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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베이징 올림픽=나치의 베를린 올림픽"
[인터뷰 전문] CBS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김현정   기사입력  2008/04/28 [19:43]
중앙대학교 진중권 겸임교수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에 출연해 중국인들의 빗나간 애국심으로 인해 폭력으로 얼룩진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라디오 인터뷰 중 발췌>
 
- 김현정 / <이슈와 사람 진행> : 어제 난동 어떻게 보셨나?

= 진중권 / (중앙대 겸임교수) : 황당하다. 저는 그걸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는데, 하나는 그래도 외국에 나와서 중국의 전체주의 문화가 아닌 자유주의 문화를 접해본 사람들이 그런 걸 한 것을 보고 중국 내부상황은 얼마나 끔찍할 지 충격적이었고, 또 하나는 바깥에 나와서 남의 나라에서도 티벳 시위대에게 저렇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인데 지금 티벳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섬뜩하더라.

- 그런데 이 만여 명 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내가 폭력을 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온 건 아닐 텐데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광분하게 만들었을까?

= 제가 볼 때는 일단 이견 자체를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자기들도 할 말이나 보여줄 게 있어서 나온 것 아니겠나? 그럼 다른 사람들도 나올 수 있는 것. 그래서 시위대 간에 가벼운 설전이 벌어졌거나 이러면 큰 문제가 없는데 이건 그게 아니라 호텔까지 쫓아가는 상황이었다. 이게 추적 군중이라고 하는데, 소수자를 끝까지 쫓아가서 폭력을 가하는 이것은 나치 때나 있었던 일이다.

이게 서울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이고, 이번 중국 올림픽이 딱 베를린 올림픽이다. 세계 평화를 위한 게 아니라 나치의 제국주의 정책을 선전하기 위해 한 것이 베를린 올림픽 아니었나? 지금도 보면 전 세계 사람들과 같이 즐기겠다는 게 아니라 붉은 깃발로 다 도배해버리고 중국은 강하다라든지 이런 식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길바닥에서 버젓이 폭력까지 저지른다는 말이다. 이게 올림픽 정신인가?

- 우선 어제 사태만 놓고 봤을 때는 다른 의견은 존재할 수 있는 거다. 중국 사람도 중국 사람 나름대로 생각할 수 있고 티벳을 지지하는 분들은 또 나름대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걸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 서로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이해를 안 한 것이다. 이해를 안 한 것까지는 좋은데 지금 폭력을 행사하지 않나? 이게 문제다. 그러니까 서로의 문제가 아니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일제 때 사람들이 생각할 때 한국은 자기들 나라의 일부였을 거다. 그래서 독립 운동하는 사람들은 소위 분리주의자였을 것. 그 사람들과 우리가 이해가 되겠나? 그런데 문제는 이 상황에서 지금 남의 나라까지 와서 폭행을 가하는 것이다. 이게 문제가 좀 있지 않나. 이해를 떠나 이건 상식의 문제다.

-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티벳 사태는 티벳 사태인데 올림픽까지 세계인들이 나서서 방해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혹은 수백년 간 티벳이 우리나라 땅이었는데 왜 이제 와서 남의 나라 땅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세계인들이 그런 말을 하느냐는 말을 한다.

= 그건 자기네 생각이다. 티벳 사람들은 다르게 살고 싶어 한다. 다르게 살고 싶어 하니까 시위도 하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진압도 하는 거고. 그럼 일제 때는 안 그랬나? 일본 사람들은 한일합방이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하지 않나? 그건 그들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세계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을 갖고 하는 게 연대정신이지, 지금 우리가 중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지는 모든 인권침해에 대해서 세계에서 권고를 하지 않나? UN이라든지 엠네스트라든지. 이것은 인류 보편의 가치에서 평가해야지 자국 중심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사람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가 있고. 또 누가 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냐는 건데 지금 한국에서 폭력시위 한 거 중국에서는 한 자도 안 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세뇌당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자기들이 세뇌당한 걸 가지고 바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견해를 반박할 수 있겠냐는 거다.

- 최근에 중국의 민족주의 사태, 민족주의 분위기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태도 그 한 선상에 있다고 보시나?

= 원래 공산주의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다. 피억압 민중들하고 피억압 민족들하고 같이 연대해서 싸운다. 그래서 옛날 공산당들은 매국노 소리 들었다. 자기 나라 제국주의 하면 자기나라 반대해서 싸웠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사회주의 이념, 공산주의 이념이 형행화 되지 않았나? 그렇다 보니까 남은 건 전체주의밖에 없는 거다. 이 전체주의를 가지고 민족주의로 가버리다 보니까 옛날의 나치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돼버린 거다.

- 모든 것을 자국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말씀….

= 살벌하다. 이런 건 1930년대 베를린 거리에서 이뤄지던 일이다. 쫓아다니면서 이견 가진 사람들 추적해서 폭력을 가하는 것.

- 어제 사태를 보면서 혹시 우리나라도 이런 사례가 없나 하는 생각도 들던데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은 없을까?

= 우리나라 사람도 그런 게 있다. 이게 우리나라의 붉은악마 현상 더하기 황우석 사태에서 보여진 현상, 그런 것들이 중국식으로 이상하게 결합된 것 같다. 안 좋은 쪽으로 이상하게 결합해서 길거리의 폭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우리도 이걸 보면서 섬뜩하게 느껴야 하는 게 우리도 어떤 맹목적인 애국주의와 국가주의가 좀 있지 않나? 이걸 경계하지 않으면 우리도 저런 짓을 할 수가 있으며, 지금 저걸 세계 사람들이 보면서 중국이 위대하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나라 망신시키는 것이다. 저걸 보면서 우리 내부에도 혹시 저런 요소가 있지 않을까 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끝으로 더 하실 말씀 있나?

= 중국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이 분들이 얘기하길 중국은 위대하다고 한다. 그 분들한테 묻고 싶은데 그럼 너네는 어떠냐? 왜 자꾸 자기 정체성을 자기 스스로 찾지 못하고 국가랑 합일해버려서,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게 국제감각이고 현대적인 마인드라는 생각을 한다. 중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싶으면 일단 성원 하나 하나가 국제 감각을 가져야 하고 자기들 나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자국에 갇혀서 저런 식의 행패를 부리는데 저런 식으로 국제무대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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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4/28 [19: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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