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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성폭력, 비난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재근 칼럼]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전국 규모의 연대노조 건설
 
하재근   기사입력  2009/02/07 [22:38]
민주노총 간부의 성범죄와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조직보위 우선 대응 의혹이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다.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의 비난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이 사건을 알리는 포털 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성범죄와 상관없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민주노총, 혹은 노조, 혹은 좌파에 대한 증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댓글들은 민주노총을 해체하라거나, 노조는 원래부터 그런 놈들이라거나, 좌파운동권은 옛날부터 여자들을 그렇게 대해왔다는 비난이 주류를 이룬다. 오직 증오뿐이다.  

성폭행은 당연히 근절해야 할 범죄다. 하지만 그것이 노조, 좌파, 운동권 일반을 싸잡아 비난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민주노총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부장적인 문화를 일신하는 것과 노조를 해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사태는 한국사회가 민주노총과 노조를 그동안 어떻게 봐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생각해왔다.  

'민주노총 = 현대자동차노조 = 귀족'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공적은 좌파나 노조와 일반 국민을 화해시킨 것이다. 지난 촛불집회 때 노조, 좌파와 일반 시민, 그리고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매우 놀라운 사건이었다.  

일반 시민은 고사하고 시민단체도 평소에 노조나 좌파와 함께 하지 않는다. 흔히 시민단체와 노조를 싸잡아 좌파라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둘의 관계는 매우 소원하다. 노무현 정부 내내 그래왔다. 노조와 좌파는 한국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상태였다. 
 
▲ 민주노총 내 '성폭행 미수'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7일 까지 허영구 부위원장 등 5명의 지도부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 민주노총

대신에 노조는 조직력으로 자신의 사업장에서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은 그들의 투쟁을 강력히 비난했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터지자, 미운 놈이 또 사고 쳤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이건 자해다. 민주노총을 증오하는 국민들은 자기 발목을 치고 있다. 민주노총마저 사라지면 이 나라에 조직된 노동의 힘은 완전히 거세된다. 노동자의 조직된 힘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은 이대로 침몰한다. 지금은 노조를 강화할 때지 때릴 때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1987년에 시민운동권은 독재에 반대해 싸웠다.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그다음 불행히도 권력의 일부를 나눠받은 시민운동권과 노조는 이내 갈라졌다. 노조는 자기들끼리 87년 7,8,9 노동자 대투쟁을 치러냈다.  

외환위기 이후 시민사회가 일반적인 민주화 이슈에 함몰됐을 때 노동계에는 정리해고, 노동유연화라는 칼바람이 닥쳤다. 그때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민주화와 민생파탄이 동시에 진행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 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다. 국민이 민주화를 민생파탄으로 오인하고,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친노조 정권으로 오인해서 그 반대세력에게 표를 준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1987년 이래 민주화 시민운동권과 노조세력은 계속해서 서로 멀어져왔다. 
 
그 결과 몇몇 시민단체들은 국가정책입안에 참여할 정도로 성장했는데 노조는 변방에서 투쟁이나 하는 구도가 고착됐다. 국민은 투쟁만 하는 노조가 얄밉다. 게다가 노동유연화의 결과 노동 내부에서도 분열이 시작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화다. 그것은 정규직 집단인 민주노총에게 귀족이라는 오명을 안겼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민주노총이 만든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노동유연화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와 미국(IMF)의 합작품이다. 노조는 그것을 막기 위해 결사적으로 투쟁했었다. 그때 만약 노조의 힘이 전경련처럼 강고해 노동유연화를 막았다면 오늘날의 비정규직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조직된 노조의 힘이 국가정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고한 스웨덴은 결국 그 노조의 힘으로 복지사회를 만들었다. 한국의 노조는 그럴 정도의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면서 지루한 투쟁만 한다.  

또 한국의 노조는 이기적이다. 이것은 민주노총 때문이 아니다. 전국 규모의 연대노조가 없이, 각 회사별로 쪼개진 노동계의 구조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거기에 정리해고와 노동유연화는 정규직 노조의 보호보능에 불을 붙였다. 최대한 자기들 이익을 각 회사 차원에서 극대화하게 되는 구조다. 이건 민주노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구조의 문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좌파와 운동권일반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과 함께 민주노총과 이명박 정부를 동일시하며 둘 다 사라져야 한다는 댓글들도 많았다. 이런 식의 냉소로는 한국사회를 절대로 정상화할 수 없다.  

