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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에 ‘한국언어문화공동체’를 만들자
[김영조의 민족문화 사랑] ‘한국어 세계화 전략 수립을 위한 토론회’ 열려
 
김영조   기사입력  2006/12/16 [19:46]
올해는 한글날이 국경일로 첫 잔치를 치렀다. 또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어언 560돌이 되었다. 그동안 한글이 여러모로 푸대접을 받아왔지만 이제야 그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은 모두가 쉽게 글을 배우고 쓰게 하려는 것이기에 그 최고의 글자 한글을 우리 겨레만이 아닌 세계인이 같이 쓰면 좋을 일일 것이다.

▲ '한국어 세계화 전략 수립을 위한 토론회' 소책자 표지     © 국립국어원 제공
물론 그동안 여러 단체가 한글을 글자 없는 나라에 보급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세계에 그 위대함을 알리려는 노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 한글의 세계화는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모두의 일치된 이야기다.

그런 마당에 언어정책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국립국어원이 한글의 세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립국어원은 몽골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한국어문화학교’ 300개를 단계별로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한국어 세계화 전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지난 12월 15일 늦은 2시에 국회 도서관 내 소회의실에서 열었다.

토론회는 먼저 국립국어원 이상규원장이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나누는 열띤 토론의 마당이 되어 정부의 한국어 세계화 전략을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계기를 만들어 달라.”라는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5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하여 축사를 해주었다. 기조발표에 앞서 ‘한국어 열풍, 아시아에 불다. “라는 동영상을 상영했다.

맨 처음, 국립국어원 이장협 기획관리과장이 “동북아시아 지역 한국어 보급 방안‘이라는 기조발표가 있었다.

기조발표에서 그는”세계 무한 경쟁 시대에 국가 언어정책의 시각과 전략을 ’미시적 지역주의‘에서 ’거시적 세계주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 그 기본 방향은 한국어 국외 보급체계를 ‘국립국어원’으로 일원화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북아시아에 ‘한국언어문화공동체’를 먼저 구축하며, 이를 토대로 한국어 문화권역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 ‘한국어 세계화’를 추진하는 세부전략으로 국립국어원은 2007년부터 현지 특화형 ‘한국어 문화학교'를 단계별로 설치 운영하고, 한국어 교육 전문인력의 체계적 양성˙공급과 표준 교육프로그램, 다양한 교재 등의 개발과 지원 등을 할 것이다. “라고 발표했다.

이후 송향근 부산외국어대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박영대 북경 한국문화원장, 우르진룬데브 주한 몽골대사, 곽병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이광석 경북대 교수, 김석진 경북대 교수, 배기찬 동북아시대위원회 실장, 정도상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이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 '한국어 세계화 전략 수립을 위한 토론회'의 토론자들(왼쪽부터 이광석, 김석진, 곽병찬, 배기찬, 송향근, 우르진룬데브, 정도상, 박영대)     © 김영조

맨 먼저 토론을 시작한 박영대 북경문화원장은 말한다.

“중국에서는 자고 나면 대학 한국어과가 한 군데 생기는 정도임은 물론,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를 열풍이다. 하지만, 현지의 한국어 교재는 기초적인 부분도 잘못된 것은 물론 한국어 교육에 체계적 원칙도 없고, 현장의 목소리도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한국문화도 동시에 배우기를 원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일방적이 아닌 교류를 바탕으로 하여 오해와 편견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토론에는 주한 몽골대사관의 수장인 우르진룬데브 대사가 참석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여 관심을 끌었다.

그는 “몽골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까닭은 호기심, 한국에 취업, 몽골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취직 등의 세 가지이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뒤 한국말을 배워도 취업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 한국어 세계화는 힘으로는 안 된다. 상대가 있는 것이기에 상대의 문화에 맞출 필요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북대 이광석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정책의 차원에서 따끔한 말을 한다. “계획을 세울 때는 대체로 세 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실제 논리를 개발하고, 입안하는 데는 사회과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한 정책이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비슷한 기관들의 객관적 모습을 파악한 다음 우리 위상에 걸맞은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계획이 그런 방향에 맞는지 의심스럽다.”

▲ 기조발표를 하는 이장협 국립국어원 기획관리과장     © 김영조
이밖에 곽병찬 논설위원은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실태를 얘기하면서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강조했고, 김석진 교수는 국외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는 기관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과 한국어 세계화가 졸렬한 민족주의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배기찬 실장은 한국어가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체계로 돌아가야 하며, 한글의 세계화만이 아닌 세종임금의 철학을 세계화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정도상 상임이사는 국무총리 산하에 ‘한국어위원회’를 두어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집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진지한 기조발표와 그에 대한 보완과 질책, 그리고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이 이어진 다음 세 시간의 일정을 마쳤다.

한국어를 세계화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단군임금의 ‘홍익인간’ 정신을 올바로 구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세계에는 글자가 없는 민족이 많고, 그로 인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만 이 위대한 글자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한글을 세계인이 같이 누리는 날을 만들어가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토론회는 그 중요한 시작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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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16 [19: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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