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선일보의 '개과천선' 장담못하겠다
조선일보는 '반북'교조주의와 '반DJ'콤플렉스에 빠져있어
조선일보 연속비판한 조선장학회 출신 정태욱교수 인터뷰
 
윤익한   기사입력  2003/08/07 [19:15]

조선장학회 출신 정태욱(영남대 법학부)교수가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선일보를 강하게 비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에 실린 정교수의 글     ©조선일보홈페이지
정 교수는 8월 6일 조선닷컴에 있는 '조선일보 못참겠다' 코너에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조선일보의 역할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일보가 '반북'의 교조주의와 '반DJ'의 콤플렉스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흐름은 점점 분수령을 향해 올라가고 있어 올바른 인식과 관점이 절실한 때인데, 조선일보는 소위 ‘민족정론지’로서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지난달 있었던 윌리엄 페리 미국 전 국방장관의 전쟁위기 발언을 조선일보가 왜곡하면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조선일보가 페리 전 국방장관의 발언을 7월 17일자 '한반도 전쟁을 향해 흘러간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으면서 페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조선일보 독자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패권적 이익을 위해서는 한민족의 생존을 희생할 수도 있다는 위험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다"면서 "조선일보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물샐 틈 없는 한미공조’에는 그러한 문제의식이 들어 갈 틈이 없는지도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정 교수는 조선일보가 페리 정 장관의 발언에서 참뜻은 도외시하고 “이보다 더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할 쪽은 한국 정부다”, “‘평화적 해결’ 이라는 구호 하나 치켜들고 시간을 보내왔다"고 쓰면서 전쟁위기가 마치 우리 정부의 책임인 양 호통을 쳐대는 것을 보고 있으려면 가소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도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해소하고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애써 노력해 왔는지 조선일보는 모르는가?"라고 물었다.

정 교수는 글에서 조선일보의 문제점을 ‘반북=평화’라는 교조적 인식과 ' 반DJ’의 콤플렉스에 빠져 보수적 ‘언론’이기보다 ‘보수정파’의 언론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의 정치적 노선도 원래의 덕목에 충실한 보수주의가 아니라 수구냉전의 당파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교수는 이 글에 앞서 지난 6월에도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전하는 글>을 같은 코너에 기고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편, 조선닷컴 관계자는 지난 5월 15일 조선닷컴이 사이트 개편과정에서  '조선일보 못참겠다' 코너를 조선일보와 조선닷컴에 나오지 않는 소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신설했고, 조선일보가 자사의 홈페이지 메인에 비판적인 코너를 신설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시도이며 중요한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본다고 밝혔었다. 

[관련기사]
윤익한, 독자를 못참게만드는 '조선일보못참겠다' 코너 (대자보 2003.7.7)
김주영, '안티조선 위력 실감', '내부적 문제도 많아' (대자보 2003.7.2)
윤익한, 조선일보 ‘정치, 진실, 언론’에서 실패했다 (대자보 2003.6.27)

조선일보 장학회 출신이면서도 조선일보를 향한 비난의 칼을 거머쥔 정태욱 교수와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정태욱(영남대 법학부)교수     ©영남대학교홈페이지
▶ 지난 6월 25일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전하는 글> 이후 다시 글을 쓰게 된 배경은
정 교수> 지난번에 글을 올린 다음에 주위에서 말이 많았다. 아는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코너에 지속적으로 글을 써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와서 하게됐다.

▶ 조선장학회 출신 교수가 조선일보에 비판적 기사를 써서 화제가 됐었다. 이후에 주위의 반응은
정 교수> 여러 사람들로부터 격려의 얘기도 듣고 때론 험한 말도 들었다. 조선일보에 어떤 기자는 나에게 메일을 보내, 내 글에 동감한다면서 조선일보 안에서도 이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나 조선장학회 측에서 글을 쓴 이후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나
정 교수> 내가 조선일보에 비판적인 글을 2000년 가을부터 썼는데, 그때도 조선장학회측에서는 별 언급이 없었다. 지난번에 글을 쓴 다음에도 조선일보나 장학회측은 나에게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 정 교수 입장에서는 반응이 없다는 부분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아닌가
정 교수> 아쉽다기 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내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조선일보측에서도 느끼는 바는 있다고 생각한다. 한 두 번해서 효과 난다고 생각 안하고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 정 교수가 글을 올린 이후 조선일보가 변화하는 모습이 있는가.
정 교수> 이전보다 신중해 지는 모습은 다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선일보가 '개과천선'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다. 조선일보가 이런 코너를 만든 취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인터넷판 조선닷컴이 아닌 종이신문과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들이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조선일보 기자들이 이른바 선배기자들을 통해 '반복학습'을 하면서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는 언론계 일각의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정 교수> 그런 부분이 조선일보 내부에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무엇보다 기자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논설팀이 전체적인 논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그런 사람들이 변할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 아직은 회의적이다.

▶조선일보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정 교수> 이전에 글에서도 말했지만, 사주와 논설팀, 데스크와 같이 조선일보를 이끄는 사람들의 정체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현대사를 걸어오면서 조선일보에 그런 것들이 내재돼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안티조선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교수> 안티조선운동이 우리사회에서 기여한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역동성과 건전성을 보여주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다소 응집력이 떨어진 것 같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언론개혁운동을 확장해 온 측면은 옳다고 생각한다. 또 안티조선운동이 그런 부분에서 침소봉대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 미디어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8/07 [19:1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