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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상식에 도전하는 진중권식 사고방식의 한계
조중동과 MBC, 쥐 잡을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나
 
소환   기사입력  2004/03/31 [23:31]

지난 21일 탄핵찬성집회에서 연사로 나선 송모씨의 권양숙 여사 비하발언이 알려지면서 커다란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날 송씨의 발언 대한 비난여론은 언론의 색채와 관계없이 확산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조선일보조차 문제의 발언이 너무한 것이었다며 송씨에게 당장 사죄할 것을 요구하며 나섰습니다.

반면 그 행사를 주관했던 극우인터넷신문인 독립신문은 그 당시 송씨의 발언에 대한 방송보도내용이 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방영되었으며 프로그램 제작진이 교묘한 편집기술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조선일보기자와 경찰의 증언을 토대로 발언 때의 분위기와 방송에 전달된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얼마 있다가 CBS 인터넷판에 송씨의 발언내용을 공중파로 보도한 MBC “사실은…” 제작팀이 편집을 통해 실제분위기를 왜곡전달한 측면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러한 방송의 왜곡보도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증언이 나오자 송씨의 발언 보다는 ‘사실은…’의 편파보도의 문제점만을 꼬집어 비판했던 진중권씨는 기다렸다는 듯 ‘사실은…’ 제작팀과 MBC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진씨는 인터넷신문 진보누리에 CBS 기자의 기사내용을 자세히 인용하며 송씨의 발언으로 격앙된 네티즌의 분위기를 MBC가 만들어낸 잔혹한 코미디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MBC의 선전선동에 대한 자신의 비판은 정당한 것이며 그러한 비판을 조선일보가 인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조선일보에 자신이 이용당하는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비판받을 짓을 한 MBC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진중권씨의 글은 급기야 조선일보의 지면에 인용되는 것을 뛰어넘어서 일부에서 극우매체라고까지 비판받고 있는 독립신문의 지면에까지 올랐습니다. 또한 조선일보 인터넷판에서도 MBC를 비판하는 진씨의 진보누리 글을 비중있는 뉴스로 다루며 다시 인용보도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진중권씨나 독립신문의 측의 주장이 옳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대로 방송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서 아무 죄없는 선량한 시민을 매장시키는 몰상식한 일을 자행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방송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선전선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일까요?

독립신문이나 CBS의 관련기사에 따르면 탄핵찬성집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던 송씨는 영부인에 대한 학벌비하 발언이 있기 전, 먼저 대우건설 남사장 자살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던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을 먼저 했고 남사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식의 비하성 발언을 영부인인 권양숙 여사에게 적용하면서 이런 식이라면 영부인도 자살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발언했다고 주장합니다. 즉 노 대통령 식으로 TV 앞에서 권양숙 여사에게 망신을 주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 대통령을 발언을 비판할 목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사용한 역설법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자신의 취지와는 다르게 마치 영부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군중들을 선동했다는 식으로 의도적으로 편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송씨가 수많은 기자들과 방송카메라 앞에서 그런 식의 발언을 것을 단지 자유로운 개인의 의사표현정도로 간주하는 진중권씨의 시각이 옳은 것일까요? 진중권씨는 오히려 문제의 발언을 부각시킨 ‘사실은…’ 제작팀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송씨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발언 자체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쪽에서 정치선동의 목적으로 방송내용을 교묘히 편집했다고 주장합니다. 진씨의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문제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발언의 당사자인 송씨보다는 그 발언을 부각해 편집보도한 MBC 제작팀의 책임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진중권씨의 생각은 MBC가 자신처럼 정치에 매몰되어있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사실은…’ 제작팀이 의도적으로 특정정치세력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선입견은 진씨로 하여금 잘못된 해석과 결론을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일보에 이용당하는 것 때문에 안티조선진영에서 비판받고 있는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고 원인을 제공한 MBC가 잘못했다고 반론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부인 비하발언에 있어 문제의 핵심은 바로 몰상식한 극우단체의 집회행태에 있습니다.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지고 있는 이들 냉전극우단체의 옥외집회는 자칭 우리사회의 보수세력의 목소리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을 건전한 보수세력으로 바라봐 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사고방식이 사회의 발전방향과 상당한 괴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대중들에게 그들의 행동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남북화해협력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한반도의 정세변화에 매우 큰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지난 세월 우리사회를 지배해왔던 반공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친미성향의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조직력을 동원하기도 해 3.1절날 광화문 한복판에서 미국성조기를 휘날리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들의 몰상식한 반김정일 정서의 노골적 표현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추진을 매우 난감하게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지난날 반공이데올로기를 설파하며 이들에게 사상적 토양을 제공해왔던 조선일보조차 이들과 선을 긋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극우단체들의 사상적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지만원 박사나 조갑제 사장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들의 생각이나 행동들이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집회 때마다 등장하는 몰상식한 발언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들 또한 사정은 비슷합니다.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는 독립신문이라는 인터넷신문을 제외한 모든 매체들은 극우반공단체들의 집회 때마다 이들의 몰상식한 면에 주목해 왔습니다. 그리고 방송사들의 시사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의 발언이 있었던 탄핵찬성집회에서도 몰상식한 발언이 여지없이 나왔습니다. 극우단체의 그러한 발언들은 현장에 있었던 방송사나 신문사 기자들에게 있어 문제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기사화하지 않았습니다. 늘 있어왔던 것이었고 그 발언의 대상이 영부인에 대한 모욕이어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MBC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서 탄핵반대와 찬성 측의 집회장면을 보여주면서 문제의 발언장면을 편집하여 내보냈습니다. 편집방향은 송씨가 권양숙 여사의 학벌을 들먹이며 비하하는 모습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이 방송이 나가자 곧 송씨의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키며 각 언론에 기사화되었습니다. 송씨에 대한 비난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났고 송씨와 관련된 단체에까지 네티즌의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매우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당시 탄핵찬성집회에 기자까지 내보내서 직접취재했던 조선일보 측에서 송씨의 발언을 편집해 내보냈던 ‘사실은…’에 대한 비판보다는 오히려 주된 책임을 집회주최인 이들 단체에게 두어 송씨에게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던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MBC의 ‘기술적 편파’를 지적하면서도 집회 주최자들의 잘못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근본책임은 바로 극우단체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송씨 책임론’은 어쩌면 ‘기술적 편파’ 논란에 있어서 자신들조차 자유로울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수 언론사의 기자들이 ‘사실은…’ 의 방송보도에 특별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CBS 기자 와 이해 당사자인 독립신문만 편파시비를 언급했다는 점은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예측케 해줍니다.

