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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로 가는 청소년, 폭력으로 가는 어른들
[이계덕의 청소년세상] '비폭력, 반편견 청소년 평화대행진'에 거는 기대
 
이계덕   기사입력  2005/08/17 [00:09]
참여정부의 청소년 정책이 청소년의 자율과 참여에서 규제로 급선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만 19세 이하의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의 찜질방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밤 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청소년들의 야간 온라인 게임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들의 주장은 찜질방이 사실상 가출 청소년과 일부 성매매 청소년들의 청소년 탈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야간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폭력성이나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그 지적이다. 그러나 찜질방과 야간 온라인게임을 규제한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폭력성이나 탈선이 해소될 수 있었다면 90년대 중, 후반의 청소년 폭력, 청소년 성매매, 청소년 탈선은 이미 사라졌어야 했다.
 
입시 경쟁은 계속되고 학교에서는 두발 및 복장 단속 그리고 체벌도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들어 고속도로내기(강제로 머리깍기를 풍자-편집자 주) 등 강제적인 이발 등의 과잉 징계도 늘어났다. 학교에는 CCTV가 설치됐으며, 스쿨폴리스라는 이름으로 학교안에는 사법권도 없는 전직 경찰과 해병전우회 회원등 소위 '체격이 건장한 동네 아저씨'들이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위협을 주면 폭력이 해소될 것 처럼 말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청소년 보호법에서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되어 있던 '동성애' 키워드가 해제되는 등 청소년 인권을 보장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방송은 지난 7월 14일 '뉴스데스크  현장속으로 - 이반문화확산' 이라는 주제로 '이반이란 이성애를 반대하는 것' 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적고, 또 성인전용 레즈바를 10대 청소년 이반 까페라고 거짓 소개하면서 10대 동성애 문화가 탈선으로 차있다는 오해를 품게 만들고 있다. 이는 포털사이트의 '동성애' 금칙어 해제를 통해 성인 동성애 문화가 일반 청소년들에게 흘러들면서 생겨난 문제라며 다시금 '청소년 동성애'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을 은근히 내비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지나친 규제가 무엇을 만들어냈는가?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청소년들의 폭력성이나 탈선되기는 커녕 청소년들의 집단 행동을 불러왔다. 입시경쟁의 지옥과 두발 규제에 반발하여 청소년들은 올해 5월 촛불을 들었다. 성남 풍생고와 송파공고에서는 교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작년에는 대광고를 다니던 강의석군이 종교자유를 요구하며 46일간의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입시경쟁과 두발규제를 통해 자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진회와 같은 폭력은 지금까지 규제를 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경쟁과 지나친 규제때문에 생겨났다. 입시경쟁교육과 두발규제 등 각종 규제를 통해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기보다 약한 학생들에게 해소하면서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문제가 있을 때,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청소년들과 함께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접근을 완전히 금지시키고, 자신들(어른들)의 말 만하며,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단 하나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인권을 외치고, 자율과 참여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 의회, 한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 발전하는 학생회 가자, 한국 청소년 모임 등 청소년 자치조직이 늘어나며 자신들의 인권을 되찾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인권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고,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편견으로, 동성애는 잘못 되었다는 편견으로, 가장 반인권적이고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청소년들을 규제하는 법안, 정책들을 만들고 있다.
 
오는 8월 18일 약 4000여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서울 도심에서는 '비폭력, 반편견 청소년 평화 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비폭력, 반편견이라는 슬로건은 장애인, 성 소수자,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학교 폭력, 사이버 폭력, 그리고 언어폭력 등 각종 폭력을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의지가 담기고 청소년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행사이다.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편견을 없애고 폭력을 없애자는데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데 편견을 앞세워서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청소년을 규제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어른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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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17 [00: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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