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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래의 손석희, 대학생 토론왕은 우리”
[현장] 국립국어원 주최 대학생 토론왕대회 열려,으뜸상에 성균관대 차지
 
김영조   기사입력  2007/11/04 [17:22]
우리는 종종 텔레비전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짜증을 내며 채널을 돌려버린다. 그것은 출연한 토론자들이 논리적인 얘기보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흥분하거나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하는 행태가 지겹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아직 토론문화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고, 교육하는 곳도 없는 탓일 것이다. 

▲서울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열린 토론왕 선발대회 모습     © 김영조

토론 능력이 없다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의사 표시를 제대로 못하는 것 그리고 상대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며, 이로 말미암아 사회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는 또 국가사회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기에 중대한 문제이다.
 
이를 걱정하여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가 주관하는 전국국어대회 토론왕 선발대회가 열렸다. 올해 두 번째인 이 대학생 토론왕 선발대회는 지난 11월 3일 늦은 2시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최종 4팀이 참가하는 결선대회를 치렀다. 토론의 주제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이 한국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이며, 이를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어 토론하는 형식이다.


▲토론왕 선발대회에서 국회의장이 주는 으뜸상을 받은 성균관대학교 김성태*정은하팀이 토론하고 있다.     © 김영조  

이 대회는 참가신청을 한 30개 팀에서 제출한 토론문을 평가하여 우선 24팀으로 줄였다. 뒷얘기에 의하면 지난해 대회 때는 토론문의 국어 능력 평가를 하지 않았고, 논술 능력만 보았지만 토론왕 선발대회가 최소한의 국어능력은 있어야 한다는 명분에 따라 올해부터는 국어 능력을 평가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나치게 영어를 많이 쓴 팀과 띄어쓰기가 엉망인 팀이 탈락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뽑힌 24팀은 지난 2일 이화여대 신세계관에서 예선을 치러 12팀으로 줄이고서 다음 날인 3일 이른 10시 30분부터 본선을 치러 6팀을 골라냈다. 이 6팀 가운데 하위 2팀은 장려상을 받게 되고 나머지 4팀은 늦은 2시부터 시작하는 결선에 참여했다.
 
결선에서 두 팀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눠 매서운 공격과 방어가 펼쳐졌다. 지켜보는 이들은 토론자들의 수준에 혀를 내둘렀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보았던 토론자들 못지않은 해박을 지식을 뽐내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갑론을박을 벌였기 때문이다. 상대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받아치기도 해 흥미진진 바로 그것이었다.

▲문화관광부장관이 주는 버금상을 받은 경희대학교 김태영*허길중팀이 토론하고 있다.     ©김영조

▲국립국어원장이 주는 장려상을 받은 단국대학교 김시현*장미선팀(위)와 이화여대*중앙대 연합 이은주*이상훈팀이 토론 하고 있다.     ©김영조

또 칭찬해야 할 것은 이들이 텔레비전 토론과 달리 전혀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토론을 벌였다는 점이다. 깍듯한 예의와 끊고 맺음이 분명한 토론은 토론을 하려는 사람의 좋은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정의 생각으로 준비해왔던 토론자가 결선에서 본의 아니게 긍정 팀이 되어 당황하는 빛이 보였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세계화는 바로 미국화다”든지 “국가 경제를 위해서는 일부 계층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등의 무리한 그리고 위험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 것은 옥에 티였다. 그들은 부정팀이 자신의 논리까지 적용하여 공격하는 데는 난감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국회의장이 주는 으뜸상엔 성균관대학교 김성태∙정은하팀이 뽑혔고, 문화관광부장관이 주는 버금상엔 경희대학교 김태영∙허길중팀, 국립국어원장이 주는 우수상엔 이화여대∙중앙대 연합 이은주∙이상훈팀, 단국대학교 김시현∙장미선팀이 상을 받았다.  

▲인사말을 하는 이상규 국립국어원장     © 김영조
 
▲인사말을 하는 남영신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장(왼쪽)과 심사위원장인 상명대 구현정 교수(상명대 국어상담소장)     © 김영조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상명대학교 구현정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들 우리는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의 토론으로 그것은 괜한 걱정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이 때문에 심사위원들을 기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말하기 수준을 높이려면 초중고 때부터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라고 심사 느낌을 말했다.
 
지켜보는 이가 많지 않았던 이날 토론왕 선발대회는 모두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의 토론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세상이 끝없는 토론 마당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자들은 물론 지켜보던 이들은 한결같이 앞으로는 교육의 현장에서 꾸준한 토론 교육이 이루어지길 비손했다. 또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응원하는 그런 토론왕 선발대회가 되기를 비는 마음이었다. 

▲맨 앞에 앉은 심사위원들     © 김영조
 

토론은 소통하는 예술이다
[대담] 으뜸 토론왕 김성태∙정은하팀
- 토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토론을 정석대로 잘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행위라 생각한다. 또 토론은 경쟁이자 싸움이지만 소통하기 위한 대화라고 생각한다면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토론은 한 마디로 소통하는 예술이다.”
 
- 토론 능력이 사회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나?

“학생들은 보통 말은 잘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받아들이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이 능력은 토론 훈련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해석하고 대화하는 것은 사회생활의 기초적 요건일 것이다.”
 
-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토론에서는 먼저 주제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게 선행되지 않으면 토론 자체가 성립되지 못한다. 또 그에 못지않은 것은 상대방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소화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공격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 수 있다.”

▲토론왕 선발대회에서 국립국어원장으로부터 으뜸상을 받는 성균관대학교 김성태(온른쪽)*정은하팀(가운데)     © 김영조

-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물론 한미자유무역협정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아직 그것이 이르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 분명한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이고, 대응책과 보완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청회를 제대로 열지 않고 여론수렴도 미흡한 상태의 졸속협상은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 토론을 준비하면서 보람이나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공개된 많은 자료는 국내총생산(GDP) 따위의 수치를 뚜렷한 설명도 없이 바꾸는 등 왜곡한 부분이 있어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것을 발견한 것은 스스로 뿌듯했다. 또 정부가 양극화는 그동안의 쌓아진 구조적인 결과 때문이지 한미자유무역협정 때문에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리화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자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토론제안서에 김성태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소년, 지금 토론과 함께 그 꿈을 이루고자 합니다. 힘차게 뛰는 저의 박동소리가 들리십니까?”라고 야심 찬 포부를 밝힌다. 또 정은하는 “스무살의 소녀, 소설 속 세종대왕을 만나다. 가장 좋은 것은 토론을 통해서 사람을 얻었다. 토론의 매력에 빠져 헤엄치다.”라며, 사람을 얻고 행복해지기 위해 토론왕 대회에 참여했음을 얘기한다.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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