한국 사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강력한 전국 규모의 초대형 연대노조를 건설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노동계가 힘을 갖게 되면 그들의 투쟁력이 자연스럽게 양극화 해소와 국민소득증진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 말 이후로 부자들의 소득은 늘었는데 노동계의 소득은 줄었다. 이건 노조세력이 빈약한 미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에 강력한 노조세력이 있는 스웨덴이나 핀란드에선 아무리 경제위기가 닥쳐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핀란드에선 노동법 관련해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런 교육을 안 받아도 노조의 힘이 워낙 강해 일상적으로 노동자의 권익이 지켜지기 때문이라는 핀란드 사람의 인터뷰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산업국가다. 노동자의 이익은 곧 국민의 이익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노조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이 별개라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민주노총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노총이 충분히 커서 전체 노동자를 포괄했다면? 그땐 국민의 인식도 바뀔 것이다. ‘나’와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되는 거다. 
 
이번 사건은 물론 나쁜 일이다. 그것에 대해서만큼은 백번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일을 기회로 묻지마 민주노총 때리기의 모습을 보이는 한국사회도 문제가 있다. 지금 자본권력이 폭주하고 있는데 노조를 증오해서 국민이 얻을 것이 무엇인가?  

민주노총과 노조는 잘못한 부분만큼은 냉정히 지적해 고쳐야 하되, 근본적으로는 국민이 키워줘야 할 세력이다. 그래야 국민이 산다. 노조와 분리된 우리의 시민운동과 민주화의 역사를 상기하라. 민생파탄이었을 뿐이다. 국민들이 엉뚱하게 그 분풀이를 다시 노조에게 함으로서 더욱 참혹한 민생파탄의 씨를 뿌리고 있다. 이건 역사의 비극이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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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2/07 [22: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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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량미달 2009/02/09 [22:17] 수정 | 삭제
  • 독서토론회에서 자기들끼리 논술 연습하는 수준인데 사유의 허영과 것멋에 빠져 있기에 그러는 거야.

    노빠의 정체성을 가졌던 그대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중인 연예계 평론(문화평론?)쓰는 영역을 파고 들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선을 넘어 그 정체성 수준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울 수 있는 학벌체제 혁파운동을 취급하기 시작한 후 과속을 하더니 결국 진보담론 일반을 건드리고 나아가 계급좌파 노동운동 영역까지 자신이 나서서 완장차고 까대면 되는 것처럼 착각하며 교만에 빠져있다는 거에요.

    노빠 정체성에서 좌파 진보로의 전향을 환영하는 바이지만 전향이란 노빠 몰락 후 갈 곳 없어서 그저 거쳐 마련하듯 동거하면 되는 게 아니라 존재(계급)의 전환으로 절박해지거나 최소한 재탐구하고 재학습하여 인식에 개안(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되는 거야. 전투는 선수(기간병)들이 하는 것이지 훈련병들이 전장에 출입하는 것은 총알받이일 뿐이에요.

    그러니 풋내나는 개인 수양록(칼럼?)으로 끝나지 않고 세상에 나와 운동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오류에 마저도 둔감한 거에요.

    대자보니 레디앙이니 진보 매체라는 것이 그렇게 하찮고 이렇게까지 글 기고에 배고픈 거였는지, 독서토론 동아리 회원들끼리 토론하며 논술 연습하는 수준의 글들이 진보를 대변하는 양 드리 밀면 저쪽 입장에서 보면 상대하기가 쪽 팔리고 게임이 성사되기도 어렵지 않겠나. 답답해.
  • 정당한 태클 2009/02/09 [14:40] 수정 | 삭제
  • 국민에게 민주노총을 키워달라고 말하기 전에 키워줘야할 마음이 생기도록 할 의무가 민주노총에게 있다.

    노조가 민주노총만 있는 게 아니고 영원히 지금의 민주노총만이 정답일 수 없듯이, 썩은 조직은 도려내고 새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식의 민주노총 보위론이 민주노총을 더 병들게 한다. 그리고 대중에게 씨도 안 먹힐 뿐 아니라 오히려 민주노총을 하루속히 없애야 할 조직이란 생각만 쌓이게 한다.

