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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의 '얼굴'을 감추는가?
[지오리포트의 눈] 스카프에서 눈가리개... 무슬림 여성의 다양한 '베일
 
지오리포트   기사입력  2006/12/08 [23:26]
영국에서는 지금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의 발언에서 지펴졌다. 잭 스트로 전 장관은 이달 초 “얼굴을 가린 사람과 대화하는 건 불편하다. 무슬림 여성들이 자신과 얘기를 나누려면 니카브(niqab)를 벗어야 한다”고 말해 무슬림의 반발을 샀다.

이어 토니 블레어 총리 역시 17일 기자회견에서 “니카브는 무슬림 공동체 밖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거들었다.

영국 밖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로마노 로디 이탈리아 총리는 같은 날, “무슬림 여성들이 이탈리아에 통합되고 이탈리아의 미래의 일부가 되고 싶다면 베일 뒤에 철저히 ‘숨어’서는 안 된다”고 ‘엄호’하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머리만 가릴 뿐인 히잡(hijab)을 둘러싼 논란도 겪은 바 있다.

한편에서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결례라고 ‘나무라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문화 및 종교에 대한 몰이해 또는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논란이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우선 ‘왜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의 몸의 일부를 감추는지’ 그리고 정작 자신의 몸의 일부를 감추는 무슬림 여성들의 생각은 어떤지 알아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무슬림 여성들은 왜 자신의 일부를 감추는가?

히잡이든, 챠도르든, 부르카든 무슬림 여성들이 자신의 몸의 일부를 감추는 데는 종교적 이유와 아랍의 지역적 전통이 함께 섞여 있다.

“여성의 육체는 사탄의 집”

아랍 남성들이 보는 여성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속담이다. 여성의 육체는 아름다우며, 또한 연약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사탄이 탐내는 여성의 육체를 ‘보호’하려면, ‘은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슬람의 경전 꾸란(코란의 아랍어) 33장59절은 이렇게 전한다.
“오 예언자여, 그대의 아내와 딸과 믿음이 있는 여성들에게 ‘외투로 몸을 감추어라’ 라고 말하라.”

꾸란에서는 감추어야 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비롯한 예언자들과 후대의 율법학자들은 ‘손과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으로 규정했다. 완고한 무슬림은 얼굴마저 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일이 여성을 ‘보호’한다는 생각은 이슬람교가 발흥한 7세기 이전 아랍 지역의 현실에서 비롯됐다.

부족 간 전투가 일상적이었던 당시 아랍사회에서는 숱한 여성들이 다른 부족 남성들에 의해 유린당한 뒤 버림 받았다. 노예가 되고, 매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면 딸, 누이가 끌려가 강간과 살해를 당했다. 여성은 성의 ‘대상’이었을 뿐 존엄성을 갖춘 ‘주체’가 아니었다. 약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주요 방편은 의상으로 미모와 성적 매력을 감추는 것이었다.

발까지 덮는 느슨한 원피스를 입는 것도 이 같은 필요에서 생겨났다. 여체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완고한 아랍 또는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들이 바지를 잘 입지 않는 것은, 바지는 다리의 윤곽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성적 매력’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여체를 감추려 한 것이 부족 간의 전투가 잦았던 아랍 ‘지역’의 전통이라면, 무함마드가 말했듯 ‘손과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감추라고 한 것은 이슬람의 전통에 가깝다. 이슬람의 가르침으로는, 얼굴은 드러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 얼굴까지 가리도록 하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지역적인 전통과 아집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때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여성들을, 눈까지 포함한 육체 전체를 가리도록 강요한 것은 이슬람의 가르침으로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완강한 가부장적 사고가 여성들을 ‘감옥 같은 의상’에 가두어버린 것이다.

무슬림 여성들이 자신들의 몸의 일부를 감추는 것에는, 종교적인 이유 외에도 ‘여성 보호’를 빌미로 여성을 억압하려는 아랍 남성들의 ‘마초적’ 이중성이 무시하지 못할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난 받을 부분이 충분하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지도자들이 느닷없이 무슬림 여성들에게 베일을 벗으라고 강요할 권리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럽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무슬림 여성들 중 많은 이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유의지로 몸을 감추는 것이다.눈에 거슬리기는 하겠지만, 피해를 주는 건 아닌 것이다. 상대의 전통과 관습은 존중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무슬림 여성들의 생각은 어떤가?

다음은 영국 방송 BBC가 18일 아랍 국가 및 이란의 무슬림 여성 4명의 의견을 들은 내용이다.

후다(Huda), 29세. 대학생. 시리아.

나는 신을 숭배하는 행위로써 베일 또는 니카브(niqab,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의상)를 쓴다. 무슬림으로써 나는 여성들은 히잡(hijab, 머리를 가리는 의상) 또는 베일을 착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 가족들 모두가 이슬람 복식 규정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실제 어떤 이들은 내가 얼굴까지 가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결정을 반대했지만, 나는 내가 정당하다고 믿는 바대로 했다. 내 결정 덕분에 나는 그들의 마음을 바꿨고, 지금 그들은 나를 받아들인다.

나는 내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개의치 않는다. 나는 베일을 쓰는 것은 신의 의지라고 믿는다.

알리아(Alia). 37세. 교사. 이라크 바그다드.

나는 다마스쿠스에서 바그다드까지 버스를 타고 여행한 적이 있다. 이라크 국경으로 들어섰을 때, 얼굴을 가린 채 총을 든 사람들이 버스를 세우고 올라섰다.

나는 히잡을 쓰고 있었는데, 버스 안이 덥고 어두워서 버스를 타고 있는 동안은 벗고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 중 기독교 신자인 이라크 여성이 있었는데, 총을 든 사람들은 이 여성에게도 머리를 가리도록 명령했다.

