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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환제 핵심은 국회, 의원들도 소환해야
[김영호 칼럼] 국민이 국회의원 선출과 함께 퇴출 결정하는 길 열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6/05/09 [17:24]

 반세기 전에 '국민학교'에서 국민소환제에 관해 배웠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그 내용이 좀더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공직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국민이 나서 쫓아내는 제도이다. 바로 그 국민소환제가 지방정부에만 국한하여 주민소환제라는 이름으로 지난 2일 국회에서 태어났다. 반 백년을 넘기고서야 겨우 절반만이 교과서 밖으로 튀어나온 셈이다.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 27조에는 "국민은 불법행위를 한 공무원의 파면을 청원할 권리가 있다"라고 국민소환제의 근거를 뒀다. 이어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에는 제한적이나마 임명직 기초단체장에 대한 파면소추가 인정되었고 그 뒤 징계제도로 변형되었다. 그런데 1961년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일당이 제3공화국 헌법을 만들면서 그 근거를 삭제해 버렸다.

 국민소환제는 고대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에서 유래했다. 통치체의 조화와 평온을 위협하는 인물을 시민들이 투표에 의해 10년 동안 국외로 추방하던 제도가 그것이다. 토기 파편에 그 이름을 적어냈다고 해서 도편추방(陶片追放-ostracism)이라고 한다. 스스로 왕이라고 칭하는 참주(僭主)를 막아내기 위한 장치였다.

 최근에 있었던 사례는 2003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 출신인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주민서명운동에 의해 축출된 사건이다. 재정적자를 380억달러나 내고 전력부족사태를 불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납세자의 입장에서 이 운동에 참여했다. 그 후임에는 근육배우로 유명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공화당 후보로 당선됐다.

 1988년 지방자치를 부활하면서도 단체장에 대한 징계제도마저 도입되지 않았다. 지방단체장-의원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어서 그런지 지방자치단체가 복마전 같은 모습을 해왔다. 지난 1995년 이후 선출된 단체장은 741명이다. 그런데 그 중 22%인 161명이 뇌물수수나 정치자금법, 선거법 따위를 위반하여 기소됐다. 지방의원은 1991년 이후 무려 763명이 기소됐다. 어느 분야보다 범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정부패만이 문제가 아니다. 직권남용, 예산낭비 또한 심각하다. 지난해 지자체가 주최한 행사는 무려 900개나 된다. 거의 선심성 짙은 축제였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선심성 사업으로 낭비한 예산만도 무려 4000억원에 달한다. 주민복지는 뒷전에 두고 선거를 겨냥해 예산을 물쓰듯한 꼴이다. 다른 한편 이권사업에 눈이 멀어 지방토호와 손잡고 골프장 건설 따위로 자연파괴와 수질오염을 예사로 안다.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컸다. 열린우리당이 민생법안을 의장직권으로 상정하더라도 통과가 불투명했다. 결국 민주노동당에 협조를 요청했고 그 조건으로 주민소환법의 상정을 내세웠다. 열린우리당이 그것을 수락함으로써 성사됐다. 그 동안 찬성입장을 보여오던 한나라당은 남용을 이유로 심의과정에도 불참했다. 

 그러나 막상 이 법을 만든 국회는 무풍지대에 놓여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보호막 삼아 각종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는 국회의원직을 향유할 수 있다. 헌법이 규정한 청렴의무와 지위남용 금지의무를 저버렸는데도 말이다. 무능과 무지가 의사당을 시끄럽게 만들고 파렴치가 판을 친다. 입법활동은커녕 등원조차 마다하는 의원도 있다. 하는 일없이 임기는 보장되고 세비는 꼬박꼬박 받는다.  

 이제 국회의원도 소환해야 한다. 국회에는 이미 국민소환제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국민이 국회의원의 선출과 함께 퇴출도 결정하는 길을 열자. 국민소환제는 언제든지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발동장치처럼 예방효과에 더 무게를 두었다고 보아야 한다. 더 이상 위헌소지니 남용우려니 하는 따위의 궤변을 말라.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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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09 [17: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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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르 2007/05/25 [13:02] 수정 | 삭제
  • 국민소환제가 실시된다니 너무 감격스럽군요.
    국민소환제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확대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