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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꼭지점 댄스? 밥이나 먹고 합시다"
[신정모라 여성주의] 월드컵과 애국심, 폭력성에 대한 아줌마들의 수다
 
신정모라   기사입력  2006/06/04 [04:27]
A : 한국 사람이면 당연히 속마음으로 토고전에서 승리를 원하지 않겠어? 월드컵 쇼비니즘 어쩌고 하는 사람들도 속마음으로 무의식중에 한국을 응원할 거라고 봐.

B : 나는 토고가 이겼으면 하는데, 토고가 이기면 내기에서 백만원 따거든. 장난 아냐. 나에게는 내 돈 들어오는 것이 한국이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지. 나 핸폰 새로 바꿀거다. 

C : 나는 토고가 이겨도 좋아할 것 같고. 한국이 이겨도 좋아할 것 같아.  

A : 경기에서는 지는 사람이 반드시 있는 법인데....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C : 내가 20대에는 국가가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스포츠를 장려할 때, 매스컴에 세뇌되어  내 감성이 스포츠즐기기 코드에 딱 갇혀 있었거든. 난 내 20대가 억울해. 그런 세뇌 프로그램에 갇혀 있었던 상황은 매트릭스 속에 스스로 갇힌 것을 모르고 지낸 것과 흡사해. 나의 감성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고, 나는 사회, 국가의 독재 시스템에 잘 길들여지는  하나의 개에 불과했던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하거든. 이제 나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주체적인 내 삶을 원해. 좀 늦었지만.  

F : 언제부터 그걸 깨닫게 된 거야?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쉽게 스포츠의 해악을 파악할 수 있지. 허나 남을 돕고 사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경쟁위주 입시제도에서 친구도 적으로 인식되는 마당에... 스포츠에 감성에 중독되는 건 이미 정해 놓은 운명이었잖아. 

B :아마도 내 생각엔 야구 월드컵 때문에 한국 국민이 스포츠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을 거야. 야구 4강까지 갔을 때 열광하다가 일본에게 지고 정신적 아노미상태에 빠졌던 사람들. 아, 내가 왜 이래야 하나 하고 국가 스포츠이즘에 대해 회의했던 게 아닐까? 야구월드컵에서 4강까지 갔기 때문에 한국이 축구 4강에 가기는 힘들다고 봐. 국민적 에너지가 고갈되었잖아. 한 해에 두 가지 다 잘하기는 어려워. 스포츠에 질릴 때도 되었잖아. 

C : 스포츠라는 가상 세계에 빼앗기는 개인 에너지가 엄청나게 낭비된다는 사실. 물론 취미나 뭐 그런 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운동을 하면 실질적으로 건강해져. 여행같은 것도 실질적인 체험이니 가상 체험은 아니지. 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tv 중계를 통해 즐기는 체험은 TV를 보는 가상체험이 주는 해악과 똑같아. 스포츠 내셔널리즘은 동심에 심겨졌던 뭐랄까 뿌리가 깊은 거야. 자기 자신이 매트릭스 속에 빠진 바보라는 것을 인정하기는 어렵지. 그런데 말야. 어느 한 사람이 스포츠를 통한 내셔널리즘이 사실은 국민을 애국주의 매트릭스에 갇히게 하는 거란 것을 감성적으로 깨달았다고 치자. 이제부터 나는 매트릭스를 탈출하여 자유롭게 자신을 해방시키겠다. 어느 나라가 이기든 내 감성에 영향을 줄 수는 없고, 나는 타자를 쓰러뜨리는 전쟁 감성 따위에 희생되지 않을 생각이다 라고 결심했다면 말야. 그럼 그 한 개인이 이론적으로만 스포츠의 해악을 아는 이론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떨까 생각해봐.

A : 나는 다른 사람들은 이론적으로 수긍할 뿐 감성적으로는 어렸을 때 동심에 박혀져 있는 프로그램이 명령하는 대로 느끼고 한국팀 승리를 기원할 거라고 봐. 무의식에서 스포츠 애국주의 프로그램이 작동하니 어쩌겠어. 한국인은 한국 팀을 응원해야지. 

