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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산점 부활을 선동하는 세력들
[정문순 칼럼] 여성을 희생물로 만드는 병역면제세력과 보수언론의 농간
 
정문순   기사입력  2008/02/18 [14:44]
정권 교체기는 사회의 긴장이 떨어지는 탓인지 대형 사고나 사건이 이 시기에 자주 터진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냉동창고 화재, 해안 기름 유출, 국보문화재 소실 등 최근에 일어난 몇몇 인재들이 하필이면 정부가 바뀔 즈음 일어난 점을 생각하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으나 평소에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나라의 기강이 느슨해지는 시기를 맞아 한꺼번에 발화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정치권력이 뒤바뀌는, 힘의 공백기는 사회적 재난에만 머리를 치켜들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위헌판결을 받아 진작에 폐기됐던 제도에도 소생할 틈을 주고 있다. 만인의 눈길이 대통령 당선자 주변의 일거수일투족에 붙들려 있는 요즘은, 제대군인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등에 업고 군 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려는 세력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자들은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즈음한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여성가족부의 난파 위기와 더불어 군복무자 가산점 제도의 국회 상정은 이명박 정부에서 여성인권에 대한 적신호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9년 전 군 가산점 제도가 위헌판결을 받은 이유는 이 제도가 제대군인이 아닌 사람의 취업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제대군인의 취업 기회를 특혜적으로 보장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가산점 제도가 제대군인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피해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제도가 다시 만들어질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는 한편으로는 헌재의 판단과 충돌하는 가산점 제도를 다시 만들어놓고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제대군인에 대한 혜택을 이전의 제도보다 줄이고 군 면제자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말함으로써 차별을 지적한 헌재의 판결을 의식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피해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피해가 분명히 있다는 것에 있다. 제대군인에게는 특혜를, 여성/ 장애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게는 피해를 주는 제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정신에 어긋나는 것일 뿐이다. 헌재도 애초의 가산점 제도가 가진, 제대군인의 전역 후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목적의 정당성만큼은 인정한 바 있다. 문제는 수단이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국회 국방위원회가 할 일은 죽은 법을 조금 손을 봐서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제대군인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과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합리적 제도의 마련이어야 한다. 위헌판결 후 9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들이 10년 가까이 그런 고민은 전혀 없이 가산점에만 죽어라고 목을 매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산점 제도가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감을 알면서도 ‘피해 최소화’ 운운하며 밀어붙이고 있는 이들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고 있는 것은 예의 ‘신성한 국방 의무’ 논리다. 병역은 ‘신성’한 것이니까 피해자도, 특혜를 보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참으로 ‘신성’하다는 것은 어떤 차별도 특권도 합리화할 수 있는 만사형통의 무기다. 군필자들은 ‘신성’한 일을 했으므로 ‘신성’한 일을 하지 않은 자들이 피해를 감수할 만큼의 혜택을 얻어야 한다는 것. ‘신성’이란 낱말은 차별도 특혜도 어떤 식의 차별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묻어버릴 수 있는 위력이 있다. 그러나 숭고하고 초월적인 뭔가를 내세우는 것일수록 본래 얼굴은 그다지 고상하지 않다. ‘신성’이 숨기고 있는 이면은 실은 지극히 속물적이고 동물적인 욕망이다.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적 보상 방법을 취업시 가산점에서만 찾는 사람들은 취업 전쟁에서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는 현실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는 이들이다. 2007년 기준으로 행정고시, 외무고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여성의 합격률은 절반에 가깝거나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와 있다. 하위직 공무원만 떼놓고 보면 여성 합격률이 70%가 넘을 만큼 압도적이다. 취업난 시대에 고용이 보장된 공무원 자리에 여성들의 진출이 일취월장 늘어나는 현실은 안정적인 직장이 자신들만의 몫이라고 알고 있는 남성들에게는 자기 영역을 침해하는 위협으로 느껴질 법하다. 가산점 제도가 있던 시절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아도 탈락하는 여성이 나오던 때는 남성 구직자들에게는 꿈 같은 세상으로 여겨질 것이다.
 
