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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그렇게 좋은차 타고다녀요?”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예수님이 한국에서 차를 몰면 어떤 차 운전할까
 
류상태   기사입력  2005/12/08 [17:03]
“목사님, 월급 얼마나 받으세요?”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수요일 아침 예배를 마치고, 그 날의 첫 수업인 4교시 성경수업 시간에 막 들어갔을 때였다. 느닷없이 내지른 한 학생의 어이없는 질문에 순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건 왜 묻지?”
 
“선생님이 그러는데, 목사님들 돈 잘 번다던데요?”
 
이 아이가 왜 이렇게 목사 월급에 관심이 많을까? 이럴 때는 질문하는 학생의 의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내 경우, 선생님들이 받는 월급하고 같습니다. 결코 많은 월급은 아니고, 그렇다고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적은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내 월급이 아마 목사님들의 평균 월급하고 비슷할 겁니다. 나보다 많이 받는 분도 있겠지만, 훨씬 더 어려운 여건에서 봉사하시는 농촌 목사님들도 많아요...”
 
“그런데, 목사님이 그렇게 좋은 차를 타고 다녀요?”
 
이 학생은 그 날 아침 예배 설교자로 오신 목사님의 고급차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 학생 뿐 아니라 수많은 학생들이 목사님이 전했던 말씀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목사님이 타고 오셨던 자동차에 관심을 보였다.
 
그 차는 국산차였지만 웬만한 외제승용차 값을 뛰어넘는 국산 최고급 승용차였던 것이다. 차 이름이 <에쿠스>라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목사님이 직접 그 차를 산 것은 아니다. 탁월한 목회자로 교계에 널리 알려진 목사님을 존경하는 교우들이 정성을 모아 마련해 준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동차의 기종이 신분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왔다. 심지어 ‘차격이 인격’이라는 농담도 있지 않은가? (농담인지 아닌지도 헷갈리지만...)
 
목사님이라고 ‘좋은 차’ 타지 말란 법은 없다. 아니 목사님들이야말로 좋은 차를 타면 좋겠다. 그러면 ‘좋은 차’란 어떤 차인가? ‘고급차’가 곧 ‘좋은 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 싶다.

경제 활동을 하는 CEO라면, VIP를 접대하기 위해서라도 고급 승용차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목사라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매연을 덜 뿜고, 연료를 적게 소비하는 차가, 목사에게는 좋은 차일 것이다. 그러니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목사로서는 최상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예수님이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 자리에 계신다면 어떤 차를 선택하실까? 아마도 그 교회 교우들이 제일 많이 타고 다니는 평균 차종보다 더 좋은(?) 차를 선택하시지는 않을 것 같다. 그보다 한두 단계 낮은,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차를 선택하시지 않을까.
 
완전히 주관적인 상상이니 독자들은 이치에 맞는 것같이 생각되면 참고하시고, 엉뚱한 얘기다 싶으면 그냥 웃고 넘기시라.
 
차 얘기로 시작했으니, 차 얘기를 좀 더 하고 싶다. 
 
▲한국에서 신도 뿐 아니라 목회자의 길은 어떤 길인가? 류상태씨의 저서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책 표지     ©삼인출판사,2005
차와 관련한 황당했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 차를 타고 퇴근하던 길에 연세 많으신 선생님을 만났다. 방향이 같아 교회 장로이신 그 분을 옆에 태우고 말했다.
 
“장로님, 안전벨트 매시지요.” 
 
그 때는 10여년 전으로,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되기 전이었다. 장로님 하시는 말씀이 걸작이다.
 
“아, 괜찮습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 운전하시는데요, 뭐. 하느님께서 지켜주실 줄로 믿습니다.”
 
이런, 세상에... 하느님을 뭘로 보시나. 목사가 운전한다고 무조건 지켜주시는 하느님으로 믿고 있단 말인가?
 
목사라고 해서, 신호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난폭 운전해도 지켜주시는, 괴팍하고 사람 차별하는 하느님이라면, 우리는 그 하느님을 믿어서는 안된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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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2/08 [17: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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