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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 전쟁으로 비화한 진짜 '사실은'
'왜곡편집'논란, mbc-조선-오마이싸움에 진중권씨 가세, mbc 원본공개
 
심재석   기사입력  2004/04/02 [10:37]

지난달 3월 21일 동화면세점 앞 탄핵찬성 집회에서 연사로 나선 송만기 씨의 "고등학교도 안나온 여자가 국모" 발언이 MBC TV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에 의해 최초 보도된 이후, 이 문제가 때아닌 언론매체간의 '사활을 건'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와중에 좌파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씨의 발언을 둘러싸고 매체마다 해석과 인용을 달리해 싸움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인터넷논객들도 가세해 '언론의 진실보도'라는 'fact'의 문제와 정치지형 상의 상황논리를 더하고 있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프로그램에서 나온 장면 ©MBC
최초 송만기 씨의 발언이 MBC <사실은>을 타고 나가자, 네티즌들은 '학벌차별'을 들어 송만기 씨를 맹비난했다. 네티즌들은 전후과정이나 맥락을 살펴볼 틈도 없이 동영상으로 중계된 송만기 씨의 '고등학교도 안나온 여자가 국모' 운운 사실에 흥분, 송만기 씨 관련 사이트가 다운되고 송 씨에 관한 개인적 정보까지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러나 <사실은>이 보도한 문제의 상황을 현장에서 취재 중이던 CBS 최철 기자는 <사실은>의 보도에 대해 “그날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입장에선 얼떨떨한 심정”이라면서 “왜냐하면 본질을 외면한 MBC의 편집방송이 네티즌들을 선동했다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기자에 따르면 송씨는 문제의 발언 앞에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전 대우건설 사장이 왜 죽었습니까? 대통령이 온 국민이 보는 TV앞에서 남사장을 모욕하지 않았습니까? '많이 배우신 분이 보잘것 없는 사람앞에서 굽신굽신하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한 대통령의 발언 문제 있습니다. 이게 바로 언어적 살인입니다. 제가 만약 대통령 영부인의 학력이 고졸도 안된다고 소리치면 이것 또한 언어적 살인입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최 기자의 기사가 보도된 후 이 문제는 <사실은>의 왜곡편집문제로 비화됐다. <사실은>을 가장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매체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6개의 기사를 쏟아내며 <사실은>에 맹공을 퍼부었다.

조선일보는 아이러니하게 자신들의 입장과 가장 반대에 있는 좌파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를 입을 빌어 “CBS 기자의 말이 맞다면 MBC는 그 프로그램으로 고약한 대중선동을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진씨는 “이 정도의 편집이라면 ‘파시스트적’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1일자 기사 진중권씨 "오마이뉴스는 파시스트 언론집단". 그러나 취재기자가 진중권 씨와 사실 확인 후 제목을 바꾸었음도 불구하고 디지털조선일보는 위 제목으로 4시간이나 인터넷에 올려 놓았다     ©조선일보

이후 조선일보는 사설 등을 통해 <사실은>을 비롯한 MBC 전체에 대한 공격적 보도를 계속했다. 조선일보는 <사실은>측에서 필름의 원본을 공개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조선일보의 맹공에 <오마이뉴스>가 반격에 나섰다. 오마이뉴스는 ‘<조선>의 MBC '사실은...' 비판 정당한가 ‘라는 기사를 통해 “방송시간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편집'을 할 수밖에 없는 방송에게 편집 전의 필름을 요구하는 것은 방송의 자율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며 “조선일보의 현장필름 공개 요구는 방송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고 <사실은>을 옹호했다.

오마이뉴스는 또한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보다 유별나게 언론자유, 보도자유를 내세우며 정부를 비판해 왔다”면서 “그 ‘언론자유’라는 범주에는 방송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 조선일보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진중권 씨의 발언을 의식, '조선일보에 이용당하는 지식인'이란 비판적인 기사를 기고받아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조선일보가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조선일보는 다시 진중권씨의 입을 빌려 ‘오마이뉴스’공격에 나섰다. 지난 1일밤 조선일보 인터넷판 조선닷컴은 ‘진중권씨 "오마이뉴스는 파시스트 언론집단"' -"mbc보도 미디어 동원 수준... 조선일보 비판할 자격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배치하는 등 오마이뉴스에 대한 공세를 취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후 이 기사의 제목을 ‘진중권씨 "영상매체 영향력 커져…이젠 견제해야"’로 바꿨다.

