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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러운 올해 '외솔상' 수상자 선정
[논평] 명쾌하지 않은 수상자 선정, 외솔회는 최현배 선생 뜻 받들어야
 
김영조   기사입력  2007/10/27 [09:20]
우리 겨레의 자랑인 한글을 빛낸 분으로 우리는 주시경, 최현배, 허웅 선생을 꼽는다. 그들의 나라사랑과 한글사랑은 오늘의 한글이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특히 해방 뒤 나라의 기틀을 새롭게 다져야 할 때 문교부 편수국장을 맡았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공로는 짧은 글솜씨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     © 김영조
최현배 선생은 호가 외솔인 한글학자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으며, <우리말본>, <한글갈>, <글자의 혁명>, <나라 사랑의 길> 따위 책들을 펴냈다.
 
최현배 선생은 조선어학회 창립에 참여하고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위원회 준비위원이 되었으며,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 제정 등에 참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던 중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8·15광복 때까지 3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8·15광복 후 미군정청 편수국장이 되어 교과서 행정을 담당해 그 기틀을 잡았고, 한글학회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1951년 다시 문교부 편수국장이 되었다가 1954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장, 부총장을 지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을 뜻을 펴나가는 재단법인 외솔회(이사장 김석득)는 해마다 나라사랑의 뜻이 투철한 분으로 학술과 실천, 두 분야에서 업적이 뛰어난 분들에게 외솔상을 시상하고 있다. 외솔상은 그동안 제1회 문화부분 이주근, 실천부분 이숙종에 이어 제2회 문화부분 허웅, 실천부분 윤석중을 비롯해 공병우, 전택부, 정인승, 안호상 선생 등이 받았다.
 
올해도 지난 10월 25일 늦은 5시 언론회관(서울 프레스 센터) 19층 기자회견에서 제29회 '외솔상' 시상식을 했다. 외솔회는 올해의 수상자로 외솔상 심사위원회의 가림을 받아 <문화 부문> 수상자로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 전인초 교수와 <실천 부문> 수상자로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을 뽑았다.
 
외솔회의 선정 사유를 보면 전인초 교수는 한국학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 아래 중국문학과 한국문학과의 관계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동방학 속의 한국학과 한국비교문학을 개척한 창의적 업적을 높이 샀다고 한다.
 
또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은 우리말의 체계적 연구와 이론을 바탕으로 나라 안과 나라 밖에 우리말글을 널리 폄으로써 나라말글의 지적인 위상과 겨레 얼을 드높인 공적을 들었다.
 
하지만,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발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그것은 수상자들을 뽑은 까닭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먼저 전인초 교수는 그의 업적이 정말 최현배 선생의 뜻을 펼치는 문화부분 수상자로 적격자인지 잘 모르겠다고들 얘기한다. 간단한 선발 사유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며, 그가 누구인지 한글운동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또 실천부분의 김승곤 한글학회 회장은 한글운동계를 대표하는 학회의 현직 회장으로 한글학회 외솔회는 이사들이 서로 교차해 겸직하기도 하는 우호적인 단체이다. 그런 단체의 현직 회장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것은 혹시 나눠 먹기로 비칠 수도 있다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들도 김승곤 회장이 수상자로서 적격자가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회장직을 그만두고 나서 시상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고들 말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거론하자 외솔회 박대희 총무이사는 "추천을 받은 사람 가운데서 뽑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현직에 있는 사람도 수상이 가능하고, 또 전인초 교수는 두드러진 업적이 있다"라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이런 대답이 과연 올해의 외솔상 시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국어학자이며, 애국선현인 최현배 선생을 올바로 기리려면 이런 논란이 일지 않도록 객관적인 시상을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동안 외솔회는 모범적인 학술단체로서 자리매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평가에 누가 되지 않는 외솔상 시상이 되도록 더욱 고민하는 자세를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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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27 [09: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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