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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 모르는 핵폐기장 부안의 교훈
 
인권하루소식   기사입력  2003/08/30 [11:49]

성난 목소리가 부안에 메아리친다. 농사 짓고  고기 잡고 장사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촛불을 들었다. 반핵 플래카드  나부낀다. 평생 살며 핵이라고는 몰랐던, 시위라고는 몰랐던 사람들이 모두 핵 전문가가 됐다. 투사가 됐다.
 
정부는 말한다. 핵폐기물 처리장은 위험하지 않다고. 부안의  청소년들은 묻는다. 그렇다면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서울이 왜  핵 폐기장을 유치하지 않는 거냐고. 대답이 없다. 위도가 핵 폐기장 최적지라고  발표하고는 그만이다. 군수가 뚝딱 신청서 접수하고  단 며칠 지질 조사하고 회의하고 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위도에 활성단층으로 의심할 만한 징후가 발견됐다. 핵폐기장이 설치되기엔 위험하단  얘기다. 게다가  위도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살고, 희귀멸종 위기종인 상사화가 피고, 상록활엽수림이 아름다운 생태의 보고라 한다. 이마저도 민간에서 발품 팔아 알아낸 사실이다. 안전성과  적합성을 신중히  따졌어야 마땅한  정부는 막무가내 'Go'만 외친다. 부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돼 온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을 '개발'이란 말로 혹하려 들 뿐이다.
 
군민들이, 도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를 메워도 정부는 들은척 만척이다. 오히려 폭도로 매도하고, 방패와 곤봉을 든 전투경찰들이 주민들을 '환대한다'. 그것이 현  정부의 '대화법'인가.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극단적인 행동이 계속돼 대화가 안 된다면 정부 방침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대통령은 말한다. 당혹스럽다. 난데없이  핵 쓰레기를 떠맡게 된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 부안 사람들에게 더 이상 정부는 없다고 말한다.
 
지역개발이란 미끼를 던지고 주민들을 이간질해서 될 일이 아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개발이 아닌 까닭이다. 전경을  앞세워 주민들 입을 막으려 한들 될 일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다. 핵 발전소 계속 지으면서, 가난한 지역 사람들에게 핵  쓰레기 떠맡기려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이미 부안  주민들은 자신들의 저항 속에서, 정부가 보장해 주지 않는 민주주의를 발견하고 있다. 핵을 넘어, 대안적 에너지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도리어  정부가 부안 주민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 본문은 인권운동사랑방(http://www.sarangbang.or.kr)이 발행하는 [인권하루소식] 8월 30일자(2408호)에 실린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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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30 [11: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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