진중권 씨는 좌파매체 <진보누리> (www.jinbonuri.com)를 통해 <사실은>이 사실은 '편집'을 통해 사실을 '왜곡'했으며, 이같은 행위는 노 대통령을 위한 '선전선동'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노무현이 잘못하면 비판받아야 합니다. MBC가 잘못하면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노무현과 MBC를 비판하면, 당연히 조선일보는 언제라도 이용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용당하지 않을 "의무"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노무현의 잘못과 MBC의 왜곡에 침묵해야 할까요? 조선일보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노무현과 MBC가 잘못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신의 견해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의 당(정)파적 해석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같은 점에 대해 <브레이크뉴스>의 '소환'이라는 네티즌은 '몰상식에 도전하는 진중권식 사고방식의 한계'라는 글을 통해 "진중권씨의 생각은 MBC가 자신처럼 정치에 매몰되어있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사실은…’ 제작팀이 의도적으로 특정정치세력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선입견은 진씨로 하여금 잘못된 해석과 결론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진중권씨의 글이 오르기 전까지 송씨에게서 책임을 찾았던 조선, 동아는 진중권씨에 의해 '사실은...'보도의 편파성이 이슈화되자 태도를 바꾸어 다시 사설과 컬럼을 통해 방송의 편파성을 의제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조중동의 해악이 넘쳐나는 지금의 현실에서 (mbc 비판은)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다름없다"며 진 씨의 발언을 비판했다.

다른 한편 집회현장에 참가 취재기를 올렸던 <미디어몹>(www.mediamob.co.kr)의 최내현 편집장은 "엠비씨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전체 중에서 일부만 떼어다놓고 편집으로 장난을 쳤다고 말하지만, 저의 감각으로는 나름대로 정확하게 방송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탄핵 찬성 집회 분위기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공격적이었고 네거티브 일색이어서, 제 나름의 결론은 '엠비씨가 과도하게 편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편파방송이라 할 수는 없다'"라고 평가했다.

사실 이번 '학력비하' 발언은 어쩌면 일과성 해프닝이고, 탄핵찬성 집회 장면에서는 사회적으로 훨씬 더 위험한 탄핵찬성 측에서 제기한 '김정일 내통' '좌익세력, 빨갱이' 발언이 더 비중있게 다뤄야 하는 주제였지만,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고졸 국모'론만 부각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이 정치적 이슈로 만들어지고 부각되면서 언론진영이 당파적 입장으로 나뉘어 대립과 반목을 대립하면서 언론이 총선의 대리전 양상으로 바뀐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인터넷으로 무장한 네티즌들이 '국모발언'에 대해 과잉반응을 보이면서 전선을 친노 대 반노전선으로 설정했고, 이에 연동된 반노무현 세력으로 알려진 '조중동'과 친노무현 세력으로 알려진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 그리고 MBC의 전선으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CBS 측이 밝힌 '발언' 전후과정이나 진중권 씨의 '조중동 못지않는 방송매체의 편파성'이란 'fact'와 '언론윤리' 측면에서의 문제제기는 '당파성'에 묻혀버렸다.

어쩌면 이번 사안은 '권력은 총구 아닌 '미디어'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증시켜 주었고, 극단적인 이미지정치의 폐해를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신문매체의 퇴조와 영상매체의 우위 속에, 제어되지 않은 네티즌들이 주도하는 인터넷(사이버여론)의 막강함만 남게 됐다. 그러나 이같이 정치에 동원되는 미디어 영역의 불안정성 속에 진짜 '사실'은 어디에 있는지 이제 차분히 찾아봐야 할 때이다.

한편, 무수한 논란과 '왜곡편집' 의혹을 받고 있는 <사실은> 측은 2일 원본 테이프 내용을 공개키로 했다.

<사실은>의 김병훈 부장은 1일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만큼 모든 것을 보여주고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기겠다"면서 "원본 공개에 대해 제작진과 간부진 사이에 이견이 있기는 했으나 공개 쪽으로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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