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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의 종교강좌는 교양수준 아니다
[주장] 대학에서의 종교관련 수업, 학생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6/02/11 [08:30]
2004년 예배선택권을 주장한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타종교의 배타성에 대해서도 각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 사건은 몇 차례 망설임 끝에 결국 내가 휴학한 학교에 대해서도 이렇게 다문 입을 열게 되었다.

조계종이 재단인 동국대는 '자아와 명상' 수업을 교양 '필수'로 선정하여 무학점 과목이지만 수강하는 것을 졸업의 필수조건으로 두고 있다. 4년 전 '자아와 명상' 첫 시간에 강사인 스님으로부터 "혹시나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학생이 절에 들어와서 참선하는 게 정 불편하다면 불교를 '종교'가 아닌 '교양'으로 들어라. 그래도 수업을 못 듣겠다면 예전에 어떤 학생은 결국 학교를 옮겼다"고 말했었다.

당시 다른 학생과 마찬가지로 나도 별다른 고민 없이 교양 수준으로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강의석 군 사건이 터졌고, 뒤늦게 불교를 교양수준으로도 못 받아들이는 나머지, 소수를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금강경에는 "마땅히 법(부처의 가르침)에 집착하지 말 것이며, 법이 아닌 것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느리라. 이치가 이러하므로 여래는 항상 설하기를 너희 비구는 나의 설법이 뗏목의 비유와 같음을 알아차려 법마저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아님에 있어서는 어찌 아니 버릴소냐"며 즉설주왈, 동국대는 부처가 설하신 '뗏목의 자비와 관용'을 불교를 '교양'으로 못 받아들이는 소수를 압박하고 있는 현행 수업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내 절충안은 동국대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불교와 인간'과 같은 강단 이론수업은 남겨두되 종교성이 짙은 정각원, 대각전 등의 출입을 요하는 '자아와 명상' 수업에 대해서는 대체 수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지난 2월 6일, 동국대 교양교육원이 배포한 수강편람에서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교수에게 1학년 핵심교양과목으로 배정된 '인권과 평화' 강의를 제외시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비와는 거리가 먼 불관용적인 학교의 행태를 상기한다면 대체수업 실현성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강의석 군 사건으로 교직을 사직한 대광중고 교목실장이었던 류상태 씨는 아직까지는 불교를 "너그러운 종교"로 보았다. 다가오는 새 학기에 동국대가 필자의 제안을 죽비소리로 받아들여 불교의 너그러움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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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2/11 [08: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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