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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식 미국식, 투명한 비교시험으로 끝내자
디지털TV논란, 4자합의 존중한 조건없는 비교시험을 위해
 
김철관   기사입력  2004/02/12 [10:11]

디지털TV 전송방식을 놓고 유럽식이냐 미국식이냐 네티즌의 논쟁이 뜨겁다. 미국식을 주장한 사람들은 고화질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고, 유럽식을 주장한 사람들은 이동수신 필요성에 대한 무게를 둔 모양이다.

미국식은 고화질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 유럽식은 고화질(HD)과 이동수신 양립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이동수신을 하면 고화질 서비스가 안되며 표준화질(SD) 뿐이 구현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유럽식은 고화질과 이동수신 양립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로 자리를 잡아 간 듯하다. 유럽식을 놓고 고화질을 선택할 것인가? 표준화질을 선택할 것인가? 는 전적으로 정부의 방송정책에 달려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있게 보인다.

이런 논쟁은 곧 마침표를 찍게될 가능성이 많다. 이해당사자인 정통부와 방송위, 방송사 언론노조 등 4자가 비교시험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는 부분은 정통부가 4자 합의를 해놓고 합의문에도 없는 지상파 DMB를 끊임없이 주장해 4자 합의 당사자인 언론노조를 자극하고 있다.

이는 모처럼 합의된 '비교시험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비춰진다. 왜냐면 지상파 DMB 주장은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두고 지상파 DMB로 이동수신을 해결하겠다는 정통부의 '미국식 고수'의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정통부는 아무조건 없이 미국식과 유럽식을 놓고 비교시험을 하면 그만이다. 합의문에도 없는 DMB시험을 동시에 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하나마나한 DTV 해외조사보고서와 같은 모호한 입장으로 비교시험 결과가 정리되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없애기 위해서도 이쯤해서 정통부는 조건 없는 비교시험을 수용해야 되고, 비교시험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상파 DMB 주장은 한마디로 정통부가 4자회의 결과에 대한 기만이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비교시험은 앞으로 더 큰 의혹을 증폭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통부가 DMB를 주장할 바엔 차라리 'DTV전송방식을 미국식 고수하겠다'고 선언하고 합의문을 파기 한 것이 백 번 나을 듯 싶다. 국민세금을 낭비해 가면서 하는 비교시험에 전국언론노조(방송노동자)보다 들러리를 서라고 하는 꼴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4자 합의 정신을 존중하겠다면 합의정신에 따라 원칙대로 비교시험을 하면 될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유럽식이냐 미국식이냐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도 조건없는 비교시험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우리 지형에서의 미국식과 유럽식을 놓고 어느 방식이 중요한가는 비교시험 뿐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DTV찬반은 기술적인 분야에서  해외사례 및 해외 학문적 이론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면(물론 MBC비교시험도 했지만) 이제 우리사회에 맞는 실증적 실험을 통해 논쟁을 끝내는 것이 국론분열을 막는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백 번의 해외사례나 이론적 논란보다 직접 한번의 비교시험을 통한 것이 시청자들을 위한 길이고, 시청자들에게 훨씬 설득력이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일부 미국식을 주장한 네티즌들은 비교시험을 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 미국식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면서 지금까지 디지털텔레비전을 구입했던 시청자들에게 환불요청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당당하게 말한다. 위험한 발상이다. 합의문의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비교시험의 결론이 도출되면 정부는 후속조치에 힘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비교시험을 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DTV논쟁 계속될 것이고 해결의 실마리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유럽식을 주장한 사람들도 비교시험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부가 DTV전송방식 논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논쟁이 싹트기 전인 2000년 초에 어떤 방식으로 든 결론이 났을 것이다. DTV전송방식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전송방식정책이 논의되던 97년말 정통부(정부)가 비교시험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전문가회의와 공청회도 몇 번은 했지만 전파의 주인인 시청자를 철저히 외면했다. 당시 시청자들에게 투명한 정책을 알린다는 차원에서도 비교시험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통부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통부가 DTV정책 오류를 제공했음에도 정책오류를 지적하면서 DTV방식 변경을 주장한 방송현업자들의 주장을 송두리째 무시해 왔던 점이 지금에 더 큰 화근이 된 셈이다. 결국 미국식과 유럽식을 놓고 정통부가 국론 분열을 조장한 셈이 됐다. 현재 미국식과 유럽식을 주장한 네티즌들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서로를 헐뜯고 싸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이들 모두는 방송 시청자요. 더 나아가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정통부 DTV정책을 전적으로 부정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절차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현업인들이 지금까지 3년이 넘게 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 지난해 정기국회 국회상임위에서도 DTV문제에 대해 여야의원들이 질의가 잇따랐다. 하지만 정통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정통부의 이런 행태는 시간끌기를 통해 미국식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도 한몫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부터라도 정통부가 앞장서 투명한 비교시험을 통해  지상파 DTV전송방식 논쟁을 끝내야한다. 지상파 DTV전송방식으로 인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도 비교시험의 대세를 거역할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될 이번 비교시험은 투명한 절차를 거쳐 하루 빨리 끝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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