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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는 광우병 방송, 꼴값떠는 정치
[논단] KBS 광우병방송이 주는 메시지와 끝없이 무능한정권, 정치인
 
김영국   기사입력  2006/10/30 [20:15]
역사의식과 사명감 있는 '방송'도 때론 아름답다

“1시간 내내 충격이었다.”
“앞으론 채식만 해야겠다.”
“미국 쇠고기는 절대 먹지 않겠다.”
“한심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화가 나고 허탈하다.”
“너무 유익한 프로그램! 감사합니다.”


어제(29일) 밤에 방송된 <KBS 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편을 본 시청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이날 KBS 스페셜 ‘시청자 소감’ 게시판에는 다른 프로그램 방영 때보다 훨씬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와, 적절한 때 국민 건강을 위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준, 방송 관계자들에 대한 격려와 찬사가 이어졌다.

미국 현지의 소 사육장과 도축작업장 환경이 그동안 정부의 발표 내용과는 다르게 심각한 수준이었고, 광우병이 얼마나 끔직한 병인지 광우병 천국인 영국의 ‘조안나’라는 소녀의 죽음을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반응은 일찍이 예고됐다. 지난 27일 일부 포털사이트에 소개된 이날 방송의 ‘예고 기사’에는 충격과 함께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면서 2,000여 개가 넘는 네티즌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가뜩이나 방송사들이 서민들의 삶에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국가적 사안(한미FTA 등)에는 무성의·무능한 보도로 일관하면서 선정적인 보도에 치중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차에 간만에 유익한 기획보도가 나온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그 방송을 만들고, 내보내기 위해 이강택 PD와 관계자들이 들인 공과 용기 그리고 역사적 사명감을 평가한다. 이 PD는 지난 6월에도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을 연출해 큰 반향을 일으키며 국민들이 한미FTA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물꼬를 텄다.

29일 <KBS 스페셜>에서는 단지 쇠고기를 좋아해 즐겨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한 소녀가 ‘인간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려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 소녀는 한밤 중에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손을 쓰지도 못했고 나중엔 걷지도 못했다. 이어 음식을 삼킬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방송에 나온 깁스 부부는 어린 딸의 죽음을 잊지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 “다른 나라들도 이 병의 위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소를 빨리 살찌우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 사료를 먹여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힌 대가로 생긴 ‘동물의 복수’를 결코 가벼이 넘기지 말라는 경종이기도 했다.

또 공장형 축산시설에 갇힌 채, 분뇨와 오물더미 위에서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을 맞으며 살 찌워지는 미국 소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거기에다 소에게 먹일 동물성 사료를 만들기 위해 밤 늦게 대형 트럭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축의 내장 등 부산물들을 보는 순간 ‘욱’ 하고 올라올 정도로 역했다. ‘소같은 되새김 동물에게만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미국 사료정책의 참혹한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농림부)는 29일에 이어 30일에도 <KBS 스페셜> 방송에 대한 ‘반박 보도 자료’를 내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 했다. 파문 확산 차단에 급급한 것이다.

그러나 농림부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 등은 미국의 입맛대로 낮춰놓은 기준이란 지적도 많다. 또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라도 살코기만은 안전하다.’는 농림부의 주장은 ‘살코기에도 광우병 병원체가 존재한다.’는 세계적인 광우병 학자들의 최근 잇따른 연구 성과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거기에다 미국의 광우병 위험에 대비한 위생관리 및 검사체계나 사료정책 등은 허술하다 못해 ‘엉망’인 수준이란 지적도 많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자체 보고서에서조차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주저앉는 소’까지 식용으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며 확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비해 우리 정부가 2007년부터 도입 예정인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도 적용 대상이 300㎡(90평) 이상의 음식점에 한해서다. 이에 따라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소 규모 음식점은 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해도 이를 알 수 없는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3년 만에 美 쇠고기 첫 반입, "드디어 왔노라! 광우병 소"  

그런데 오늘(30일) 아침 드디어 지난 2003년 12월 27일 미국 워싱턴주의 광우병 발생으로 금지됐던 미국산 쇠고기 9톤(t)이 인천 공항을 통해 의기양양하게 국내로 들어 왔다.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한국 땅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광우병 소!”을 외치며 개선했다. 미국의 거대 축산업계가 오매불망 기다려 온 순간이었다.

이번에 들어온 쇠고기는 국내 수입업체인 N사가 미국 캔사스주 ‘크릭스톤 팜스(Creekstone Farms)’의 작업장에 의뢰한 등심, 뼈가 제거된 갈빗살 등 3개 부위 9톤 물량이다. 크릭스톤 팜스는 지난 2004년과 2005년 세 차례에 걸쳐 미국 농무부에 의해 광우병 검사 관련 3건의 위반 사실이 적발된 곳이다.

이번에 첫 수입된 물량은 전수검사 및 잔류물질 검사 등 통관절차를 마치고 나면, 11월 중순경 국내 시중에 유통될 전망이다.

