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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지도자의 말 축구,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1)
[김병윤의 축구병법] 히딩크 처럼 말 보다 지도력으로 성과 증명해야
 
김병윤   기사입력  2023/07/27 [17:30]

승부의 세계에서 '패장은 말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불문율에 속한다. 그만큼 패장은 패배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지닌다. 만약 패장이 이를 실천하는데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을 앞세운다면 패장은 지혜로움과 현명함까지 의심받게 된다. 무릇 지도자는 지도력으로 모든 것을 평가 받는 직책이다. 따라서 뛰어난 지도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언컨대 명장으로 칭송받는 지도자에게는 다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도 특별하다. 반면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중 말이 말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한국 축구는 1990년대 이후 대표팀 및 프로축구(K리그)에 외국인 지도자에게 문호가 개방되어 현재까지 많은 지도자들이 한국 축구와 동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확실한 축구 철학을 실천하여 성공 신화를 쓴 지도자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 주인공들은 말 보다는 실질적인 지도력으로 선수 개인의 성장과 팀 발전을 이끌어 낸 지도자들이다. 반면 말이 앞서는 지도력으로 '패장'의 굴레에 빠져 실패의 쓴맛을 본 지도자는 수없이 많다. 한국 축구에 거스 히딩크(77.네덜란드) 감독은 신화를 창조한 지도자다. 이로 인하여서울특별시민증은 물론 정부로 부터는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받으며 국립현충원에 안장 될 수 있는 영예로움까지 얻었다.

 

▲ 히딩크 감독은 말보다는 지도력으로 월드컵 4강으로 입증했다.  © 한국축구협회

 

그만큼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 업적을 말보다는 지도력으로 입증해 보였다. 그리고 2005년 약관 38세의 나이로 포항 스틸러스(2005~2009) 지휘봉을 잡은 무명의 브라질 출신 세르지오 파리아스(56) 감독은 현대축구 흐름인 압박을 K리그에 정착시킨 것은 물론 공격적이고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독특하고 효과적인 선수 조련법으로 2007년 리그 우승, 2007, 2008년 FA컵 준우승, 우승,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ACL) 우승, 피스컵 코리아 우승을 차지하는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며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 발레리 니폼니시(79.러시아), FC 서울 세뇰 귀네슈(71.튀르키예) 감독과 더불어 K리그에 고착화되어 있던 수비축구 체질 자체에 변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했다.

 

이들 지도자 역시 공통점은 히딩크 감독과 같이 말이 아닌 지도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 보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 지도자로서 지도력 보다는 누구보다 말 축구를 앞세웠던 지도자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울리 슈틸리케(69.독일) 감독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생활 명성에 걸맞지 않는 유럽을 벗어난 축구 변방의 지도자 이력으로 대표팀 지휘봉(2014.9 ~2017.6)을 잡고 부임 초 2015년 호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 한껏 주가를 끌어 올렸지만 이후 말 만을 앞세우는 특징 없는 축구로 졸전을 거듭, 한국 축구를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FIFA월드컵 본선 진출 탈락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 넣으며 급기야 경질이라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분명'수틸리케'라는 오명까지 얻었던 슈틸리케 감독 축구는 말과 현실이 부합되지 않는 허상의 축구였다. 결국 이로 인하여 슈틸리케 감독은 비난과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편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는 때로는 운이 따라서 승리할 수 있다"라는 '유체이탈' 같은 발언으로 모두를 아연실색(啞然失色)케도 했다. 또한 "상대의 스리백에 어떤 전술로 나갔어야 할지 내가 묻고 싶다"고도 했다. 진정 이는 한 국가의 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 능력과 인성을 갖추고 있는 지도자가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이기에 "한국 축구에는 카타르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다."라는, 지도자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선수탓 발언도 서슴치 않으며 선수들로 부터도 마음의 등을 돌리케 하는 언행을 자행했다. 이 같은 슈틸리케 감독과 비견되는 지도자가 K리그 사령탑에도 존재했다. 그 주인공은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의 구단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에 선임된 파비아노 수아레스 페소사(57.스페인) 감독이다. 파비아노 감독은 부임 일성으로 스페인식 공격 축구를 표방하여 전남의 K리그1 승격에 희망을 제시해 줬다.

 

하지만 화두였던 공격 축구는 언감생심인 채 골키퍼 앞에 이해할 수 없는 3명의 수비수를 고정적으로 배치시키며,"그동안 경기를 통해 개선할 점은 개선하고 약점은 보완했다. 강점은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라는 앵무새 같은 말만 되풀이 결국 추락을 거듭한 끝에 코칭스태프와 불화까지 조성 6개월(2019.1~7월)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단명 외국인 지도자로 K리그 역사에 기록되고 . 이어 그 뒤를 따른 지도자는 다름 아닌 K리그2 부산 아이파크 히카르도 페레즈(47.포르투갈) 감독이다. 페레즈 감독은 과거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사단 일원이었다는 특별성을 지닌 지도자였다.

 

하지만 페레즈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정통 선수 출신이 아닌 점과 골키퍼 코치 경력이 전부였을 만큼 부산이 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택했다는 선임 명분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었다. 이에 페레즈 감독은 재임기간 간(2021. 11~2022. 5) 구단의 시스템 운영을 내세우며, 말과는 다르게 저조한 경기력에 의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로서 성과는 외면한 채 오직 자기 인식에 빠진 말 축구와 일개 팀 감독으로서 대표팀까지 언급하는 것은 물론 프로축구연맹 규정을 무시하는 듯 하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으며 부산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넣고 짐을 쌌다. 실로 페레즈 감독은 자질 부족의 대표적인 외국인 지도자가 아닐 수 없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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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27 [17: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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