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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을 討한다
흐려진 눈, 열리지 않은 가슴의 무딘 글은 그만 쓰시라
 
사마천   기사입력  2004/03/17 [11:05]

나는 오늘 (15일) MBC 뉴스의 말미를 보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 탄핵과 같은 크기의 강도 높은 충격을 작가 이문열씨를 통해서 받았습니다.

이 시대의 최고의 지성이라고 평소에 존경했던 분의 언행이 글이 아닌 공중파를 타고 안방에 비출 때 여과되지 않고 불쑥 쏟아놓는 이문열씨의 탄핵에 대한 의견은 놀라웠습니다. 물론 이번 야당이 헌법에 의해서 대통령을 탄핵한 사실에 대해서 저마다의 주장이나 느낌을 말 할 수 있다고는 인정합니다.

또한 어떤 결과에 대한 논리적 접근 보다 감정에 경사 되어 개인이 갖는 호불호에 따라 선택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권리임을 잘 압니다.

다만 이문열씨는 당대에 존경받는 지식인이고 성공한 작가입니다. 그것은 그분의 말과 생각과 글이 어느 거물 정치인의 수사(修辭) 보다도 더 설득력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좀더 신중하고 균형을 잃지 않는 판단과 발언을 하셨어야 했는데 오늘 방송에서의 이문열씨의 탄핵에 대한 의견은 객관성을 접어두고 평소 이문열씨 같은
영민함을 보이지 않고 약간 더듬 거리며 이문열씨 특유의 화려한 말 잔치로 야당의 탄핵사태에 대해 옹호를 하셨습니다. 헌법에 의해서 정당하게 치러진 결과이며 이 결과가 헌재에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는 논조를 폈습니다.

저는 당신의 글에 반해 새로운 신간이 나오면 제일 먼저 서점으로 달려가 아직 잉크냄새가 신선한 당신이 쓴 책을 들고 늘 행복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영웅시대"에서 이데올로기가 주는 관념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아픔에 밤을 지새우며 그 속에 담긴 당신의 눈물도 읽어냈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감동하고 "젊은날의 초상"에서 그 시대 비슷한 경험과 아픔을 가진 우리세대의 암울한 젊음을 공감했습니다. 당신의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당신에게 감사했고 사물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그 본질을 찾아 재구성한 당신의 천재성에 대해 찬탄을 해왔습니다.

빛이 너무 강하면 그림자가 짙습니다. 당신에 대한 존경이 컸는데 최근의 당신의 행적들에 대해서 실망을 금 할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공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지식인의 현실참여는 이해됩니다. 한나라당 공천과정 중에서 실망하시고 한나라당을 향해 싹수가 노랗다. 침몰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일갈 하시었다는 기사도 읽었습니다.

그러나 자타가 인정하는 보수논객인 귀하는 어떤 의도로 발언했는지 모르지만 탄핵안 가결을 부추켰습니다. 칼을 뽑았으면 휘둘르라는 표현으로 야당에게 탄핵이 정당한것으로 이해되도록 큰 공헌을 하신바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실망은 오늘 인터뷰의 내용입니다. 내용을 정리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국회에서 헌법의 규정대로 한 것이니까 합헌성에 대해서는 별로 저는 의심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답변하신 내용이 과연 대문호 답게 산문적인 표현입니다. 확실하지 않고 모호한 표현 속에서 당신의 이중성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안은 논리적으로 합헌이냐, 아니냐 하는 명쾌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별로 의심 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핵심을 피하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입니다.

2. 쿠테타나 의회의 폭거라는 용어도 부적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헌법에 있는 규정대로 했는데 그것을 쿠데타나 폭거라 한다면 그거야 말로 말의 쿠데타이고 말의 폭거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교묘한 궤변에 불과한 말 장난을 하셨지만 개인의 견해차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묻지 않습니다.

3.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개인 숭배주의의 싹을 보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는 우려를 말씀 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걱정스러운 것은 귀하의 현란한 언어의 구사력으로 시민들의 지성을 북한이나 후진 독재국가에서 행해지는 개인 숭배주의나 과거 자유당 또는 유신독재시대와 어두운 신 군부 통치시절의 개인 숭배주의로 국민들을 낮게 평가하는 오만을 보여 주셨습니다. 가진자의 교만보다 더 해악이 큰 것은 지식인의 오만과 편견이라는 것을 말씀 드리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진정한 작가 정신은 기록자라고 생각합니다. 냉철하고 공정한 눈으로 사실을 직시하고 진실을 기록하고 말을 하는 것이 작가의 정신이고 사명이라고 말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재능으로 그 대가를 지불 받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그 시대를 위하여 고뇌하고, 실천하며, 희생하고 있기 때문에 존경과 사랑을 함께 받는 것입니다.

우리는 해방이후의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정치사를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살았습니다. 때로는 역사의 피비린내 나는 현장에서 통곡했고, 때로는 권력의 공포 속에서 숨죽이기도 했습니다. 독재가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인간을 지배하고 인권을 짓밟았는가를 경험하였습니다.

권력자들의 헌법유린이 어떤 것인가를 너무도 잘 알면서 심정적으로 총선을 돕고싶다는 발언이 과연 탄핵의 정당한 사유입니까?

이른바 쪽수 많은 야당을 두려워 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일 하는 대통령이 야당의 눈에 아니꼽게 보여 탄핵을 행사한 것이 진정한 국민의 뜻입니까?

국민 대다수가 평생 현금 1억원을 가져보기는커녕 남의 것이라도 구경도 못해보고 살다 죽는데 수십억, 수백억씩 기업을 협박하여 차떼기로 뜯어다가 부정한 돈을 나누어 갖은 범죄행위를 감추고자 탄핵을 꾸민 것이 헌법 수호입니까?

국민의 3분의 2가 탄핵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분노하는데 당신은 탄핵안의 가결까지 정략적으로 국민의 온정주의에 대한 기대를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그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이 흡사 불구경 하면서 남의 불행을 즐기는 것 같은 태도를 본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눈이 쏟아지는 중에는 마당을 쓰는게 의미가 없어서 며칠간 언급을 자제해 왔다는 작가 이문열 특유의 비유법 속에서 그는 속임수를 감추고 있습니다. 탄핵안을 빨리 가결하라고 외쳤던 그는 사태의 국면과 역풍에 놀라 몸을 사리다가 자신의 말에 대한 정당성을 호도할 기회를 기다렸을 뿐임을 압니다.

이제 시대가 당신을 만들었으니 그 시대가 당신을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흐려진 눈과 열리지 않은 가슴으로 무딘 글을 쓰는 것을 멈추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당신의 문학의 성과를 지키는 일 이기 때문입니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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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3/17 [11: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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