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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노정권 사람들
남재준총장 ‘정중부의 난’ 발언 불만세력 소행, 정부여당 언행 조심해야
 
이유현   기사입력  2004/09/03 [18:23]
최근 발매된 <월간중앙> 9월호 '참여정부의 군심(軍心)'이라는 특집기사 가운데 '현역 장군이 말하는, 쿠데타가 불가능한 5가지 이유'를 박스기사로 소개한 것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이 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와 교통체증,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군사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가 상용화되어 있어 보안유지가 어렵고, 상시 교통체증으로 인해 군대의 신속한 수도 진입이 힘들뿐만 아니라, 신문사와 방송사를 접수한다고 해도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없을 게 그 논지다. 아울러 그 현역 장군은 “군사 쿠데타는 다른 사회 부문보다 군이 가장 앞서 있는 곳에서나 가능하다. 그래야 군이 명분과 힘을 가지고 다른 부문을 압도”하지만 그러나 한국 사회는 오래전부터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군 이외의 부문들이 앞서 나가 있어 너무도 명백한 앞의 4가지 사실을, 누구보다 군이 먼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쿠데타는 더 이상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오늘 도하 각 신문에서는 육군의 최고 수장인 참모총장의 입에서 쿠데타를 의미하는 고려시대 ‘정중부의 난’이 거론됐다는 얘기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9월 3일자 내일신문 보도에 의하면  남재준 육군참모총장(대장ㆍ육사 25기)이 지난 8월 31일 아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렸던 일반참모부장회의(일명 일참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자리는 육본 인사참모ㆍ군수참모ㆍ기획참모를 비롯한 소장급 부장들과 중령 이상 실무부서 책임자 등 육군 최고엘리트 약 2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나는 어차피 문제가 되면 사표 쓰고 아무 때나 나갈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 무슨 문민화냐. 옛날 정중부의 난이 왜 일어났는지 아느냐. 뭘 모르는 문신들이 (무신들을) 무시하고 홀대하니까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군검찰 독립은 무슨 황당한 얘기냐. 이는 인민무력부 안에 정치보위부를 두자는 것으로 북한식과 똑같다 '난 이거 용납못한다' (한 참석 간부에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이걸 막아라. 관련 의원을 따라다니며 로비를 해라. 못 막으면 이번에 진급은 없다. 만일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법무병과는 폐지해야 한다...(또다른 참석 간부에게) 성우회를 찾아가 로비를 해라.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그들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 '남재준 육참총장 발언'으로 유포된 내용
 
남 총장은 이날 국방부 문민화, 획득청 설치, 군검찰 독립 및 수사지휘권 부여 등 최근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고, 그 과정에서 나온 민감한 발언이 일부 참석자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1차 조사 결과 "남 총장의 진의와는 다르게 와전된 내용이 흘러나왔다"고 판단하고 1일 이를 윤광웅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남 총장으로부터 '문민화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며 ”남 총장은 나의 지시와 구상을 실천에 옮길거라 믿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다. 육군 일부에서는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로 볼때 남 총장이 문제의 발언을 한 게 분명해 보인다“는 견해가 나오는 반면 합참 일각에서는 ”내용이 거꾸로 알려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신중하면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남 총장같은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한 반면 또다른 관계자는 ”우선 사실여부부터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구체적 언급을 자제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남 총장은 ”내가 (올해로) 나이가 60살인데 그렇게 경솔하게 얘기했겠나“라며 당일 자신의 발언의 주 내용은 “문민화는 전반적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육군 총장으로서 장교들에 대한 대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총장으로서 당연히 그렇게 얘기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또한 발언 과정에서 문제의 ‘정중부의 난’이 예로 거론됐냐는 질문에 남 총장은 ”그건 황당한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전혀 연관이 안되는 얘기 아니냐. 내가 나이 60인데 혼자 술먹고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간부회의 때 참모들이 쭉 앉아있는 자리에서 상식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겠느냐”며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검찰 독립 문제를 ‘인민무력부 속에 정치보위부를 두자는 북한식’에 비유했다는 부분에 대해 남 총장은 ”그 문제는 신중해야 된다고 했다“면서 ”군에 법무병과를 특별히 둔 것은 군 조직의 특수성때문이다. 그런데 검찰권이 지휘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됐을 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에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집해 관련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남 총장은 청렴함과 통솔력으로 군 내부에서 두루 신망을 얻고 있다. 청와대도 군의 통합에 기여한 남 총장의 지휘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 25기인 남 총장은 육본 인사참모부장, 합참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쳐 지난해 4월 육군참모총장에 취임했다.
 
군은 2006년까지 국방부의 모든 현역 장성급 실국장을 일반직 공무원들로 교체하고 소령급 이상 영관장교들도 대폭 줄이기로 한 국방 문민화 계획에 거부감을 갖는 세력이 허위사실을 언론에 유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와 청와대는 이번 사건 또한 군내 일부 불만세력의 ‘유언비어’ 유포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라크 파병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국방부 매파, 북한 경비정 NLL 월선시 보고체계 파문, 여기에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군 장성 폄하발언’,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통적으로 육군의 몫인 국방부 장관 자리를 해군에게 빼앗긴 처지에서 일부 불만세력들의 참여정부 흔들기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난 7월 NLL 월선 사건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에 벌어진 코미디 같은 풍경은 노 대통령의 리더쉽이 그의 주변인사들에 의해 얼마나 왜곡되고 허약하게 지탱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음은 오마이뉴스 김태경 기자의 월간 <인물과 사상> 9월호 기고문 ‘노정권과 시민단체들, 유착 혹은 상생?’의 한 대목이다.
 
