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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시대정신은 어디로 갔나?
노무현식 '코드'정치는 반개혁세력에 대한 패배주의
 
시민25   기사입력  2003/09/16 [09:01]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 맹위를 떨치는 두 가지 미묘한 기류가 있습니다.  친일부역배의 기회주의적이며 패배주의적인 행태와 맹목적인 근대화를 지향하는 사이비 진보주의의 기저에 있는 지식권위주의와 선민의식입니다.
 
"일부의 희생위에 군림해 온 비인도적인 구태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천명된 지 55년이 지난 오늘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수레바퀴는 어떻게 굴러가고 있으며 또한 국제관계는 바람직합니까?

대외적으로는 전근대사회에 팽배했던 식자층의 중화사대주의적 패배주의는 오늘날 서구식 근대화의 맹목적인 추종과 무분별한 해외유학이라는 기이한 세태로 재연되고 있습니다.  레드메이드 외제옷에 우리 몸을 맞추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른바 자주성이 결여 돼 있는 것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친일부역배는 혐오의 대상인 점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일치 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한 세기를 훌쩍 뛰어 넘은 오늘날에도 친일잔재의 청산에는 관대하였고 오히려 때늦은 청산에 태클을 거는 입장까지도 있습니다.  친일잔재를 청산하려는 취지는 정확히 패배주의, 기회주의, 극단적 이기주의의 청산이 본질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청산작업은 곧 권력자들의 입맛에만 영합하는 기능적 관료주의를 근절하여 국민만을 위해 봉사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공직사회의 정화와 쇄신을 기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독재정권에서 권력의 시녀였다가 민주정권에서도 아무런 장애없이 고위관료직을 수행하는 기능적관료주의는 그 사상적 뿌리가 친일부역배와 한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 뿐이겠습니까! 이념을 달리하는 정당에 몸담았다 아무런 저항없이 몸을 섞는 파렴치한 골빈 기회주의자에게도 너무 관대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기회주의적이며 극단적 이기주의의 척결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올바른 민족정기는 깊은 뿌리를 내리기 어렵고 또다른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친일잔재의 청산과 재평가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행태는 당연하며 바람직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들 일부가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민주당분란에서의 그들의 행보는 기회주의나 패배주의의 청산과는 상충된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극단적 이기주의인 영남패권주의 척결에는 소홀하거나 아예 방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박제된 영웅주의에 찌든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현실인식이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피상적인 현상인식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수반하여 각 현안마다 본질을 호도하며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세력이 곳곳에서 또한 준동하고 있고, 박제된 영웅주의와 지식권위주의적 선민의식이 도처에 만연돼 있습니다.

▲허구 헌날 꽁무니만 좇다가 날 새겠군! / 현 노무현 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만평     ©정화영의 소금밭
이러한 와중에서 이른바 서민적 이미지로  탈권위주의를 외치며 당선된 노무현대통령은 당정분리를 빌미로 민주당분란을 진정하려는 중진의원들의 접견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접견이 곧 당정간섭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인식도 우습지만,  대통령 스스로 청와대 담까지 헐어 권위주의를 청산하려는 이미지와 상치되는 탈권위주의의 실천적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이런 처신은 민주당지지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정체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민주당지지자들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집권 후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코드'중심의 화합은 또다른 소외를 낳는 지식권위주의며 지양되어야 할 정치행태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결과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그것은 개혁의 질을 외면하고 소외층의 희생위에 양적 성장만을 추구해 온 지역불균형적 근대화 역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전체국민을 위한 국가정책이 아니라 일부의 희생을 강요한 국가주도의 개발독재나 일부세력 위주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행한 역사는 서구인이 부러워 했던 전통적 가족의 해체 즉,  파편화로서의 핵가족화 개인주의화 및 물신주의의 팽배와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를 양산해 이혼률의 증가, 자살의 증가, 신용불량자의 양산, 획일적 기성 권위주의의 득세로 이어져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시대정신=정치개혁' '구주류=청산대상'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득세하더니, 민생현안을 제쳐두고 8개월이 분란끝에 개혁세력의 대화합이 아니라 분열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신당파가 주창하는  인위적 인적청산의 테마는 정확히는 유권자인 국민의 고유권리이며 성역으로서 '타부(taboo)'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구주류=청산대상'이라는 주장은 동료를 마타도어하고 곧 유권자를 모욕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권력지향적 철새들과 몸을 섞으려는 신당추진의 모습은 개혁세력에 대한 모욕이자 원칙의 후퇴이며, 살아있는 민주당을 생매장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개혁세력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며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세력의 지지로 연속적인 집권을 일궈 낸 민주당과 대통령이 해야 할 것은 자명합니다. 개혁세력을 지지한 민심은 민주당을 구심점으로 수구세력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진행됨을 바라는 것이지, 수구세력에 양보하며 타협하려는 비겁한 패배주의와 민주당의 전통에 먹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구세력과 급진적 개혁세력은 이에 가세하여 정치적 회의주의를 확산시키며 그 성공적 결과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고, 이에 수반해 삶에 지친 민심은 민주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불신과 회의의 눈초리를 보내며 냉소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슬픈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민주당 분란사태를 지켜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의 독일·이탈리아에 대한 유화정책의 교훈이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단순한 기우일까요?
 
우리가 지난 과거의 폐단을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꺾고 상생을 빌미로 유화적 제스쳐로써 미봉적인 동서화합을 도모하려는 것은 민주당지지자들과 소외계층이 염원하는 새로운 미래나 정치개혁이 아님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노선을 수정하여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수긍 하는 바람직한 미래상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반개혁적인 수구세력에 대항해 온 민주당을 구심점으로 개혁세력의 통합과 지역적 외연의 확대를 도모하며 사회적 폐단의 척결을 전방위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민주화투쟁은 독재정권하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세태 또한 큰 문제입니다. 국론이 대립된 사안인 대북송금특검에 대해 자의적인 법률안거부권 행사, NEIS사태에 대한 방관과 소모적인 국론분열 초래,  '참여'라는 의미를 스스로 무색케 하고 있는 반민주적인 부안군수의 독단적 핵폐기장 유치신청을 비호하며 강행하는 모습, 집권당인 민주당의 지분을 유린하는 대통령의 엽관제적 인사,  시급한 민생현안을 방치하고 명분없이 무리하게 신당을 추진하는 모습등은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것이니 곧 반민주이며 반개혁적인 것입니다. 헌법은 곧 모든 국민의 총의(consensus)입니다. 헌법을 유린하는 것은 곧 전국민의 바램을 유린하는 것이니 독재정권과 똑같은 헌법정신의 유린인 것입니다.
 
친일부역배들을 청산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오늘날,  그 사상적 기초가 패배주의이며 기회주의이며 극단적 이기주의임이 명백한데 독재정권하에서 권력의 시녀로 봉사했던 인물이 총리로 중용되고 있고, 또한 청와대 386참모진의 인적구성을 볼 때 참여정부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이며 노무현대통령 스스로 천명한 원칙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 노무현의 진정한 가치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점에 가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쌓아올린 탑을 허물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국정목표와 국정원리를 열거하면서 진지한 반성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국정목표]
1.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2.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3.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국정원리]
1. 원칙과 신뢰
2. 공정과 투명
3. 대화와 타협
4. 분권과 자율

* 필자는 '개혁의 남쪽바람' 남프라이즈(www.namprise.com
) 칼럼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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