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룰라, “정부와 노조, 갈등있지만 서로 존중”
이수호 민노총 위원장 만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면재검토’ 제안도
 
김태현   기사입력  2005/05/24 [19:49]
노동자출신으로 진보정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나는 어느 사회, 계급에 속해 있는가. 대통령직 그만두면 어느 곳으로 돌아갈 것인가"라고 되묻곤 한다고 밝혔다.
 
이런 룰라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등 민주노총 간부들과 24일 면담한 자리에서 나왔다.
 
룰라 대통령은 노동자 빈곤을 가속화하는 WTO(세계농업기구) DDA(도하개발의제) 협상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민주노총에 요청했고, 이에 대해 민주노총 또한 룰라 대통령에 공감대를 표했다.
 
▲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과 방한중인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만남을 가졌다.     © 민주노총 홈페이지

이 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사회 양극화와 노동자 고용유연화, 특히 비정규직화를 불러옴에 따라 노동자들이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 뒤, 울산플랜트노동자 대거 연행 등 노동자 탄압이 잇따르고 있는 한국 현실을 알렸다.
 
이어 이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이라 노동자 처지를 이해해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동자 인권보다는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며 "양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면적인 재검토 등 노동자 문제에 대해 보다 관심 갖고 끌고 갔으면 한다."고 제기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에 "정기적으로 정부와 대화하고 있는가"라며 관심을 가진데 이어, "정부와 노동자관계에서 늘 갈등, 투쟁이 따른다. 우리는 정부와 노동운동 관계가 매우 원만하다. 특정 주제에 대해 동의가 안될 수도 있지만 서로 존경한다"고 소개했다.
 
룰라 대통령은 또 "최근에는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 참여하는 '국가노동대회'도 여는가 하면, '사회경제위원회'(국회 상임위)도 꾸리고 있는데, 여기에 노조 등 사회 여러 대표뿐만 아니라 대통령 비서도 참여한 가운데, 노조개혁법안 제정, 노동관계법 개정 등도 추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룰라대통령은 또 "최근에는 MST(무토지농민운동) 대표 40여명과 만나 새벽 2시 반까지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교섭장이 축하장으로 바뀌는 '훌륭한 경험'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룰라 정부가 노동, 농민 등 현안에 대해 노조나 농민단체 등과 만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려는 철학, 자세가 보여주는 실예로 풀이 된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큰 도전도 있었다. 2003년 초 취임 때 경제가 매우 불안했고, 국고 고갈 뿐 아니라 국가부채도 엄청났다. 그러나 취임 뒤 매달 고용창출이 획기적으로 늘어 많게는 11배 넘는 성과도 있었다."며 고용창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는 점도 말했다.
 
덧붙여 국가적 과제인 농업 성장을 위해서 저금리 대출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노동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도 배가하는 등 노동자, 농민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음도 소개했다.
 
한편 양경규 위원장은 WTO DDA 협상 관련해 "DDA는 FTA(자유무역협정)가 난항에 부딪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현재 진행중인 공공서비스협상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최근 쌀 개방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한국 농민들의 불만 등을 들어 브라질 정부의 행보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농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뒤 한국 농민들의 쌀 주권 역시 소중하다는데 공감을 나타냈다. 
 
브라질은 작년 7월 WTO 일반이사회에서 농업협상 세부원칙과 관련해 미국, 유럽과 합의를 해줌으로써 사그라지던 DDA 협상에 탄력을 준 바 있다.
 
참석자들은 브라질내 정당운동의 경험 등을 묻기도 했는데 룰라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리 노조, 정치 경험을 같이 나누고 싶다. 우리는 노동자가 만든 정당이 한 나라를 지도한 유일한 나라이다. 또한 노조 지도자가 대통령이 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노동자 정치와 관련해 "CUT(노동자당)는 좌파정당이고 브라질노총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다른 정치 세력도 있지만 같이 대화를 통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운동은 정당과 분리돼 있다. 브라질노총이 노동자당을 만들었지만 그들이 내 잘못을 감싸줄 의무도, 정치 견해에 동의할 의무도 없다. 그들과 최대 협상을 통해 동의를 이끌어낼 뿐이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우리는 혁명이 아닌 선거에서 이겼다. 이에 따라 법을 기준으로 정치를 펴되, 국회내 여러 정치 관계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 같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 붙엿다.
 
이날 만남에는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해 김지예 부위원장, 이용식 정치위원장(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양경규 위원장(공공연맹) 등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05/24 [19:4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