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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선거보도 심의제 문제 많다
[김영호 칼럼] 3개 심의기구 일원화, 전문적 인사 상설화 방안 검토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6/03/31 [12:30]

 선거철이 되면 선거법에 따라 선거보도를 심의한다. 그 내용의 공정성-형평성-객관성을 따진다. 이것은 어떤 행태이든지 정부개입이라는 점에서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소리가 나옴직하다. 그럼에도 별다른 논란이 없다. 편파-왜곡보도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그 만큼 높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제도는 많은 모순을 지녀 정비가 시급하다.
 
 심의기구가 매체별로 나눠져 심의의 잣대가 다를 수 있다. 인쇄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가 주관한다. 방송은 방송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는다. 인터넷매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한다. 정기간행물 쪽과 방송 쪽은 위원의 임기가 150일로서 한시기구이다. 인터넷매체는 3년으로 상설기구이다.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위원 추천권을 갖는다. 이해당사자의 참여는 심의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추천정당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만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위원회가 정치적 편향성에 좌우될 수 있다. 정당추천을 배제하는 것이 옳다.
 
 선거법은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정기간행물의 보도내용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정하면 신문사로 하여금 사과문 또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위헌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사과광고의 강요는 양심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요지의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언론은 입을 다물고 국회는 모른 척하고 있다.
 
 여기에다 심의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또한 문제다. 신속한 결정을 위해 구제절차를 단축함으로써 선거보도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는 이해된다. 하지만 불복종을 이유로 단심제로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느냐는 점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위헌소지가 있다보니 선거기사심의위는 이 조항의 적용을 그 동안 회피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주의’,‘ ‘경고’ 따위의 징계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신문사가 징계 받은 사실을 공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문서접수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반복적인 위반사례가 나온다. 대조적으로 불공정한 선거방송은 방송법에 따라 실질적인 징계가 이뤄진다.
 
 심의기구는 선거법에 따라 설치된 독립적 기구이다.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 쪽은 한시기구이니 사무기능이 없다. 그 까닭에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위원회가 심의기구를 하부구조로 잘못 알고 운영한다. 심의규칙마저 만든다. 현실성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은 상이한 법에 따라 설치된 독립적 기구의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다. 
 
 특히 방송심의규칙은 후보자 출연을 제한하고 있다. 선거기간에는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 말고는 후보자의 말과 얼굴을 내보지 말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후보검증을 위한 추적보도 따위는 하지 말라는 소리다. 편성권을 제도적으로 침해하는 규정이다. 현업자단체와 시민단체가 나서 불복종운동도 불사한다고 벼르자 시사프로그램은 무방하다는 투로 뒷걸음질친다.
 
 선거보도를 심의하지도 10년이 지났으나 문제 투성이를 그냥 방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위헌소지를 없애야 한다. 3개 기구를 일원화하고 전문적 인사로 상설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언론이 남의 일은 잘도 탓하지만 제 일은 뒷전에 두고 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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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31 [12: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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