O : 한 개인의 감성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그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해. 특히  야구 월드컵 4강전에서 일본에게 진 뒤 한국 국민이 얼마나 상처를 크게 받았는데. 이제 다시는 스포츠 따위에서 상처를 받지 않겠다고 결심한 한국 국민이면 '이제 한국이 져도 무감각해 지고 스포츠 자체를 즐길 뿐 상처받지 않겠다'고 깨닫지 않았을까? 거기서 스포츠 혐오주의가 출발할 수도 있지. 

C : 프랑스 여성들은 축구 월드컵 보이콧도 했다는데 한국 여성들은 왜 그리 호전적일까 생각해 봤어. 아마도 입시 위주 경쟁심으로 길들여져서, 그런 감성에 스포츠 애국주의가 쉽게 전이된 게 아닐까. 자신이 매트릭스 속에서 자기 감성에 대해 선택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말야. 그러나 사실은 스포츠에 전혀 관심 없는 여자 인구가 엄청나게 많다.  

F : 영세 중립국이 되려면 호전적인 국민성, 남자 축구 월드컵 열광은 사그라지게 해야지. 또 하나의 참된 애국심이 존재하거든. 내 감정을 위한 애국심이 월드컵 열광이라고 치면,  진정한 애국심은 내 감정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차분하고 냉정하게 국민의 호전성을 관조하고 분석해내는 힘이야.  

A : 국민의 99.99%가 한국이 토고를 이기기를 원한다.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함께 소원해 주는 애국심이 진정한 게 아니면 뭐란 말이야. 국민 대다수의 감정을 무시한 애국심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고 봐. 소원하라, 그러면 이루리라. 이런 법칙도 몰라? 

C : 매트릭스 속에서 소원하는 건 조종된 감성이야. 자기 주체적인 선택이 아니지. 하기사 그렇게 따지면 과연 인간이 운명에 조종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F : 어떤 한 개인이 비로소 자유를 터득했어. 매트릭스 속의 자기 운명과 조종된 자기 감성을 관조하게 된 거야. 그럼 다른 사람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봐. 만약 그 개인이 한 명이 아니고 수만 명이라면 파장은 크지. 근데 실지로 올해는 야구 월드컵이 있었기 때문에 축구 열기가 국민들을 스포츠에 질리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야. 한국인들도 2002년 매스컴이  하루종일 승리한 경기를 되풀이해 틀어줬다는 사실을 알고 그걸 수치스럽게 생각하거든.  그걸 자랑스럽게 느끼는 국민은 없어. 너무 지나치다고 알고 있는 것이지. 그렇다면 국민들 대다수가 매트릭스 속의 자기 감정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는 거야.  

B : 나는 독일에서 월드컵 경기 동안 이슬람 테러 위험성, 한국 국민의 불안감이 만들어 낸  '펠레의 저주' 이런 것들이 다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해. 이기고 싶기 때문에 불안한 거고, 불안하면 해방되고 싶은 거고. 불안한 그들을 해방시키는 방법이 있지. 상대방을 응원하게 유도하는 거야. 그럼 베풀고 져도 이기는 거지.

A : 당신들이 아무리 여기서 떠들어 봤자, 당신들 스스로도 자국의 승리를 무의식에서 기원할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건 왜일까? 

C : 그건 당신이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매트릭스를 볼 혜안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란 실수도 하는 법이지. 국가 대표 축구 선수들이 약간의 실수라도 좀 하면 격려는 커녕 잡아먹을 듯이 인신공격하고 일방적으로 패대는 축구 팬들의 정신적 폭력, 그거 영국 홀리건의 폭력 못지 않은 거다. 
    
F : '프랭클링 포어'는 축구는 전쟁이며 신흥종교라고 했네. 그가 쓴 책을 요약한 이 기사 좀 봐.

