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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포기보다 더 부끄러운 '알몸'군대
[시론] 군개혁과 군대간 ‘병사아들 구하기'에 어머니들이 나서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5/07/05 [10:34]

군대가 많이 변했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폭력행위가 줄었다느니 식사가 먹을 만하다느니 하는 따위를 말이다. 세상도 많이 변했으니 응당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잊을 만하면 야만적인 폭력행위가 바깥 세상에 알려져 물의를 일으키곤 한다. 더러는 ‘왕따’나 매질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 죽음에는 의문사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훈련병에게 똥을 먹인 사건이 터졌다. 얼마나 위협적인 분위기였기에 인간이 똥을 먹겠는가? 

그러더니 이제는 동료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무고한 어린 생명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병역의무를 다하려다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변고인가? 그 부모들의 갈기갈기 찢겨진 가슴이 터뜨리는 통한의 아픔이 귓가에 쟁쟁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신세대가 적응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보다는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는 억압적인 병영환경에 있지 않나 싶다.

▲ 군대 내의 얼차려는 '인권'이라는 말이 없어 보인다.     © 인권실천연대

이 사건이 터지자 나체로 기합을 받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부대원을 모두 알몸으로 '원산폭격'을 시키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궁둥이를 벗기고 엎드려뻗쳐 시킨 채 '빳따'치는 장면도 있다. 이것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그런데 관행이니 진급신고식이니 따위로 변명한다.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수치심과 모멸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두고 말이다.

얼마 전에는 국적 포기자들을 두고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들의 99%가 남자라는 점에서 병역의무를 기피하려는데 그 뜻이 있을 것이다. 국민이기를 마다하는 그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폭력막사의 야만성을 잘 안다고 응대한다면 그 가혹-구타행위를 변명하기에는 구차스러워진다. 사회에 만연한 병역기피 풍조의 한 단면이 국적법 개정으로 표출되었을 뿐이다.

훈련소에 가면 ‘진짜 사나이’이라는 군가를 배운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부모형제 너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부모형제는 그들을 걱정하느라 선잠마저 깨지 않나 싶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3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권침해-차별이 가장 심하게 이뤄지는 기관으로 구금시설보다도 군대를 먼저 꼽았으니까 하는 말이다.

 TV화면에 비친 막사의 침상을 보니 반세기전의 그 모습을 박제한 듯하다. 팔다리도 옴짝 하지 못할 만큼 바짝 붙어 누운 자세가 말이다. 급여도 상병기준 월 4만6000원이란다. 물가를 계산하면 별반 나아진 게 없을 듯하다. 그토록 예산낭비가 심하면서도 이런 것은 개선하지 않다니 한심하다. 그러니 의식구조인들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야만적인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러시아에는 ‘병사 어머니 위원회'라는 모임이 있다. 이 단체는 군대 간 아들을 둔 어머니들이 결성한 전국적 조직이다.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전투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자식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뭉쳐 군부에 조직적으로 대항하고 나섰다. 지금도 체첸 전쟁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러시아는 아직도 정치적 반대자의 힘이 미약하다. 하지만 이 단체는 러시아 최대의 압력단체로 자리잡았다. 철권정치로 비난받는 푸틴마저 눈치를 보는 정도이다.

 이제 ‘병사아들 구하기’에 어머니들이 나서자. 이 나라의 군대는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외부의 어떤 감시도 감독도 없는 성역으로 굳어졌다. 모든 사회가 민주화하고 있지만 그곳만은 아직도 무풍지대 마냥 변화의 바람이 멎고 있다.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군지도부가 먼저 나서 개혁을 단행하라.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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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7/05 [10: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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