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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한글이 가진 비밀을 들려줄까?
[책동네] 남경완 글, 정성화 그림으로 엮은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
 
김영조   기사입력  2008/11/09 [18:31]
▲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 표지     © 책읽는곰
“홀소리는 더 쉬워. 둥근 하늘을 뜻하는 ‘ㆍ’, 평평한 땅을 뜻하는 ‘ㅡ’, 똑바로 선 사람을 뜻하는 ‘ㅣ’, 세 가지 밑 글자를 모아서 만들었지. 옛사람들은 하늘, 땅, 사람이 우주를 이루는 바탕이라고 생각했거든. 이렇게 만든 닿소리와 홀소리를 블록 놀이하듯 짜 맞추면 많은 글자가 생겨나, 자그마치 11,172가지나 되지. 한글은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를 과학적인 틀에 따라 만들었고, 사람과 우주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치까지 담은 멋진 글자란다.”


위 글은 남경완이 쓰고, 정상화가 그림을 그려 ‘책읽는곰’에서 펴낸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 내용 가운데 나오는 것이다. 우리에겐 세계 최고의 글자 “한글”이 있다. 하지만, 그 위대한 글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니 당연히 아이들도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562돌 한글날을 맞아 펴낸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은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책은 먼저 세상에는 육천 가지가 넘는 말이 있지만, 이 세상에 있는 글자는 고작 이백 가지에 지나지 않음부터 얘기해 준다. 그리고 먼 옛날 우리 조상은 중국 글자인 한자를 빌려다 썼는데 우리말은 중국과 달라서 한자로 옮겨 적기가 어려웠고, 더구나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가 없었음을 말해준다.
 
▲ "글자를 몰라 법을 어겨 벌을 받는 백성" 그림     © 책읽는곰

▲ 훈민정음 서문     © 책읽는곰

그 때문에 백성이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는가도 낱낱이 예를 들었다. 그래서 육백 년 전 조선의 네 번째 임금, 세종임금이 백성을 위해 글자 곧 ‘훈민정음’을 만들었는데 이때 눈병을 얻는 등 고생이 많았음도 알려준다. 그리곤 닿소리와 홀소리의 창제과정을 설명하고, 한글은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바람 소리도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고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 한나절에도 깨칠 수 있음도 얘기한다.


책은 이런 글들과 함께 정성화의 아기자기한 그림이 빛을 발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지식과 함께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도움을 준다.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은 단순히 그림책 구실만은 하지는 않는다. 책 뒤에 “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 한글 이야기”를 덧붙였다. 앞에서 얘기하지 못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글자는 왜 생겼을까. 우리 조상은 어떤 글자를 썼을까?, 한글을 누가 만들었을까?, 한글을 만든 원리, 한글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한글의 오늘과 미래 등이다.
 
▲ 덧붙인 글 "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 한글 이야기"     © 책읽는곰
 
▲ 한글 닿소리를 만든 원리     © 책읽는곰

특히 여기선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과 같이 한글을 만든 것이 아니라 혼자서 공주와 왕자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만들었음을 분명히 밝혔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적어도 우리의 위대한 글자 한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두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한글이 가진 위대한 비밀에 대해 살짝 귀띔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옥에 티는 있었다. 한글의 가장 큰 특징은 세종의 백성 사랑이 빚은 글자인데 이에 대한 강조가 부족했고, 왜 ‘훈민정음’이 ‘한글’로 바뀌었는지, 글자 없는 소수 민족에게 글자를 만들어 주는 것은 가장 뛰어난 글자 한글을 우리만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이 같이 쓰는 더불어 사는 글자로 만들어가는 일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빛남을 옥에 티가 흐려놓지는 못했다. 이 책은 분명히 아이들을 향한 한글 이야기를 올바르게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놓은 작가, 화가 그리고 출판사가 빚은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정말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배달겨레가 되기를 바란다면 가을이 끝나기 전 이 책을 사주면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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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1/09 [18: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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