축구는 단순한 오락이나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와 민족 인종 종교에 따라 피아를 구분하고 상대방에 대한 강렬한 적의를 '공차기'라는 비폭력적인 형태로 분출하는, 총성 없는 전쟁이자 이데올로기가 종언을 고한 세계화 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강력한 신흥종교다.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전쟁을 일으킨 세르비아 민족주의 광풍의 배후에는, 축구 구단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의 훌리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광적 민족주의자와 갱스터로 이뤄진 이들은 전쟁과정에서 순식간에 잔인한 무장부대로 변신했다.

카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이 뿌리깊은 스코틀랜드의 경우에는 종파전쟁의 대리전 성격을 띈 구교의 셀틱 팀과 신교의 지원을 받는 글래고스 레이인저 팀의 첨예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패한 축구 구단 소유주들과 정책 관료, 축구 스타들의 결탁이 이뤄지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축구가 지배계층의 지위를 공고하게 해주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탈리아에서는 현 총리이자 AC 밀란의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비롯한 과두재벌과 미디어가 여론조작의 수단으로 축구를 이용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축구, 종교, 전쟁 불가분의 관계야.

A : 밥 먹고 합시다. 순수 스포츠로서 축구팬들 이야기도 좀 들어보자고.
O : 축구가 매력적인 건 사실이지. 순수한 스포츠팬들을 비난할 사람은 없어. 월드컵 축구 관중, 축구 광신도들의 행태가 문제야.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는 거리 폭력과 방화가 문제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양국 응원단들의 성매매와 성폭력이 세계 최고였다는 사실. 다들 느끼는 바가 없나? 한국에선 성범죄가 친고죄이고 성범죄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려운 구조야. 국가 명예를 위해 성폭력이 급증했어도 언론보도조차 하지 않았던 거야. 황우석의 성희롱 사건 때 언론들이 국익을 위해 보도하지 않았던 것처럼 붉은 악마의 거리 청소와 깔끔한 매너만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리고  뒷구멍에서 성범죄와 성매매에 착취당하는 여성들의 고통 소리는 함성소리에 묻혀버리게 한 거야. 그렇다고 범죄조직이 그걸 놓칠리가 없지. 2002년 응원단의 엄청난 규모의 성매매 범죄를 알아차린 국제범죄조직이 독일에서는 공공연하게 성매매촌을 건립해 놓고 있잖아. 그게 바로 한일월드컵의 통계에서 나온 국제범죄조직의 사업 계획인 거야.         

C : 그래. 축구 응원단의 악마성은 국내외가 예외가 없는 법이지. 아까도 말했지만, 국가대표팀이 좀 실수하면 격려하는 법이 없는 한국 축구팬들. 대표팀에게 부담을 너무 줘. 이제 축구선수들 인권을 생각해 줘야 할 정도야. 한국에선 축구 신도들의 정신적 폭력도 민족주의와  흉합되어 파시즘화 되었어. 세네갈 평가전에서 설기현 역주행 운운하면서, 선수 가족이 눈물나도록 축구 대표가 정신적 테러를 당하는 모습 참 답답하더구만.      

유럽과 아메리카는 앞에서 공공연히 폭력을 일삼고, 한국과 일본처럼 동양의 응원단은 뒷구멍에서 힘없는 약자인 여성 상대의 성범죄를 저지르지. 똥빵이라고 들어봤어? 월드컵 응원단 속에서 여자들 발견되면 가리지 않고 성추행하는 자들 말야. 주로 50대 남자들이라고 하더라. 이번에도 상당수가 검거되었대. 2002년에는 그런 뉴스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어. 이번에도 성범죄 보도하는 매스컴 별로 없어. 축구라는 종교의 경건함을 위하여 매스컴이 쉬쉬하는 것이지. 양심도 없는 한국 매스컴. 이 정도 되면 말야. 매스컴이 조폭과 뭐가 달라?    

한국 남자들은 영국 홀리건만 무섭고 붉은악마는 안 무섭고 오히려 쓰레기 청소하는 매너 만점이라고 위선을 떨지. 여성들이 그 말 들으면 정말 한국남자 양심 더럽다고 욕한다. 겉으로 무서운 홀리건보다, 양의 탈을 쓰고 애국주의 노래를 부르다가 속으로 여성 상대 성범죄, 성매수범죄 저지르는 속 검은 진짜 악마들의 속성을 알고 있는 여성들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무서울 것 같아?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위선이야.  