북한 경비정의 NLL 월선과 보고 누락은 전혀 별개의 사건이었다. 15일 저녁 권진호 NSC 사무처장이 보고 누락이 있었다는 것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어 16일 오전 NSC 회의에서도 정식 의제로 다뤄졌다. 그런데 이 사실이 바로 언론에 공개됐다. 일부 언론에는 정부 또는 여권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노 대통령이 군에 대단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본다“며 ”노 대통령이 대단히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됐다.
 
여기서부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됐다. 조중동이 나섰고, 7월 19일 김희선 의원이 ”준장에서 소장에 있는 사람들이 중령에서 대령으로 되는 과정에서 군부정권(하)에서 지도력을 키워온 사람들“이라고 한 발언은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박찬승 합참 정보본부장의 기밀 유출 사건까지 터졌다.
 
군 전체와 청와대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당시 군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졌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심리적으로는 군사쿠데타라도 날 분위기“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한 소식통은 ”한국군 장성 가운데 지금 쿠데타를 할 만한 배짱 가진 사람도 없다“며 ”그러나 당시 군 내부 분위기는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상태로 사실상 통제불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해군작전사령관이 "상급부대에 보고하면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릴 것 같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시쳇말로 정권에 ‘개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내부가 이런 상태가 되자 청와대는 의도적인 보고누락임을 알고도 경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진노한 적이 없는데 청와대의 일부 세력들이 마치 대통령이 화가 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군 전체를 몰아세웠다가, 나중에 사태가 커지자 뒤로 슬그머니 빠졌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결과적으로 장관은 경질됐는데 정작 보고누락의 장본인인 해군작전사령관은 끄덕 없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그리고 청와대는 체면만 망가지고 말았다.

 
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노 대통령 보좌관과 여당인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조중동이라는 보수매체들의 확성기를 통해 ‘파문’으로 변질되고 야당의 공세로 이어지며 또다시 조중동의 확대보도로 ‘구체적 물증’이라는 피드백 시스템으로 ‘확정’된다. 결국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떤 방법으로 수습해야 되고 그 과정에선 남는 것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흠집이 아닌 수구세력의 득세와 개혁세력의 후퇴만 남게 될 뿐이다.
 
이번 남 총장 발언도 똑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보좌진과 열린우리당 의원 중에서 ‘정중부의 난’ 운운했다며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쳐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순간, 또다시 조중동이 정략적으로 키우고 야당의 공세로 환원되고 청와대가 수습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참여정부가 정권인수단계에서 구상하고 1년 여를 끌면서 추진한 ‘군의 문민통제’ 계획은 물거품 되고 ‘군 개선’은 오히려 퇴행될 것이다.
 
앞서 현역 장군이 한국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날 수 없는 5가지 이유의 가장 큰 핵심은 ‘군이 쿠데타 불가능을 더 잘 알고 있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들을 사회 발전 시스템에 합류시켜 변화에 슨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도 못지면서 일과성 영웅주의적 발언을 하는 청와대 보좌관이나 열린우리당 의원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쿠데타를 부추기는 숨은 세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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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03 [18: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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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군병장 2004/11/18 [14:57] 수정 | 삭제
  • ★군바리 그것도 대령 출신 배성관이 하는짓좀봐라 종로경찰서서 딸딸이 치다 안절부절 못하고 똥줄타는 배성관....
    배성관은 전두환노태우 충신

    http://www.namprise.com/bbs/zboard.php?id=board1&page=1&sn1=&divpage=3&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36035
  • ^^ 2004/11/16 [23:01] 수정 | 삭제
  • 짤리기전에 보세요
    http://www.dailian.co.kr/deanto/debate/d_view.html?dno=12416&page=&t_name=debate&kind=0&keys=&sel=&search=
  • 겨울나그네 2004/09/04 [00:15] 수정 | 삭제
  • 봄나그네님~~

    이유현기자가 지적하는 내용을 잘 보세요.
    특히 김태경 기자가 지적한 대목을 잘 보세요.

    청와대의 일부 세력들이 마치 대통령이 화가 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군 전체를 몰아세웠다가, 나중에 사태가 커지자 뒤로 슬그머니 빠졌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결과적으로 장관은 경질됐는데 정작 보고누락의 장본인인 해군작전사령관은 끄덕 없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그리고 청와대는 체면만 망가지고 말았다.

    지난번 nll 사태 때 일부 몰지각한 청와대 세력과 열린당 김희선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조중동이 날뛰엇죠.
    이유현 기자는 그런 점을 미리 지적한 것 아닌가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인데... 다시 한번 기사를 읽어보세요^^
  • 봄나그네 2004/09/03 [20:10] 수정 | 삭제
  • 이 게시물에 보면 "청와대 보좌진과 열린우리당 의원 중에서 ‘정중부의 난’ 운운했다며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쳐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순간"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구절을 근거로 노무현 정권 사람들이 문제라는 소제목의 견해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보좌진과 열린우리당 의원 중에서 ‘정중부의 난’ 운운했다며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쳐 무책임한 발언을 하였다는 근거가 있는지, 그런 발언을 한 청와대 보좌진과 열린우리당 의원이 누구인지 밝히실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발언하지도 않는 것을 발언한 것처럼 가정하여 쓰는 것이라면, 그런 가정을 기정 사실화해서 ‘쿠데타’보다 더 문제는 노정권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소제목을 단다면 이는 이유현 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