군 가산점 제도는 실상 군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여성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싶지 않은 남성 구직자들의 독점적 욕망이, 만사형통인 신성한 병역 의무 담론을 내세워 여성들을 압박한 것일 뿐이다. 군대에 가지 못한 사람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가 정당하다면 취업을 하든 안 하든 모든 여성들이 그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미취업 여성은 제쳐두고 하필 취업 여성에게만 피해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합리성이라도 갖췄다고 생각하는지? 가산점 제도가 취업시 여성과의 경쟁을 두려워하는 어떤 집단의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여성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집 안에 있거나 기껏해야 자신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질 낮은 일자리에 취업하기를 바라는 남자들의 배타적인 욕망이 군 가산점 제도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병역과 관련하여 남성들의 화살이 날아갈 방향은 애꿎은 여성들이 아니다. 병역을 오염시켜 묵묵히 병역을 수행한 사람들을 참담하게 만드는 이들은 정작 따로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은 물론이고 자식들 모두 병역면제자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가산점 부활을 선동하는 보수언론들도 (사주) 자식들의 병역면제율이 일반인보다 몇 배나 높게 나온다. 병역기피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이 ‘신성’ 운운하며 병역을 농락하고, 가산점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맞아야 할 화살을 힘 없는 여성들에게 돌리려고 하는 것에 대한 성찰은 왜 없는가.
 
그래도 여성이 군에 가지 못한 것이 죄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굳이 차별을 해야겠다면 여성들에게 병역 의무의 짐을 지우고 나서 차별을 합리화하라고. 병역면제자와 병역기피자는 엄연히 다르다. 병역 의무가 부가되지도 않은 사람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고 차별을 당하는 것만큼 부당하고 비상식적인 대우는 없을 것이다. 여성의 군대 면제가 남성의 취업 특권을 보장하는 희생양이 되는 건 결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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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8 [14: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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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ㅋㅋㅋ 2010/09/01 [04:39] 수정 | 삭제
  • 군가산점제 도입해달라고 하는 것 이미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났거든?
    법이 악성 네티즌들이 생떼를 부리면 다 허용해주는 그런 것이냐. 정 군가산점제
    도입하고 싶으면
    국민투표로 헌법을 뜯어 고치든가! 인터넷 국민투표 하자고 얘기해봐라~
  • 꼴패미두되없음 2009/10/09 [09:09] 수정 | 삭제
  • 눈가리고 아웅해라..미친것아. 여성천국을 남자들 피땀으로 이루어 놓은 병진꼴패미
  • 웃겨서 2008/02/27 [01:59] 수정 | 삭제
  • 국가에 대한 봉사? ㅋㅋㅋㅋ. 역사 공부좀 해라
  • 문뜩 2008/02/20 [22:03] 수정 | 삭제
  • 제대군인에 대한 단순한 가산점부여는 병역면제자와 병역기피자의 구분이 없는 일방적인 차별이라는 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결국 해결책은 이에 대한 시정이어야 될텐데, 개인적으로는 병역면제자의 축소(대체복무제 도입 등)과 병역기피자에 대한 불이익 강화(공직 제한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군복무환경의 개선 또한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군복무기간을 허송세월로 여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야말로 제대군인들이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원인들 중 하나이다. 여러 방안들 중에 군복무기간 동안 다양한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ㅈㅈ 2008/02/20 [17:42] 수정 | 삭제
  •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죠. 뭐..
    근데 선동이라니?

    이게 무슨 이상한 불순세력이 선동하는 것으로 보고 싶다는 건지?ㅋㅋ
    참 되지도 않는 사이비 메카시즘 광풍을 보는 것 같네...

    꼴통 페미니스트들은
    항상 이런 식이지. 솔직히 비겁하다 너무..

    자기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죄다 이상한 불순세력인가?