한편 농림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오늘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707개 상자를 모두 개봉해 수입 금지 조건인 특정위험물질(SRM) 및 뼛조각 포함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그러나 이번에 수입된 쇠고기에 한해서만 전수검사(표본 추출 없이 모든 물량을 검사하는 것)를 하고, 이후 들어올 물량에 대해서는 2회차는 10개 부위만, 3회차는 4개 부위, 4회차 이후 수입물량부터는 전체 상자의 5%만 무작위 추출해 표본검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갈수록 광우병 위험물질 포함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 간 합의된 ‘수입금지조건(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특정위험물질(SRM)이 검출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 전체가 수입이 전면 중단되고, SRM을 제외한 뼛조각·내장 등 수입금지 물품이 검출될 경우에는 적발된 수출업체의 작업장에게만 수출물량의 전량 반송과 함께 수출 승인이 취소되는 것이다.

특정위험물질(SRM·Specified Risk Materials)이란 소의 뇌, 눈, 척수, 머리뼈, 척주(vertebral column), 편도, 회장원위부(소장의 말단부 2m 정도) 같이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특히 많이 분포돼 있는 부위를 말한다.

사실 지난 9월 11일 농림부에 의해 수입이 허가된 미국산 쇠고기가 이제야 처음으로 들어온 이유는 그동안 미국 현지의 초국적 농축산 독점기업들이 ‘뼛조각 등이 들어있는 고기까지 수입해달라’며 선적을 하지 않고 버텼기 때문이다.

타이슨푸드, 카길 등 미국 거대 축산기업들의 작업장은 전기톱을 이용한 대규모 도축방식,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작업속도 때문에 정확하게 뼈를 발라내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어려워 가공 과정에서 뼛조각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9월 25일 이들 거대 축산기업의 압력으로 美 농부무는 우리 농림부에 “미국 쇠고기에서 뼛조각, 연골 등이 설사 발견(포함)되더라도 수입을 승인하라.”며 압박하는 공문까지 보냈다. 이들 기업들은 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며 수출을 미루고 있다. 한마디로 이미 양국이 합의한 수입조건마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지키지 못하겠다는 통보인 셈이다.

일찍이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에도 광우병 유발 위험물질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과학계에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광우병 위생관리 및 검사체계, 동물성 사료 정책 등도 유럽, 일본에 비해 너무 허술할 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미국 정부 보고서에서조차 이를 시인하고 있는데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美 쇠고기를 수입할 경우 국민들이 광우병 위험에 노출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반발해왔다.

30일 미국산 쇠고기가 3년 만에 국내에 다시 반입되자 주요 농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또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하고,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의 입고 저지와 불매 운동 등을 통해 유통을 막겠다고 밝혔다. 
    
특히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가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 중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는 오직 '미국'뿐이다.”며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결과는 한국 정부가 한미FTA의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탓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울러 “2006년 10월 30일은 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을 광우병 위험 앞에 내몬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후손들에게 우리는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인간광우병은 잠복기간이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30~50년)에 이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모르고 지나친다 해도 한 세대 뒤에 ‘광우병 공포’가 전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향후에 광우병이 문제가 될 경우 현재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일생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이 특히 인간광우병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거기에다 광우병은 한 번 발병하면 이를 막기도, 치료도 사실상 불가능해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고 만다는 점이다.

2006년 6월 30일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인간광우병 사망자만 하더라도 183명이나 된다.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200명 안팎이지만, 광우병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14,00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vCJD)의 발생이 보고된 적은 없지만, 2001년 국내에서도 2건의 인간광우병 의심 사례가 발견됐으나 가족들의 반대로 부검을 못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 데는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웃한 일본에서도 이미 인간광우병 환자로 판명된 사망자가 발생했고, 세계적으로 영국과 유럽 등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결코 안심할 수도 없는 처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여파로 조만간 혹은 먼훗날 대한민국이 다른 선진국처럼 영예롭게(?) ‘인간광우병 국가’가 되었을 때, 지금의 노무현 정권과 관료들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을 많은 국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그 땐 이미 백약이 무효다. 마치 오늘날 ‘광우병 천국’을 만들어버린 영국 정부가 20년 전 과학계의 경고와 우려에 귀를 막고, 국민들에게 “광우병이 인체에 전염된다는 증거가 없으니 쇠고기는 절대 안전하다.”며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던 것처럼.

정작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은 자신들의 먹거리와 자녀들의 건강에 닥쳐올 위기 앞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도 철저하게 ‘무능’과 ‘방관’으로 일관하는 오늘의 정치권이다. 여기에는 장차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대권후보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이 무엇을 걱정하고 원하는 지도 모른 채 ‘통합신당’이니 ‘노사모 재건’이니 ‘북한과 국지전도 감수해야 한다’느니 온통 국민을 어처구니없게 만드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왜 국민들이 그들만의 ‘생쇼’에 관심 끊고 자꾸 멀어져만 가는지 아직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희망이 안 보인다고 말하는 서민들의 냉소를 뒤로 한 채, 그들은 한 마디로 지금 ‘놀고 있는(?)’ 것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참정연' 회원입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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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30 [20: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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