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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되풀이되는 인재, 완전복구에 힘 쏟아야
[시론] 전쟁터 같은 수해지역, 농작물 피해보상 보다 근본적 대책 세워야
 
김철관   기사입력  2006/07/23 [16:59]
엄청난 폭우로 인해 국토 곳곳에 많은 생채기가 났다. 특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평창을 비롯한 강원 산간지역의 피해가 너무도 컸다.

자연의 재해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도 연일 계속되고 있는 장마비가 복구도 하기 전에 또 다른 피해를 몰고 올지 걱정이 된다.

지난 21일 22일, 가장 피해가 큰 강원도 평창을 다녀왔다. 평창군 봉평면 장촌 부락에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수해 복구 작업에 나섰다. 복구 작업을 하려가면서 차에서 둘러본 광경은 예상보다 피해가 커보였다.

▲ 평창지역은 이번 폭우로 논이 토사에 의해 뭍혀 버렸다. 논인지 흙바닥인지 구별이 안된 상태가 돼 버렸다.     © 대자보 김철관

바로 전쟁의 흔적으로 남긴 폐허처럼 느껴졌다. 폭우로 하천 곳곳이 범람했고,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컸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졌고, 토사가 할퀴고 간 벼농사며, 비에 파헤친 감자와 양배추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울먹이는 농부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구슬땀을 흘리면서 복구에 전념한 동료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답시고 근래 막일이라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이들이 흙으로 가득 찬 마대를 업고 지고 나르며, 논두렁을 복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조건 없이 하는 것이 봉사활동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도 한 계기가 됐다.

수해를 당해 집안형편이 어려운데도 논두렁을 만들고 있는 동료들에게 막걸리를 사온 농부의 마음에서 훈훈한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사온 메밀 막걸리 한 사발로 갈증을 풀고 더욱 용기를 내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작업에 임한 동료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막걸리에 힘입은 탓인지 길게 무너진 논두렁하나가 금방 마대에 쌓여 원상복구 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신기하기도 했다. 여러 사람이 뭉치니까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지론도 몸소 체험했다.

작업을 마치자(아마 21일 오후 7시 30분 경일게다.) 농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연거푸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일을 끝내고 지나가다 우연히 작업장 입구에 주차해 놓은 농부의 트럭을 발견했다. 운전석 옆 좌석에는 안전벨트로 채워진 초등학교 학생으로 보인 한 아이가 타고 있었다.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깜작 놀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숨기려고 안달을 했다. 이상했다. 아이에게 말을 건네려 가까이 다가서자 자꾸 고개를 숙이면서 눈길 마주치기를 꺼려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였다. 논두렁 주인인 농부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제 자식입니다. 서른 살에 결혼해 아이를 하나를 낳았는데 자폐증이지 뭡니까. 그래서 서른여섯 살에 아내와 함께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와 농사를 지금까지 짓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맑은 공기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아내와 저가 농사일에 바쁘다보니 아이 혼자 집에 놓고 나올 수 없어서 트럭에 함께 데리고 다닙니다. 아이 병원비도 있어야 하고, 농가 부채도 갚아야 하는데 이번 수해로 농사까지 이지경이 됐으니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동료들이 도와주니 용기가 저절로 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바로 논두렁 복구 작업을 함께 했던 농부의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로 옆에 지켜보던 또 다른 농부도 한마디를 건넸다. "농사를 짓고 그것도 모자라 막일 등으로 부업을 해 간신히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수해를 당해 큰 걱정입니다. 이번 수해로 인해 이곳 농민들에게 정부의 혜택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아무조건 없이 봉사활동을 한 동료들에게 재차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주변에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의왕지구협의회 소속 봉사단원들도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또 전경들과 군인들도 복구작업에 진력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동료들과 함께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 있을 또 다른 수해 복구 작업을 위해 곤히 잠을 청한 동료들의 모습이 천사같이 보였다. 기상 소리가 들렸다.

벌써 오전 7시(22일), 동료들은 천근만근한 몸을 추스르렸다. 평창군 봉평면사무소 임시 간이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곧바로 작업장에 투입돼 이틀 째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노란조끼를 입고 아무 거리낌 없이 일심동체가 돼 봉사활동을 펼친 동료들이 흐뭇하게 느껴졌다.

문득 수해를 입은 한 농민이 외친 말이 지금도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정부가 앞장서 농작물 피해에 대한 문제보다 완전 복구에 힘을 쏟아 줘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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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23 [16: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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