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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개발, 그리고 새만금 재판 준비하기
12일 행정재판 최종심리 열려, 개발과 생태 간극좁히는 대안 마련해야
 
비나리   기사입력  2004/11/09 [16:03]
법정 싸움으로 새만금이 들어간 이후에 사람들이 좀 뻘쭘해졌다. 갑자기 하던 일들을 멈추고 전부 법원만 들여다보는 일이 벌어지면서 겪어보지 않은 묘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1심에서 선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2심으로 먼저 넘어가 공사중지에 대한 가처분신청에 대한 이의가 받아들여져서 2심에서는 어느 정도 재판이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지에 대해서 알려진 상태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향하게 되는 길은 피하기가 어렵다.
 
이 상황에서 1심 법원이 직권에 의한 중재를 통해서 서로 협의를 하라는 권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선고냐 권고냐라는 것이 재판에서 가지고 있는 차이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간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권고안이 나왔을 때 이 권고를 거부하는 편이 향후 법원 재판에서 불리하다는 점 정도이다.
 
요번주 금요일, 11월 12일, 이 행정재판의 최종심리가 벌어진다. 1년여를 끌어온 길고 긴 법정에서의 싸움이 1단계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그래서 이 최종심리에 대해서 법원에서는 서로 받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고, 변론없이 발표만으로 마치기로 합의되어 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길고 긴 법정싸움이 계속될지 아니면 극적으로 타협을 보고 중재안을 만들어내게 될지가 이 최종심리를 앞두고 어느 정도는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갯벌과 새만금 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오는 부안의 농촌 풍경.     ©김철관

 시민단체의 중재안에 대한 최종심리는 전북대학교의 오창환 교수님이 맡기로 했다. 우선 대안을 제일 먼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것과 전북의 당사자라는 점이 고려가 되었다. 게다가 복잡한 내용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말하는 좋은 장점을 가지고 계시다.
 
시민단체 대안은 15%를 매립하는 오창환 교수안, 이걸 다시 7.5%로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단지를 추가하는 내가 만들었던 안, 그리고 갯벌 관광을 중심으로 구성한 전승수 교수안,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굳이 매립이 필요할 것인가 아닌가의 논의만 가지고 한다면, 경제적으로는 매립을 하지 않고도 전북에 도움이 되는 대안발전안을 만들 수 있지만, 아무런 땅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면 전라북도를 설득할 수 없다는 반론이 한 가지 존재한다.
 
여기에 생명은 양보가 없다는 보다 강력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물론 유의미한 주장이다.
 
대체적으로 균형발전특별회계와 에너지및자원개발특별회계 즉 ‘균특’과 ‘에특’에서 예산을 만들어내서 풍력산업단지를 군장산업단지에 유치하고, 농지기금에서 나오던 예산의 일부는 다시 농업 부분으로 반납하고, 일부를 방조제를 정비하고, 전북의 유기농 촉진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체적으로 내용의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 대해서 시민단체가 대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솔직히 이런 방식으로 시민단체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씁쓸한 마음이 든다. 지역혁신 클러스터니 지식기반 마련이니 하는 용어들을 써넣으면서, 정부 문건 만들던 시절의 생각이 다시 나기도 했고, 또 왜 이런 사회적 낭비와 소모전을 치룰 수밖에 없었나에 대해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북이 경제적으로 회생의 전기를 가지게 되기를 나도 희망하고, 그런 마음으로 정부 예산안 중에서 이리저리 끌어들여 4조원에서 5조원 정도되는 투자계획을 만들어본다. 이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새만금지역대안개발특별법> 같은 법규와 기획단 같은 조직도 필요하다. 이것이 생태적 접근인가 하고 자문하면 별로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대안을 만들지 않고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는 현재로서는 그렇게 쉽지 않다.
 
▲부안 주민투표관리위원회 모습     ©서태영

 현재의 상황에서 4공구의 일부를 개통하는데 추가적으로 200억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는 엔지니어의 소견서를 앞에 보면서, 이런 바보같은 일들을 또 얼마나 반복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일요일 늦게까지 새만금 재판을 준비하면서 생명의 대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혼자 해본다. 보통 경제적으로는 한 사람이 사고로 죽었을 때 20억원을 계상한다. 호프만 방식에 의한 생명보험에 따른 평생소득을 계산해서 평균 20억원을 계상하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생명의 가치는 20억이라고 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그런 숫자를 사용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아린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길고도 길었던 새만금이라는 한 국책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매듭짓게 될지 사회적 절차가 완료되는 것이 대단히 짧을 수도 있고, 또 다음 정권까지 그냥 넘어가게 되는 길고 긴 법정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번 주는 새만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집중되는 한 주이다. / 논설위원
 
* 필자는 경제학박사로 초록정치연대(www.greens.or.kr)  정책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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