    이봐요 정문순 아줌마..
    군가산점 문제는
    댁같은 페미들이 확대시켜보려고 노리는 것처럼 남녀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봉사에 대한 보상과 인권에 대한 문제랍니다. ㅉㅉㅉ
  • 병사출신 2008/02/19 [01:57] 수정 | 삭제
  • 군대 복무기간 대학등록금을 면제해주 던가 대학다니지 않는 병사들에게는9급공무원 월급을 줘야 한다고 본다. 군 가산점이란게 공무원 시험아니면 뭐에 쓰나?제대후 모든병사들이 공무원시험 보란말인가? 청춘을 조국에 바치는이들에게 대학등록금내지 9급공무원월급이야 줘야 하지 않겠나? 돈이 없다고, 연말말되면 갈아엎는 보도블럭이 전국적으로 얼마인데? 전투기 한대에 드는 몇천억원은 아무생각없이 미국눈치보면서 구입하면서 군대의 가장중요한 인적자원에는 무료봉사하라고?청춘의 그아까운시간 고돤훈련을 하는이들에게 휴가오면 집에서 교통비주고 용돈까지줘야하고 불우한 가정의 병사들은 휴가가기도 집안에 미안한 현상황이 옳은가? 또한 장교출신이나 부사관들도 병사들 복무하는 기간만큼은 같은 월급을 타야 하는것 아닌가?병사라고 거의무보수에 근무하여야 하는 근거가 뭔가? 교원과 공무원정년 근로기준법대로 55세가지 통일하고 여기서 남는돈으로 줘도 충분히 남고 청년실업해소에 큰도움된다 일자리는 세대별로 나눠가져야하는데 왜 기성세대들만 독점하나 .별 도움않되는 가산점 논쟁을 정말 병사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가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 백범 김구 2008/02/18 [21:11] 수정 | 삭제
  • 군가산점에 찬성하면 다 딴나라당 추종세력인가? 참나 어이가 없어서....
  • 가산점 찬성론자 2008/02/18 [17:59] 수정 | 삭제
  • '그래도 여성이 군에 가지 못한 것이 죄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굳이 차별을 해야겠다면 여성들에게 병역 의무의 짐을 지우고 나서 차별을 합리화하라고.'

    이 부분에서 조금 놀랐다. 그래도 그 사이 진도가 조금 나갔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겨레 신문 사설에도 가산점 반대와 관련해서 이런 내용이 나왔다.

    '군필자들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과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하는 형태여서는 안된다. 이를 위하여 우리사회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말 많이 본 수사법이다. 어쩌면 한결같이 자칭 진보개혁이란 것들은 가산점과 관련해서는 저런식의 수사로 끝을 맺더라.

    이 등신들아! 군가산점 위헌판결이 난지가 벌써 근 십년이다. 그리고 그동안 정권 잡은넘들이 어떤 넘들이었냐? 그런데 아직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냐? 그 지혜 짜내서 구체적 방안을 실천했어야 했던게 자칭 진보개혁세력 아니었냐?

    니들이 왜 지혜를 모아야한다는 원론에서 한발짝도 못 벗어나는지 아니? 간단하지. 늬들은 지금 거래를 하고 있는거야. 진보마초와 꼴펨간에 온정적 차별을 매개로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진보마초들은 자신의 진보성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된장꼴펨들은 그 온정적 차별을 즐김으로서 힘들고 어려운 의무에서 벗어나려 하는거지.

    가산점위헌 판결은 그것으로 끝날 수 있는 단발적 사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수많은 후속 과제를 안겨준 판도라의 상자였다. 과연 한쪽 성만이 의무를 짊어지는 형태가 옳은 것인지, 건강한 여성과 장애인 여성 사이에는 어떤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된 논의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논의를 외면코자 했던게 자칭 진보개혁세력이고 꼴펨들이었다. 왜? 이대로 가산점만 폐지되고 사회적으로 천한넘들이 군대에서 뺑이 쳐주면 그것만큼 좋은게 없거던...

    이미 OECD국가 가운데 20대 남성취업률은 최하위 수준이란다. 이 대한민국에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혼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제 이 나라의 아들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쓸데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보개혁세력의 파산은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문제인식 능력에 대한 심판이란 점도 조금은 인정하려므나. 저 사회적 약자들에게 이 나라의 가장 힘든 짐을 죄다 짊어 지우고 뒷일은 나몰라라 하는게 진보개혁이었더냐?

    조금 더 진도 나가길 바란다. 이것은 야유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난 소리다. 그 지혜, 그 묘안이 무엇인지 그 자체를 정면으로 고민하기 바란다. 그것이 소통을 위한 첫 걸음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