O : 2002년 매스컴에서 붉은악마가 쓰레기 청소하는 것 봤어? 저렇게 많은 군중이 모였는데 폭력사태 한번 안 벌어졌다고, 청소까지 한다고 외신들이 놀라워하던 거 생각나? 사실은  거리 응원 때마다 거리청소하는 미화원들 너무너무 힘들다고 하드라. 쓰레기 말도 못한대.  

그때 한국여자들이 그러더라. 외신들, 남의 집 속도 모르고 겉으로 판단말라고. 한국인은 평화를 사랑하고 범죄율이 세계 최저인데,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폭력, 성매수범죄는 세계 최고라고. 그리고 숨어서 약자 상대로 저지르는 폭력도 세계 최고래. 결국 유럽과 한국의 차이점은 겉으로 벌어지는 범죄와 안 보이는 곳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차이지. 한국은 신고도 못하게 친고죄로 만들어 놓고 구조적으로 저지르는 폭력이 너무도 많아. 세계인이 헷갈렸던  거야. 외국인은 한국인들에게 범죄를 안 당해 봤거든. 그러나 한국 어린이와 여성은 폭력을 안 겪어 본 사람이 없을 정도야. 약자 상대 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아주 미약하고. 법의 정의도 없는 한국, 그런 곳에서 거리 응원단이 모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뻔하잖아. 여성과 청소년 상대로 성범죄가 판을 치는 거지. 붉은악마의 본질이 뭐겠냐? 범죄자들만 따로 떼어내서 소수가 저지르는 범죄니까 분리해서 생각하라고 억지쓰지 말라고 해. 거리 응원 문화 속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함께 책임이 있는 거야.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함께 범죄자들을 잡지 않고 방관하는 자들은 또 뭐야. 

C : 위선 떠는 사회의 악마는 더 확실한 악마지. 반성도 안 하잖아. 숨어서 저지르는 성매수범죄는 범죄가 아니라고 우기지. 숨기려고만 하고. 

A :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만 몰고 가면 세상은 항상 비관적이야. 애국주의 스포츠 축구가 국민을 한 마음으로 뭉치게 만들고 희열에 떨게했잖아. 그런 경험은 쉽게 얻어질 수 없는 매력이야. 2002년처럼 자발적으로 너나 하나되어 응원하는 모습, 사회적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었잖아. 

F : 갈등해소? 후유증이 더 컸어. 충격에 숨 넘어간 사람도 많았고. 그 후엔 허무감에 시달리고. 2002년 술 판매량 증가하고 성매수범죄 엄청 증가했고 성범죄도 그에 비례해서 증가했지만 쉬쉬했고. 이 쉬쉬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해.     

정치집단, 기업, 매스컴이 장악한 2006년 한국 월드컵 문화는 위로부터의 강요된 응원 문화야. 갈등 해소가 아니라 갈등 제조기가 월드컵이야.   

B : 그래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 남들 노는데 재 뿌리는 것도 적당히 해야 해.

O : 축구, 어쩔 수 없는 전쟁이네. 

A : 그래, 전쟁이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거야. 축구가 놀이라고?  아니야. 축구는 전쟁이므로 반드시 이겨야 하고 폭력 정도 벌어지는 것쯤 대수가 아니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나? 사람들이 전쟁을 좋아하면 어쩔 수 없어. 더구나 축구는 전쟁보다는 덜 폭력적이고 재미도 있잖아. 희생 없이 뭘 이루어 내겠어. 공짜는 없어.   

O : 희생하는 쪽은 늘 사회적 약자들이라서 문제지. 나도 축구 좋아해. 단지 이번 월드컵 열기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성이 너무 높아 역겨워. 월드컵 티 판매하는 모습조차 상업적이야. 거대 자본과 국가주의가 개입한 월드컵에 관한한 뭐 하나 자연스러운 냄새가 없어. 꼭지점 댄스 정말 정말 못 봐 주겠어. 흑흑... 흥겨운 놀이 한마당 축제 문화는 실종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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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04 [04: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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