 영결식이 엄수되는 23일 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대자보
 
▲ 시민들은 고인의 영면을 애도하는 글귀를 현장 곳곳에 적어놨다.     © 대자보

현장에는 진혼곡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시민들은 조문록에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귀를 적고 있다. 특히 고인의 육성이 분향소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여기에는 국민들에 대한 사랑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 등이 담겼다.

또 '당신은 대한민국 초대 민주주의 대통령이십니다', '6.15햇살 만발한 통일조국에서 영면하소서', '당신의 뜻을 받들어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라고 적힌 현수막 등이 서울시청 광장 곳곳에 내걸렸다.

이번 국장에서 공식적인 노제는 열리지 않지만, 민주당은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화는 시민들이 많을 것으로 판단, 영결식을 전후로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국민추모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정상 노제가 성사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공식 노제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위해 민주당이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날 낮 1시30분부터 서울광장에서 식전행사를 시작하고, 2시부터 3시까지는 영결식을 지켜 본 뒤 3시30분부터 별도의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서울광장에 도착하면 마지막 작별인사를 시민들과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희호 여사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지난 6일 간 국민들이 보여준 추모 물결에 감사의 뜻을 직접 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민주당사를 경유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서 감사의 표시를 할 것이다. 사저와 김대중도서관 등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했던 그 장소를 영정과 여사님이 함께 동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광장에서 민주당이 주최하는 조용하고, 검소하고, 엄숙한 행사에 여사님께서 잠깐 하차하셔서 준비된 연단에서 감사의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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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23 [12: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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