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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 이숙정과 영남 친노, '무책임' 닮았다
[공희준의 일망타진] '강자에 당하고 약자에 분풀이'‥개혁대상·보수세력만 키워
 
공희준   기사입력  2011/02/08 [01:25]
강남좌파와 영남친노
 
“권력을 선용해 부정의와 싸우고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정치가의 역할이다. 자신의 선의와 정의감을 과시할 뿐 결과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세력의 위세를 키우고, 자신이 보호해야 할 세력을 위축되게 만드는 것은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가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오히려 위험하기도 하다. 그 이유는 정치의 결과가 나쁠 경우 그 책임을 ‘타인들의 어리석음이나 세상의 비열함’에 돌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하면 스스로 박해받는 예언자로 추앙받고자 하거나 아니면 허영심에 빠진 자신의 자화상에 몰두함으로써 ‘정치에서 치명적 죄악이라 할 무책임성’을 가져온다. 나아가 이러한 태도야말로 정치라는 ‘인간 행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극도로 빈약하고 오만한 이해의 산물’일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막스 베버(1864~1920)가 그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서술한 내용을 출판인 겸 정치학자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사장이 정리해 인용한 것이다. 베버는 분명 지금으로부터 90여 전의 독일의 정치상황을 평가했건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꾸만 한국의 정치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더욱 구체적으로 적시하자면 소위 ‘통합과 연대’의 주술을 읊어대고 을러대는 영남 B급 인재들과 강남좌파들의 손아귀에서 무기력하게 놀아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진보개혁 진영이.

민주당 지지자들과 경상도 노빠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어색하게 동거하고 있는 한 인터넷 웹사이트(관계 깨지면 걸그룹 카라처럼 위약금 물어줘야 할 형편도 아니련만….)를 둘러보다가 ‘이숙정 사태’와 관련하여 대단히 적확한 분석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난동 자체는 물론이고 이제까지의 사건 전체의 전개과정에서 이숙정 씨가 보여준 최악의 모습은 “정치 안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였다는 지적이었다.

내가 성남시 시의원 이숙정 씨의 정확한 멘트를 딸 위치에 있지 못한 터라 그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전해지는 얘기들을 종합하면 그는 더는 정치에 미련이 없다고 한다. 정치 그만두겠다는 각오라는 거였다. 그 순간 나는 거의 자동적으로 지금은 더 이상 육성을 들을 수 없는, 돌아가신 어느 전직 대통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이숙정 씨의 프로필 사진에 겹쳐지고 말았다. “대통령 자리에 미련 없다.”고. “청와대에서 물러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정치 안 하면 될 거 아니냐?

노무현 정권 탄생의 실질적 산파였던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교환교수 자격으로 1년 동안 미국으로 건너가 있을 거란 소식이다. 강준만 교수한테는 미안한 소리인데 당신 참 무책임한 인간이다. 그래서 대학교수들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인가 보다. 뭐 좀 하다가 안 될 듯싶으면 편하게 임금 챙겨주는 학교로 휑하니 돌아가면 그만이니까. 책임윤리의 부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강준만 씨나, 나라야 망하든 말든 이화여대에서 여전히 꼬박꼬박 교수월급 잘 받아먹고 있을 조기숙 씨나 피장파장이다. 전자는 잘못된 사람을 뽑게 만들었고, 후자는 잘못된 사람을 더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강준만 교수를 한 차례 더 우려먹어야겠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그의 개념규정이 워낙 통렬하게 폐부를 찔러서다. 노무현과 그 측근들을 일컫는 표현은 참으로 다양하다. 노무현 세력, 노무현 그룹, 노무현 일파, 노무현 일당. 하지만 나는 강준만 교수가 썼던 ‘노무현 일행’이라는 용어가 노무현과 그 측근들의 본질적 성격을 소름끼치도록 날카롭게 꿰뚫어봤다고 생각한다.

‘일행’이라 말이 약간 심심하기는 하다. 그러나 ‘일당’과 같은 단어는 쓸데없이 거칠기만 할뿐 핵심을 좀체 효과적으로 건드리지는 못한다. 반면 일행은 너무나 적나라하게 노무현 정권의 치명적 맹점을 까발린다. 일행, 사전적 의미로는 함께 길을 가는 사람이다. 보통은 같이 관광이나 여행을 하는 무리를 지칭할 적에 쓰인다. 여행객은 책임지지 않는다. 실컷 즐기고 누리다가 이제 본전 다 뽑았다 싶을 때 훌쩍 떠나가면 그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정치를 대하는, 집권 이후에 나라를 다스린 근본 자세가 그와 같은 관광객 마인드의 범주에 속했다. 정치라는 여행지에서 그들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장난감을 수중에 쥐었던 것이다. 바로 국가권력.

