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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폭락 사태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인가
[새사연의 눈] 파생금융상품은 경제 '꽃' 아닌 '괴물', 경제관료 신뢰못해
 
새사연   기사입력  2007/08/20 [01:24]
지난 8월 16일 코스피 주가지수가 하루만에 125.91포인트(6.93%) 떨어지면서 사상 최초로 100포인트 이상이 폭락했다. 이날 하루 코스피는 62조 원 이상, 코스닥은 10조 원 이상으로 모두 72조 8천억 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엔케리 트레이드 여파로 17일 코스피 주가지수는 1600선대로 대폭락 했다     ©새사연
지난 7월 25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을 당시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1,103조 원을 넘어섰다고 흥분했지만, 8월 16일 주가총액은 다시 932조 원 대로 주저앉아 흥분은 좌절로 바뀌었다. 불과 한 달이 안 되어 171조3,000억 원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시가총액 1~3위 기업인 삼성전자, 포스코(POSCO), 한국전력의 주식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도대체 한 국가의 예산에 맞먹을 자본이 한 달 만에 사라져 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금융자본의 운동이 연출된 것이다. 현재 증시전문가들은 주가 저지선을 1,650으로 보고 있지만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외국인과 개미들의 엇갈린 이해관계
 
이 와중에 모두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올 들어 외국 자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체계적으로 매도를 해왔다. 최근 한 달 동안만도 10조 원 이상의 주식을 팔았고, 지난 16일에도 1조 3,000억 원을 팔았다. 그 결과 2006말 기준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37.3퍼센트이던 것이 지금은 30퍼센트 초반으로 바뀌었다.
 
반대로 개인들은 지난 기간 몇 번의 주가폭락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이후 주식형 펀드에 몰린 자금만 4조 원이 넘었다. 결국 주가폭락이 이어지면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16일 매도세에 가세하면서 주가낙폭을 키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인투자가들은 이미 상당한 투자손실과 원금손실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태다. 개미들이 주가를 지지할 수 없게 되자,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매입하여 폭락을 저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이 대열에 가세했고, 16일에만 2,000억 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은 신흥시장 치고는 유동성이 아주 좋아 외국인이 볼 때 팔기가 용이한 시장"이라며 "한국시장은 그동안 많이 올랐고, 기관이 잘 받아줘 차익을 실현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주식시장 등락 혼란 와중에 외국인들은 짭짤하게 차익을 실현해왔고, 개인들은 이를 뒤따라 다니다가 손실을 입었으며, 외국인 차익실현을 위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분주히 주가 방어를 하고 있는 구조다. 그 사이 국민경제는 혼란과 불안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식시장 등락 혼란 와중에 외국인들은 짭짤하게 차익을 실현해왔고, 개인들은 이를 뒤따라 다니다가 손실을 입었으며, 외국인 차익실현을 위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분주히 주가 방어를 하고 있는 구조다. 그 사이 국민경제는 혼란과 불안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고의 금융발명품’ vs ‘현대 자본주의의 괴물’
 
알다시피 한국을 포함한 최근의 주식시장 폭락사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때문이었고, 지난 16일 폭락은 여기에 더하여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일본자금을 이용한 해외 자산투자) 청산 움직임에 대한 불안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는 8월 14일 재경부 직원 게시판에 올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다녀와서’라는 글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엔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회수된다면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고 이것이 곧바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미국 내 10퍼센트 남짓 점유율 밖에 되지 않는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연체 증가와 대출업체 부실 확대가 어째서 세계 금융시장과 한국주식시장에 이처럼 큰 영향을 주는 것일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온 것은 실상 서브프라임 모기지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이뤄지면 그것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 채권이 발행되고, 다시 이 채권을 토대로 한 파생상품이 만들어진다. 그런 이유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골드만삭스나 사모펀드, 해지펀드의 부실로, 그리고 전세계 금융유동성과 신용의 위기로 번져가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 1건에 파생상품 10개가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게 금융관계자의 말이다. 미연방준비은행 전 총재 그린스펀도 "파생금융상품의 복잡성 증가로 금융당국과 은행은 이제 위험수준을 측정하기 어렵게 됐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이면인 세계 금융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고의 금융발명품인 파생금융상품이 금융위험도를 분산시키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의 ‘꽃’이 아니라 ‘괴물’로 변하고 있다.
 
금융을 최첨단의 ‘미래성장동력’이라며 금융허브로 한국의 살길을 찾자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2차 금융 빅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서두르는 한국의 경제 관료들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 본문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연>(http://eplatform.or.kr/)이 발행하는 'R통신 50호' 이슈해설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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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8/20 [01: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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