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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한국 기독교, 누구의 책임인가!
'의존'과 '이기' 흑백 이분법에 길들여진 교회는 빛과 소금역할 못해
 
문한별   기사입력  2004/10/08 [13:00]
교회를 몇 십년 다니면서도 성장하지 못하고 언제나 초보적인 신앙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교인들을 나는 '영적인 오스카'라고 부릅니다. 선교 100년의 역사를 훌쩍 넘기고도 사회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주변골목에 위치하여 '제 몸 키우기'에만 연연하는 유치한 한국의 교회들 역시 나는 '영적인 오스카'라고 부릅니다.

한국교회여, 성장할 줄 모르는 영원한 '오스카'여~!

오스카가 누굽니까? 어린 아이입니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어린 아이로 굳은 괴물 존재입니다. 정확하게는 파시즘이 판치는 광기의 세상에 맞서 지하계단에서 떨어짐으로써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영악한 어린 아이입니다. 그러나 너무 자세한 것은 따지지 맙시다. 여기선 비유적인 의미에서 다만 어린 아이의 상태로 머무른 오스카의 이미지만 필요하니까요.

▲한기총 주도 시청앞 집회는 권력유착과 성장위주의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자보

어린 아이들은 언제나 남에게 의존합니다. 제 발로 세상을 딛고 서지 못한 탓입니다. 그렇듯이 영적인 오스카들은 하나님에게 줄기차게 받기만을 고집합니다. 그들의 기도는 오직 한 가지입니다.  "쭈~시옵쇼셔."   이 말 빼고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문제 앞에서 그들은 언제나 합창하듯 "해결해 주시옵소서"를 연발합니다. 그들에게 하나님과 예수는 문제 해결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르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서 숙제를 풀어주는 고마운 엄마 말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철저하게 이기적입니다. 아직 세상을 보는 눈이 트이지 않은 탓입니다. 그렇듯이 영적인 오스카들의 관심사는 오직 제 몸에만 국한됩니다. 그들은 '나-중심주의'(I-Structure)에 갇혀 삽니다. 자기를 중심으로 하나님이 도는 구태의연한 천동설(天動說)에서 끝내 헤어날 줄 모릅니다. 그들에게 하나님은 나를 돕는 마술사 '지니'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원은 내가 천당가는 것이고, 축복은 내가 잘되는 것입니다. 기도는 신을 움직이는 주문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또한 세상을 '우리편'과 '나쁜편'으로 밖에 볼 줄 모릅니다. 사고가 단순하고 깊지 못한 탓입니다. 그렇듯이 영적인 오스카들은 흑백 이분법에 사로잡혀 삽니다. 그들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면 같은 편이라고 주장하고, 자기에게 도움이 안되면 적으로 간주합니다. 나아가 자신들만이 옳다는 절대적인 착각에 빠져 살기 때문에, 자기들과 생각하는 바와 뜻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으면 무조건 틀린 것으로 단죄하고 심판합니다.

'영적인 오스카'들,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 포기

'의존'과 '이기' 그리고 '흑백 이분법'에 길들여진 영적인 오스카들이 판치는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의 빛과 소금일 수 없습니다.   최근 한기총 소속 대형교회들이 수도 서울의 한 복판을 점거한 채 비상기국기도회를 강행했대서 말이 많습니다. 수구세력들과 합세해 치뤄진 이날 대회에서 이들은 성조기를 흔든 채 "국보법 폐지 주장하는 노무현은 대통령 자격 없다", "존경하는 부시 대통령과 미합중국에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고 목이 쉬도록 외쳤다더군요.

▲극우집회에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등장하는 미국의 성조기. 과거 친일의 역사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친미의 역사로 바뀌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자보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실제론 대한민국의 안위가 오직 국가보안법이라는 헛된 조항에 달려 있다는 듯이 안달복달하는 이들에게, 더욱 거짓된 이유를 앞세워 이라크인들을 대랑살상한 미국과 그 대통령 부시에게 축복을 내려줘야 한다고 땡깡부리는 이들 유치한 오스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린 아이면 어린 아이답게 함부로 밖에 싸돌아 다니지 말고 '즐거운 골목교회' 생활이나 열심히 하라고 달랠 밖에.  이게 다 어린 아이들을 바르게 관리 못한 우리네 책임 아니겠습니까? / 논설위원

* 필자는 언론인권센터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이 시대의 바른 말글살이와 바른 사람살이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필자의 블로그 안내 : http://blog.empas.com/kolbe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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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0/08 [13: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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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말을 아끼는 방법? 2004/10/09 [10:14] 수정 | 삭제
  • 한글날인데.. 욕설은 영어로 하던지. 감정이 여과되지 않으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못 전달될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꼬투리잡힐 여지가 많아지는 거죠. 감정만 건드리고, 전달은 적게 되지 않을까요. 한국기독교라하면, 기독교인 전체를 가리키니까 반발은 두배가 될 것 같아요. 교사가 문제라고 하면, 문제교사외의 교사도 함께 벌을 주게 되는 것처럼요.
    국가보안법시위와 관련해서 시위에 나선 기독교인들의 행동은 좀 의아하긴 합니다. 국가보안을 정말 걱정한다면, 국론을 분열시킬 행동은 신중히 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