베버는 정치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세 가지 기본 자질로 열정, 균형감각, 그리고 책임의식을 꼽았다. 그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의 모태가 된 독일 뮌헨대학교의 강연에서 중점을 두어 강조한 것은 그 중에서도 특히 책임의식이었다. 권력을 선용해 부정의와 싸우고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정치가의 소명이기 때문이었다. 본인 마음에 안 드는 수틀리는 일이 생겼다고 하여 “정치 안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하면서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은 여행객이 짐 챙겨 관광지를 서둘러 떠나듯이 혼자 고고한 척, 깨끗한 척 하며 한 마리 나비처럼 정치를 등지는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라고 그는 보았을 것이다.
 
이숙정은 왜 '그분'이신가

같은 당적의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면서도 이숙정 의원을 유별나게 두둔하는 사람들이 딱 한 부류가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 완장을 차봤거나 국물을 먹어본 영남친노 집단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이숙정 씨의 행동은 편들어줄 여지를 찾기가 어렵다. 봉변을 당한 피해자가 하다못해 동사무소 6급 주사라도 됐으면 모르겠으나, 모두가 자기를 무시한다면서 그녀가 화풀이한 대상은 공공근로에 종사하는 20대 초반의 평범한 여성이었다. 저들 경상도 노빠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사람 사는 세상’은 이숙정 의원이 무릎 꿇리려 들었던 동사무소 알바들도 존중되고 대접받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일 텐데.

허나 영남친노는 이러한 무리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숙정 씨를 옹호해야만 한다. 왜냐? 이숙정을 비판하는 순간, 저들 스스로 노무현을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강자에게 당하고, 약자에게 분풀이하기. 참여정부 5년 동안에 노무현 일행이 끊임없이 빚어내는 권력의 풍경들이었다.

예컨대 노무현 일행이 단연 강경하게 공권력을 사용했던 지역은 복부인들의 아지트인 강남구와 서초구도, 수구꼴통들의 아성인 대구와 부산도 아니었다. 힘없는 민중들의 삶의 터전일 경기도 평택의 대추리와 전라북도 부안이었다. 부안의 경우는 더더욱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몰표를 몰아준 대가로 전투경찰들의 곤봉세례를 받아야 했으므로. 영남에서의 1표는 호남에서의 10표의 가치가 있다고 확신하는 “우리가 남이가?” 족속들에게 제대로 뒤통수 맞은 꼴이었다. 당시는 유시민 씨가 열심히 호남 능멸하고 다닐 무렵이기도 했다.

대신에 참여정부가 간간이 드러내는 알량한 개혁성조차 쉬지 않고 물어뜯은 부산은 청와대의 공공연한 비호 아래 제주도에서 치러져야 옳았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담까지 야비하게 경상도로 뺐어갔다. 이명박 정권의 과학벨트 도둑질은 노무현 정권의 APEC 날치기의 재판인 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범은 진보와 보수 양쪽에 걸쳐 폭넓게 뿌리를 뻗치고 있는, 인면수심에다가 양두구육의 가증스러운 영남패권주의자들이다.

‘그분’께서는 자신의 선의와 정의감은 엄청나게 과시했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개혁되어야 할 세력 즉 강남과 영남의 위세를 키우고, 자신이 보호해야 할 세력 곧 호남과 서민대중의 세를 위축시켰다. 이숙정 씨는 노무현 일행이 청와대에서 5년 동안 온갖 별의별 깜짝쇼들을 벌여가면서 해낸 일을 주민센터에서 연출한 단 몇 분간의 활극만으로 성취하는 쾌거를 이뤘다. 거대 정당들의 카르텔에 맞서는 자신의 선의와 정의감을 과시하려고 결과적으론 개혁되어야 할 세력 즉 지역토호와 보수언론의 입지를 키우고, 자신이 보호해야 마땅할 대상 곧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은 묵사발로 만들어 놓았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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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2/08 [01: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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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길 2011/02/14 [19:52] 수정 | 삭제
  • 멀 더했는지요. 정말 궁금합니다. 4대 공약을 반대 했나요. 아니면 한나라 당과 작짝꿍하던 경제 정치 정책을 반대했나요. 도대체 멀 모자라지 않게 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극히 일부 지지자만 빼고 정책 실패로 넘겨준거라 인정하는데 아닌가 보네요. 알려주세요.
  • 고암 2011/02/13 [15:06] 수정 | 삭제
  • 참여 정부일때 조중동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모자라지 않았던 이른바 진보 세력들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 못하고 난사 하다가 결국 mb정권 만들어 준데 2등공신은 했었다는 것을 알고나 계신지요?
  • 진보통일 2011/02/13 [13:08] 수정 | 삭제

  • 그것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그리고 스스로를 세우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요
  • 헤르메스 2011/02/09 [18:49] 수정 | 삭제
  • 진보신당 지지자지만 이런 분석 글은 아무런 도우밍 되질 못합니다.구동존이...그래도 모자랍니다.순결주의로는 영원한 아웃사이더일 분이죠..
  • 진보통일 2011/02/09 [17:01] 수정 | 삭제

  • 현실을 그렇게 정확하게 급소를 치듯이 아프게 때리면 어떡하니^^

    참 정확한 현실 인식과 실체를 파악한 글입니다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