    이런 썩은 조직으로 전국 규모의 연대노조 건설해서 전국적으로 악취 진동하게 만들 일 있나. 지금은 썩은 부분들을 도려낼 때지 키워달라고 강짜 부릴 때가 아니다.

    이런 식의 민주노총 보위론과 이명박의 김석기 경찰총장 감싸기 발언과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가.

    이명박은 때려도 좋고 민주노총은 때려선 안되는 이유가 너무도 구차해졌다. 그래서 이런 주장이 뻔뻔한 진보보다 차라리 이명박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필자의 의도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런 글은 민주노총이나 민주노조운동에게 고도의 안티다.

    옳은 말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하는 법이거늘...


  • 안일규 2009/02/09 [11:10] 수정 | 삭제
  • 민노총 비난하는 글을 쓰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사실.

    "전국 규모의 연대노조 건설"

    민노총의 이번 사태를 비난할 때 단순히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말을 달아야 한다.

    "그럼에도 '전국 규모의 연대노조 건설'은 우리의 과제고 흔들려서는 안된다"

    그런 말 하는 글쟁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 하재근 평론가는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리고 진정한 진보가 할 말이다.
  • 나그네 2009/02/09 [09:07] 수정 | 삭제
  • 진보를 주장하는 소위 좌파라는 인간들이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아득하네요. 기본이 안되었는데 어찌 비난을 하지 말라는 겁니까? 재근씨 본인은 자신이 좌파, 우파 중에 어디 가깝다고 보시는지요? 좌파에 가깝다고 생각하신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면 안되시죠.
  • 독자 2009/02/08 [23:48] 수정 | 삭제
  • 글쓴이 말처럼'민주노총 = 현대자동차노조 = 귀족'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일 것이다.

    그런데 글쓴이는'민주노총 = 노동운동'으로 생각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민노총 성폭력 및 은폐기도 사건이, 전국단위 연대노조 얘기로 어긋나는 것이지.

    노동운동을 살리고 전국단위연대노조를 만들고 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 진짜로 확 뜯어고치던가, 자정능력 없으면 해산해야 하고, 능력도 없고 대표성도 없으면서 버티다보면 결국 똥만 싸지르다 흐지부지 없어지게 된다. 옛날 학생운동 조직들처럼...

    전대협 한총련도 천년만년 갈 줄 알았지만, 시대가 바뀌는데 자신들은 바뀌지 않고 오히려 뒤로 가다가 고립되고 망한것이다.

    민주노총 또한 영구장생이 보장된 조직이 아니다. 현재 한국(진보적)노동운동을 전면적으로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고...

    노동운동 걱정하는 글쓴이 마음은 알겠는데, 노동운동 사랑과 민주노총 사랑은 별개라는 것도 알아주시길...

    이글은 오버를 넘어 노동운동에도 마이너스다.
  • 자자,,, 2009/02/08 [23:12] 수정 | 삭제
  • 좌파? 자신들 혼자서 좌파라고 노래하는 후렴구는 잊지않는 법이죠.
    노무현의 신자유주의좌파처럼.

    자자,,
    자칭 좌파들 이제 접수할 차롄데 입 다물고... 너무 비난하면 더 걸레되니깐.
    결론은 이거란걸 유유상종들 빼고는 없다는 것도 특징이죠.

    웃음을 참기 힘들군............

    이것이 바로 현장에서 인터넷에서 떠돌던 2차 조직보위론이란걸 실감하는군요.
    1차 조직보위론 - 뽀식이 허여구 부위원장 등 조직내 처리할테니 잠자코 있어, 도대체 긴 시간동안 잠자고 있었으면 잠자코 있은거라고
    2차 조직보위론 - 민노총 기둥뿌리까지 뽑으면 안되니 시민사회 좀 살살해요 댓글도 좀 곱게 해줘요.
    이것이 비정규직 파견노동 천만 가까이되도록 줄창 노동 입에 달고 살아 온 민노총의 1차 2차 조직 보위론 부르스라고 해요. 여기까지.

    다들 아는 사실을 자신들 혼자서들 모르는 것도 특징인거지.
    좌파? 조직 보위 잘들 해 보시기들..... .ㅋㅋㅋㅋㅋ
  • 독자 2009/02/08 [22:40] 수정 | 삭제
  • 민주노총에서 영원히 성폭력이 없어지나요? 좀 이해가 안가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