사람들은 총부리를 겨누며 히잡을 쓰도록 강요한다. 여성들은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히잡을 쓰면 구속감을 느낀다. 그리고 내 인격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히잡을 계속 써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쓰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진정한 믿음은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신이 아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살와(Salwa). 27세. 이집트 카이로.

내가 히잡을 쓰기로 한 것은 사회적 압력 때문이다. 대학교에 가기 전까지 내 생활 반경은 넓지 않았다. 학교와 집을 오갈 뿐이었다.
대학교를 나와 직장을 가진 후 사회와 접촉하면서 나에게 변화가 왔다.

사회를 더욱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은 존경할 만한 여성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은 갖은 곤란을 겪기 쉽다. 주로 말로 상처를 입는다.

입방아에 오르거나, 비난하는 듯한 시선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히잡을 쓰기로 했다.
예전에는 사소한 일로도 나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상냥해졌고, 괴롭힘도 덜 당하게 됐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 내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깊은 신념으로 히잡을 거부한 것이이 아니었다.

나는 내 결정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하여 나는 이제부터 히잡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머니는 내 결정을 탐탁하게 생각지 않으셨고, 서로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가 내 선택을 더 이해하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사람을 외양으로 재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나는 우리가,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우리의 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인류는 그의 겉모습보다 더 많을 것을 갖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아베르(Abeer). 33세. 쿠웨이트 거주 이라크 여성.

청소년 시절 나는 히잡을 혐오했다. 언젠가 나 스스로 히잡을 쓰게 될 것이라고는 단 한 순간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엔 히잡에 대해 분개했다. 가족들, 특히 아버지가 강요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종교적으로 엄격한 분이 아니셨는데, 장애인이 되고 난 후 변하셨다.

나는 히잡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무시한다는 느낌을 늘 가졌다. 나는 여러 해 동안 히잡을 쓰는 것을 거부했다. 대학에 갈 때까지도. 머리를 가리기에는 내 여성성에 대한 애정이 그토록 컸던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간 후에는 마음을 바꿨다. 직장에서 대부분의 동료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히잡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을 한 것이 기뻤다. 내가 변한 뒤 가족들과 동료들로부터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지지를 받았다.

나는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죄책감도 더 이상 갖지 않았다. 나는 드디어 내 종교가 요구하는 것들 중 하나를 이행했다고 느낀 것이다.

나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나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나는 청소년인 내 여동생에게 간혹 말한다. “단지 내가 히잡을 쓰기로 결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동생인 너도 히잡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야.”

나는 동생이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유의지로 판단한 후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용기를 갖기를 바란다.

 

히잡, 챠도르, 부르카... 어떻게 다른가
BBC, 무스림 여성의 다양한 '베일' 소개

 
최근 영국에서는 무슬림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 등 몸을 가리는 것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논쟁을 촉발시킨 영국의 몇몇 지도자들이 한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얼굴을 숨기니 불쾌하다.'

그러나 그들은 앞으로도 가릴 것이다. 그런데, 어디까지 감추는 걸까? 무슬림 그리고 아랍지역의 여성들이 숨기는 부분는 지역에 따라, 개인의 종교 및 가치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베일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영국 방송 BBC는18일 여러 종류의 베일을 정리해서 소개했다.

국내외 언론들이 자주 부정확하게 소개한 용어들이 이 설명을 보면 쉽게 이해될 듯하다. 무슬림 또는 아랍지역 여성들이 착용하는 '가리기 위한 의상들'을 소개한다.

▲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베일들.  ⓒ BBC
히잡(hijab)은 아랍어로 베일(veil)이란 뜻이다. 히잡은 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머리 스카프를 이른다.

무슬림은 히잡을 종교와 여성성의 상징으로 간주한다. 히잡은 원래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이 있다. 유럽에 살고 있는 무슬림 여성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히잡은 사각형 스카프로, 머리와 목을 가리지만 얼굴은 가리지 않는다.

니카브(niqab)는 얼굴을 가리는 베일인데, 눈은 보이도록 한다. 그러나 니카브는 별개의 눈가리개(eye veil)와 함께 착용하기도 한다.

잭 스트로 전 영국외무장관은 무슬림 여성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최근 했는데, 바로 니카브를 두고 한 말이다.

니카브는 머리 스카프와 함께 쓴다.

부르카(burqa)는 이슬람의 베일 중 가장 심하게 가리는 의상이다. 부르카는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린다. 눈 부분은 망사로 된 가리개를 착용한다.

알 아미라(al-amira)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two-piece) 베일이다. 알 아미라는 보통 무명 또는 폴리에스테르로 된 꼭 끼는 두건과 튜브 모양의 스카프로 이루어져 있다.

샤일라(shaylaa)는 길고, 직사각형의 스카프인데 주로 걸프지역 여성들이 착용한다.
샤일라는 머리를 감싸고, 어깨 부분은 걷어 올려서 두르거나 핀으로 고정시킨다.


키마르(khimar)는 긴, 어깨 망토 모양이며 허리까지 내려온다. 머리카락, 목, 어깨는 완전히 감추지만 얼굴은 드러낸다.

이란 여성들이 외출할 때 두르는 챠도르(chador)는 몸 전체를 감싸는 외투인데, 때때로 작은 머리 스카프를 그 밑에 쓰기도 한다.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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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08 [23: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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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7/01/07 [02:15] 수정 | 삭제
  • 가슴을가리는 머리수건..

    몸매가 드러나는 딱붙는 스타일의 옷을 피하고 엉덩이는 가려지게

    발목까지는 가려야함. 그 외에 얼굴 가리고 이런건 지역별 문화에
    따른것이고 코란에 명시된 바만 지키면 됩니다.
    잘못써진게 좀 많은데...그냥 이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