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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생일 파티
[사람] 활달하고 명랑한 남아공 사람들...춤과 노래 이어져
 
김철관   기사입력  2009/09/07 [13:56]
▲ 생일 파티     © 김철관
 
남아프리카공화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뭘까. 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과 남아공국기를 꼽는다. 백인들의 모진 탄압에 맞서 수십 년간의 투옥생활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돼 흑백갈등을 치유한 사람, 평화주의자 넬슨 만델라는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형형색색을 자랑하는 남아공 국기가 평소 인상적이었다. 빨간색은 독립과 해방운동을 펼친 흑인의 피를, 검정색과 하얀색은 흑인과 백인을, 노란색은 풍부한 광물자원을, 파란색은 열린 하늘을, 녹색은 농업과 국토를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12배 정도로 영어와 아프리칸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이외에도 흑인들에게 전해 내려온 고유 언어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지난 5일 저녁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주공아파트 5단지 앞 놀이터에서 이국적 풍습의 파티가 열렸다. 이날 검은 피부색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한두 명씩 모이고, 파티가 열릴 직전인 저녁 7시경 30여명이 모였다. 대부분 20대인 이들은 남아공에서 온 영어교사들이다. 물론 30대로 보인 사람도 더러 있었다.

▲ 생일파티     © 김철관
 
▲ 생일파티     © 김철관

이들은 인천, 용인, 안산, 이천, 문산, 퇴계원 등 경기도 주변 초등학교, 중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날은 이곳에 살면서 인근 퇴계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놈치(24, 여)의 생일 파티였다. 그의 남자친구 템비가 파티 사회자로 나서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시종일관 코믹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템비는 남아공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만큼 그 나라의 인재였다. 한국에 와 영어를 가르치면서 현재 쿵푸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다. 템비가 말문을 열었다. "여자 친구 놈치는 물론 남아공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한국 사람들은 조금 보수적인 면이 있지만, 우리는 개방적이고 자유스럽다."
 
이날 3~4명의 한국 사람들도 이들과 어우러져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삼육대학교 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전필승씨와 호평초등학교 영어교사인 서혜성 씨, 남아공 영어교사를 3년째 사귀고 있는 정아무개씨 그리고 불청객인 나였다. 특히 문화와 생활방식, 관념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생일파티를 신기한 듯이 지켜보고 있는 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모습이 진지하게 느껴졌다. 물론 시끄럽다고 항의한 아파트 주민도 있었다. 관리사무소에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대부분 한국에 온지 1~2년 정도여서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날 항의를 온 주민을 상대로 한국 사람인 내가 충분히 설득을 해 보냈다.
 
▲ 식사시간     © 김철관

야외에서 펼쳐진 생일파티는 먼저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이어 주인공인 놈치가 한 사람을 지명하면 추천된 사람이 무대로 나와 파티와 관련된 축하발언을 했다. 축하발언은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면서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한국인 친구 전필승씨도, 영어교사인 서혜성씨도 그에게 추천이 돼 축하의 뜻을 전했다.
 
놈치의 절친한 친구 넬리는 평택에서 영어교사를 하고 있다. 생일 파티에 참석하게 된 동기는 넬리 때문이었다. 그와의 우연한 인연이 때문이었다. 이날 오후 2시경 사용하고 있던 노트북이 고장이 났다. 컴퓨터 숍에 들리려고 집을 나갔는데, 집 주변 도로에서 이국적 검은 피부의 넬리와 마주친 것이었다. 간단히 눈인사를 했다. 그는 네일숍(손톱을 다듬는 가게)을 찾고 있었다. 위치를 몰라 헤매고 있는 듯했다. 그는 한국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마디를 하니까 쉽게 알아들었다.
 
▲ 선물     © 김철관

나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던지라 웬만한 가게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넬리에게 네일숍 위치를 직접 가 알려줬다. 알고 보니 친구 생일을 맞아, 친구이면서 생일 파티 주인공인 놈치가 손톱을 다듬으려고 네일숍을 알아보고 오라고 했던 것이었다. 넬리와 자연스럽게 알게 돼 놈치의 생일 파티가 있다는 것을 대충 짐작했다.
 
먼저 넬리에게 남아공 사람들의 생일 파티를 취재하고 싶다고 얘기를 건넸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좋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는 놈치의 집으로 바로 데려가 생일파티 취재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곧바로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저녁 6시에 다시 오기로 약속을 했다. 일면식도 없는 남아공 사람들과의 생일 파티 취재가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생일 파티가 시작하기전인 저녁 6시부터 파티 장소에 합류했다.
 
▲ 생일 파티     © 김철관

이날 넬리는 "놈치와 특별한 친구관계"이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나 도와주는 친구이다. 놈치 생일을 축하하면서 남아공 친구들도 만나, 즐기게 돼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삼육대학교에 다닌 필승씨가 쿵짝쿵짝, 쿵쿵쿵 등 소리(리듬과 비트)로 흥을 돋우자, 이들은 자연스레 어우러져 노래와 춤을 췄다. 한참동안 노래와 춤이 이어졌다.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목사가 꿈인 전필승(대학 3년)씨는 "생일인 놈치가 집 근처에 살기 때문에 평소 알고 지냈다"면서 "남아공 사람들은 마음을 열줄 아는 개방적 사람들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볼에 뽀뽀를 하고 포옹하며 반갑게 맞아 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바쁠 텐데 이곳까지 찾아와 축하해주는 그들만의 우정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밝히기고 했다.

▲     ©김철관
사회자 템비의 한국친구인 서혜성씨는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면 서로 속이고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외국에 나와도 서로 돕고 협동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서 "남아공사람들은 여유가 있다. 새로운 문화에 대해 마음을 열고 접근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국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게 느껴진다"고 피력했다.
 
밝고 명량하고 개방적인 남아공 사람들이 모인 생일 파티, 주인공의 지명에 따라 축하 발언이 모두 끝나자, 뷔페식으로 진열된 샐러드, 양고기, 카레, 과자, 맥주, 음료수 등을 각각 접시에 담아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삼삼오오 모여 즐긴 대화는 끈이질 않았다. 서로 만나 대화하고 나누는 모습에서 남아공의 새로운 문화를 체득한 것 같기도 했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주인공인 놈치가 케이크 촛불을 껐다. 그리고 찾아온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을 일일이 소개했다.
 
치마, 티셔츠, 목걸이, 팔지, 사진액자 등이었다. 소개할 때마다 들려오는 축하 함성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우리의 소박한 생일 파티와는 사뭇 다른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받은 것 중 의미 있는 선물을 묻자 놈치는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액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면서 "이렇게 많은 남아공 친구들이 찾아 축하를 해줘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저녁 10시경, 이곳 생일 파티를 모두 마치고, 서울 홍대 입구에서 새로운 생일 축하 파티를 열겠다면서 그곳으로 향했다. 이날 영어교사 서혜성씨와 삼육대학교 신학과에 다니고 있는 전필승씨가 통역을 맡아 수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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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07 [13: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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