MBC의 ‘사실은…’ 이라는 매체비평 프로그램은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족벌신문들의 왜곡보도 사례와 친일행적들을 집중 보도해 현재 관련소송이 진행되고 있을 만큼 서로에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들 신문사들이 진중권씨가 주장하고 있는 바에 의하면 ‘절호의 찬스’를 무심코 그냥 지나쳤을까요? 조선일보가 이 문제 관련해 기껏 내보낸 기사는 CBS 기자의 증언에 고무되어 흥분한 진중권씨의 진보누리 글을 인용보도한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나머지 언론사도 대부분 방송보도의 편파성 문제를 전혀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왜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모든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은 CBS 기자처럼 ‘사실은…’의 ‘기술적 편파’에 대해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그것은 ‘사실은…’의 방송보도 내용에 ‘상당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방송 상에서 부각시킬 만큼 송씨의 발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조선일보가 밝혔던 것처럼 방송의 ‘기술적 편파’라는 시비거리가 다소 있을 수는 있지만 극우단체의 집회시 자주 등장하는 몰상식한 발언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집회 당일이었던 21일, 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을 앞에 두고 송씨가 군중들에게 던진 발언들은 비록 그 이유가 노 대통령의 ‘언어적 살인’을 비교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는 변명하지만 결코 납득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그런 식의 비교 자체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청탁뇌물이나 비자금조성에 연루된 범죄행위을 영부인의 학력과 동일시 비교하며 비하발언으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까? 이것은 매우 몰상식한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송씨는 매스컴이 주목하고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군중들에게 “고등학교도 안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청중들과 함께 공유했습니다.

그것은 이미 송씨의 영부인 비하발언이 단순비교의 차원을 넘어섰던 위험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록 송씨가 영부인을 비하할 목적이 없는 순수한 비교를 위해 했다고 변명하지만 그의 사고방식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허용하는 상식의 선을 이미 넘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그날 현장에서 송씨 발언 중 남사장과 영부인의 비교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발언의 문맥상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받아들일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비교차체가 몰상식한 것이고 비교 도중에 취했던 그의 비하적인 태도나 발언행태 등은 결코 단순한 문맥상의 비교로만 받아들이기 힘든 매우 지나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비록 ‘사실은…’의 보도에 편파시비의 소지가 다소 존재하더라도 공개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집회였다는 점에서 집회의 몰상식성을 보도할 상당한 이유가 되어줍니다. 따라서 ‘사실은…’에서 주말의 평화로운 촛불시위를 소개하면서 극우단체의 몰상식적인 부분만 부각시켰다는 면에서는 ‘기술적 편파’문제가 제기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진중권씨의 주장처럼 정치선동의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것이 다수의 언론에서 진중권씨처럼 ‘사실은…’보도에 대해 왜곡보도라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인 것입니다.

진중권씨는 MBC가 마치 특정정치세력을 위해 정치선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는 것은 개관적인 시각이 아닙니다. 이번 ‘사실은…’의 ‘영부인 비하발언’ 방송의 정치편파성을 제기한 진씨의 비판 역시 매우 주관적인 시각입니다.

MBC가 진중권씨의 주장처럼 진짜 왜곡보도를 하면 진중권씨가 나서기 전에 이미 족벌신문에서 이슈화시킵니다. 진중권씨는 송씨와 견해가 다르다고 말하면서도 대통령 발언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시키려는 송씨의 주장에 아무런 문제점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대상이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사회적 악습에 비판을 칼날을 들이대는 진중권씨가 왜 그토록 송씨의 학력차별적 망언에 대해서만은 관대한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남사장과 영부인을 동일선상에 올려놓은 송씨의 독특한 설정에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면 진씨의 주장대로 송씨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상식은 그것을 용납하고 있지 않으니 진중권씨의 오류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MBC가 잘못했으니 나는 잘못이 없다. “조선일보에게 내가 이용당하는 꼴 보기 싫으면 너희가 잘해라.”라고 주장하는 진중권씨의 말에 박수를 보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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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3/31 [23: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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