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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노대통령 '호남비하' 발언, 누가 왜?
무등일보 편집국장, 일부 정치인 호남민심 왜곡과 악용한다
 
윤익한   기사입력  2003/09/27 [13:15]

노 대통령이 지난 9월 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호남비하' 발언을 했다는 일부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당시 대화 현장에 있었던 언론사 편집국장이 호남민심을 악용하려는 의도에 의해 발언이 왜곡되고 있다는 반론을 제기해, 노대통령의 발언내용과 진위여부를 두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앞서 김경재 민주당 의원은 당초 발언이 나온 뒤 일주일이 지난 24일 정치뉴스 사이트 'e윈컴'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호남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찍었나요, 이회창이 보기 싫어 이회창 안 찍으려고 나를 찍은 거지'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일부 언론의 보도를 확인해 준 바 있다.

[참고기사] 청와대브리핑 제144호, '광주·전남 언론인 오찬' 참석자가 본 대통령 '호남 발언'의 진상 (2003.9.26)

▲청와대 브리핑     ©청와대홈페이지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대화 현장에 참석했던 무등일보 조영석 편집국장은 26일자 '청와대 브리핑'에  "노대통령의 발언이 일부 언론을 통해 왜곡돼 전달되면서 호남민심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뒤늦게 쟁점화가 된 데에 대해 특정목적이 엿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노대통령의 발언은 조국장의 질문에 대한 노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조국장은 "호남사람들이 내가 예뻐서라기보다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나를 지지했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발언에 대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국장이 자신의 질문과 노대통령의 대답을 복원해 설명한 부분이다.

조영석 국장> 대통령께 서운한 심정을 갖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호남의 민심이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도 호남에 대해 서운한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서운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민심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 (잠깐 생각한 뒤) 호남 사람들은 노무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었다(이때 참석자들의 웃음이 나왔다). 대선 경선 당시 한때 호남의 민심이 나와 정몽준 후보를 놓고 방황했지 않느냐. 결국 내가 이회창후보를 이겨 호남의 소원을 풀어줬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는데 어떻게 호남을 배신할 수가 있겠는가.

내가 호남을 홀대하고 배신한다는데 기회가 된다면 광주시내 한복판에서 시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호남출신이 아닌 정치인 가운데 나보다 더 호남을 이해하고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대보라고 배포 있게 말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있어 대통령을 바꿔달라면 바꿔주겠다.

▲발언의 내용이 잘못전해지면서 내가 이뻐서 찍었나, 昌 싫어서 찍었지라고 만평으로 반영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서민호 만평     ©뉴스툰
조국장은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해 "대통령의 발언이 좀더 신중하고 정제됐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발언의 핵심은 '노무현을 찍기 싫어도 하는 수 없이 대항마 차원에서 찍었다'가 아니라 '노무현보다 호남을 더 이해하는 사람은 없으니 믿어달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조국장은 이런 발언이 거두절미된 채 특정 부문만 강조돼 한참 뒤에야 쟁점이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왜곡되고 이에 따라 호남의 민심이 더욱 악화되면서 어떤 목적하에 호남의 민심이 악용될 소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조국장은 "지지도 비판도 모두 사실에 기초할 때 정당성을 갖는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 맹목적인 지지나 비판은 사이비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노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비판이나 지지는 사이비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대통령 '호남비하'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는 <盧대통령 "호남 표심, 昌싫어 나 찍었다">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호남! 단돈 10원도 더 안가"盧 대통령 발언 파문> <노대통령 "호남사람들 이회창 싫어 나 찍었다" 논란> 제목으로 비중있게 다뤘다. 
 
조영석 편집국장이 문제가 된 노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복원해 공개하면서 일단 논란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국장이 지적한대로 대통령의 발언이 일주일여 지난 시점에서 언론을 통해 왜곡돼 보도된 배경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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