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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신 못차린 교육과학기술부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영어 조기교육은 잘못된 정책이고 실패한 정책
 
이대로   기사입력  2008/07/28 [10:53]
지난 7월 23일 광화문 종합청사 뒷문에서 한글문화연대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들 한글단체와 교육개혁시민연대의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모임 들, 40여 시민단체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초등영어수업확대추진 중단 촉구” 기자 회견을 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한 조기영어교육은 잘못된 정책이고, 실패한 정책으로서 확대할 게 아니라 당장 중단해야 할 정책임을 외쳤다. 한글단체와 교육단체가 10년이 넘도록 잘못된 정책이라고 알려주어도 계속 그 짓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한국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거듭 추진할지 의문이다. 어쩌면 나라가 망한 다음에 멈출지 모르겠다.
 
영어 조기교육은 15년 전 김영삼 정부가 준비도 없이 세계화를 외치면서 시행하다가 나라를 국제투기자본의 경제 식민지가 되게 한 원인 제공 정책으로서 아주 잘못된 정책이다. 초등학교는 우리 국어와 역사, 도덕과 건강 교육을 먼저 잘해서 건강한 국민이 될 국민 기초교육을 중요시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나라말인 영어를 제 말보다 더 섬기고 중요시하는 얼빼는 교육을 하다 보니 국민정신이 약해지고 겨레 얼이 빠진 교육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나라의 체질이 약하고 근본이 흔들리는 나라이기에 국어와 인성교육을 먼저 잘하고 과학기술 교육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데 그 반대로 남의 말과 남의 나라 문화를 떠받들 게 만들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 외국어와 외국 문화 이해가 중요하게 되었지만 대책 없이 세계화가 만병통치약인 거처럼 떠들었다. 그래서 국민정신의 그릇인 국어를 흔들어 놓고, 국민이 남의 나라나 우러러보게 되니 나라의 뿌리가 흔들리고 기울어서 국제투기자본의 밥이 된 것이다.   
 
영어 조기교육 시행으로 초등학생만 얼빠지게 한 게 아니라, 나라 전체 분위기가 얼빠진 분위기가 되었다. 너도나도 영어 학원 보내다가 불안하니 돈 많은 사람은 조기유학을 보냈다. 돈이 넉넉지 못한 가정은 사교육비를 벌려고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는 엄마도 생기고, 기러기 아빠가 생겨서 가정이 흔들렸다. 그래도 안 되니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영어교육을 한다고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서 영어마을을 만들었다. 그래도 안 되니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하기도 하고, 영어로 국사와 국어까지 가르치자는 영어 몰입교육 이야기까지 나왔다. 거리엔 영어 간판이 자꾸 늘어나고, 온통 나라가 영어 미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 지난 23일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 이대로

영어를 잘해야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가르칠 게 아니라 중,고등학교의 영어 교재와 방법을 개선하고 영어 선생님의 영어 교육실력을 늘리고 봐야 할 일이었다. 또 입시 위주 교육풍토를 실용 교육으로 바꾸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개선 노력은 하지 않고 무조건 어린애들만 사교육 수렁으로 내몰아서 얻는 거보다 부작용과 피해만 키운 실패한 정책이다.
 
영어만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무조건 어려서부터 영어를 가르치면 좋은 것처럼 선전해서 영어열병을 일으킨 것이다. 여기엔 영어 나라인 미국과 영어로 돈을 버는 관련업자들이 보이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처음 영어조기교육을 한다고 할 때 나는 지금 서울시장인 오세훈변호사가 진행하는 서울방송 토론에 반대 토론자로 나간 일이 있다. 그때 찬성 토론자로 서울에서 가장 큰 영어학원 업자가 나온 일이 있다. 그분은 그때 토익시험 한국대리점을 땄는데 응시자가 없다고 하더니 영어 조기교육이 시행된 뒤 우리가 세계에서 그 시험을 가장 많이 보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영어열병은 교육을 망치고 나라까지 멍들게 하는 망국병이다. 그 영어열병이 영어조기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외국어는 무조건 어려서부터 가르치면 좋은 거로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어려서 외국어를 아주 잘하는 애도 어른이 되면 다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외국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부한 사람이 외국어를 잘하고 잘 써먹기도 한다. 이제라도 어렸을 때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서 중, 고등학교에 가서 스스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는 게 더 좋다. 그리고 중, 고교의 영어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지원해라. 그래야, 영어열병이 치료가 된다. 
 
영어열병은 김영삼 정권이 들게 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아주 심하게 만든 병이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날 정권이 잘못한 영어교육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지 말고, 영어 조기교육부터 당장 중단하고, 중, 고교 영어 교육환경 개선에 힘써라. 그리고 국어와 역사, 건강과 기술직업 교육을 잘해서 튼튼한 국민과 국가를 만들어라. 영어에 미친 교육 정책을 버릴 때 정권도 신임을 얻고, 국가도 튼튼해진다는 걸 알려준다.
 
중국이 동북공정 정책을 시행하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떠드는 것은 제 말도 지키지 못하고 남의 나라말인 영어나 떠받드는 우리 꼴을 우습게 보아서 일어나는 고도의 정치 행위이다. 이런 얼빠진 나라가 오래갈 수 없다고 보고 미리 제 몫을 챙기려고 하는 고도의 침략 행위라고 본다. 한마디로 우릴 깔보고 하는 짓이다. 지금 나라가 힘들더라도 우리 애들을 잘 가르치면 걱정이 없다. 그런데 현재 교육이 잘못되어서 앞날이 더 불안하다. 이제라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정신을 차리고 우리 국민의 몸과 정신을 튼튼하게 하는 교육을 철저히 하길 바란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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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28 [10: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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