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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탄핵반대' 촛불 다시 타오르다
시민 만여명 마지막 집회열어, 보수단체 '총선결과는 탄핵찬성' 주장
 
손봉석/김주영   기사입력  2004/04/17 [22:18]

총선을 앞두고 꺼졌던 탄핵반대 촛불바다가 다시 빛을 발했다.

17일 오후 광화문 교보문고 옆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오후 6시 무렵부터 ‘탄핵반대’, 와 ‘민주수호’가 적힌 종이카드를 흔들며 탄핵반대 집회를 준비했다.

▲광화문 집회 모습     ©브레이크뉴스

집회를 시작하기로 한 오후 7시반 보다 이르게 2~3천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어 보도가 혼잡해지기 시작하자 경찰은 시민들이 우선 1차선에서 집회를 하도록 유도했다.

탄핵무효범국민행동은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라는  주제로 오후 7시 40분 부터 권해효, 최광기씨 사회로 본 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탄핵을 반대하는 <너흰 아니야>, <헌법제1조>등의 노래에 맞춰 '탄핵반대'라고 쓰인 종이카드를 흔드는 것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어린아이가 탄핵철회라는 플랜카드를 들고있다.     ©브레이크뉴스

오후 7시가 가까워 질수록 탄핵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은 계속 모여들기 시작해 오후 9시 무렵에는 1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대통령을 국민에게 돌려달라"고 외치며 음악에 맞춰 "탄핵반대"를 외쳤다.

정현백 대표, 서주원.박석운 공동집행위원장 등 범국민행동 지도부가 중앙무대에 올라 정치권에 탄핵안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우리나라,꽃다지 등 민중가수의  노래공연도 이어졌다.

남편과 두아이를 데리고 집회에 참석한 주부 이인순(37)씨는 많은 시민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집회에 온 이유에 대해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나중에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가 자랄 때는 배우지 못한 민주시민으로 의사표현 방법을 배워 건전한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집회 모습     ©브레이크뉴스

이씨는 일부 정치가들이 자신들을 동원된 청중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이런 시민정신을 경험하지도 못하고 늘 돈으로 청중을 동원했기 때문에 우리들의 순수한 행동이 이해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호주에서 휴가차 온 초등학교 교장이라고 소개한 그레그(51)씨는 "오늘 집회의 의미를 알고 참석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히 알고 있다"며 "마음(heart)으로 부터 끌려 이자리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레그씨는 "방송을 통해 이미 지난 3월 12일의 부당하고 거대한 '코미디'가 일어 났음을 알고 있었고 이런(촛불집회) 시민들의 저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으로 인해 백수가 된 홍사덕 의원을 이라크로 보내기 위한 비행기표 마련 모금함     ©브레이크뉴스

51세의 부동산업자라고 밝힌 김성호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불안하고 허물이 있어도 정치가들이 좀 도와가며 같이 잘 해야지 상식적으로 이런 탄핵이 말이 되냐"고 반문하고 "야당이 한 탄핵은 국민으로서 용납이 안될 뿐"이라고 말했다.   

한 20대 청년은  “다 나가라고 했는데 하나는 나가고 하나는 아직 나가지 않았다”며 '탄핵세력'에 대한 심판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 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민주수호라는 플랜카드를 높이 들어올리며 미소짓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범국민행동은 17대 총선 선거전을 앞두고 촛불집회가 선거법.집시법 위반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3월 27일에 일단 광화문 촛불행사를 중단했었다.

범국민행동은 이날 촛불행사를 통해 국민의 탄핵반대 입장을 확실히 보인 것으로 보고 마지막으로 더이상 탄핵무효 촛불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좌익으로 가고 있다. 뻘겋게 물들어가고 있다."
보수단체 맞불 탄핵찬성집회 열어, 총선결과 탄핵찬성 승리한 것

한편, 5시 동아면세점 앞에서는 보수단체들의 '촛불집회 규탄집회'가 열렸다. 50여명의 보수단체관련자와 시민들이 모여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번 집회에서는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촛불집회에 대한 성토와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보수단체들은 맞불 집회를 열지 않을 방침이었지만, 17일 북핵저지시민연대측과 바른선택국민행동 두 단체의 이번 집회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탄핵반대집회 반대 집회모습     ©브레이크뉴스

이들은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이번 탄핵은 국회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하여, 헌법에 의해서 심리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탄핵을 취소하라는 것은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이어 이들은 총선결과가 탄핵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에 대해서는 "총선결과 탄핵에 찬성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912만표를 획득했고, 열린우리당은 812만표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언론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노무현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국회가 자기 자신을 억지로 대통령 권한을 취소한 것처럼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탄핵반대집회를 배후조정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모습     ©브레이크뉴스

집회에서는 촛불집회의 색깔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랐다. 집회에 발언을 한 시민은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한총련과 노사모라는 홍위병들을 앞세워 촛불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한총련이 집회의 주도세력이라는 주장을 해 집회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이 시민은 "4.15 총선에서도 주사파를 앞세워 열린우리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것"이이라며 총선결과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총선결과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것은 좌익에게 사로잡힌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목소리를 내면서 국가보안법을 철폐시키고, 미군철수를 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우리나라 물가가 폭등하고 경제가 어려워 질 것이다"라며 '안보'의식을 강조했다.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     ©브레이크뉴스

독립신문의 신혜신 대표는 "집회에 참여한 인원이 많고 적은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냐이다.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측근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측근비리로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측근들이 또다시 국회로 들어갔다. 이것이 과연 깨끗한 정치인가?"라며 이번 총선결과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신혜식 대표는 "차떼기의 원조는 권노갑이다. 그러나 권노갑이 차떼기를 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한나라당이 차떼기를 하면 들고 일어나는게 과연 올바른 시민단체가 할 일인가? 올바른 시민단체라면 정권을 비판해야 한다. "라며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가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60대의 시민은 집회참석 이유를 묻자 "친북세력이 커져가서 우리나라가 걱정되어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나는 6.25참전용사로 공산당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냈는데, 나라가 이렇게 빨갛게 물들어 자유주의시장경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라고 개탄의 목소리를 냈다.

집회에 참석한 또 다른 시민은 "나는 이번 탄핵을 적극 지지한다. 내가 70이 먹도록 이런 정부는 본적이 없다. 너무 살기가 어렵다. "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탄핵반대집회에 대해서는 "전부 열린우리당이 전화니 뭔지 해가지고 모인 것이다.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순 좌익들이다. 촛불시위를 하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다"라고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어떻게 나오시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뭐.. 그냥 지나가다가 들렸다'라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집회는 언론에는 아에 집회가 없을것이라는 것과 시각이 6시로 잘못 보도되는 헤프닝도 있었다. 이번 집회는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앞당겨진 5시부터 시작됐다. 집회시간이 한시각 앞당겨진 이유로 '합법적으로 일몰이 되기 전 까지 집회를 끝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집회의 합법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집회에서 "탄핵찬성집회는 진행될 예정이었다며, 오히려 이를 조작한 언론은 각성해야 할 것"이라며 언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혔다. 하지만 이날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등 메이저급 언론들은 거의 대부분 '집회는 취소되었으나, 북핵저지시민연대의 단독으로 긴급 진행 된 것'이라고 전하고 있어, 집회의 준비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은 탄핵소취안을 철회하려는 음모를 중단하고, 불법촛불집회를 즉각중단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끝마쳤다. 하지만 이들의 집회 이후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1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숫자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과연 국민의 다수의 여론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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