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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지원, 왜 전경련 해체설이 나올까?"
 
권영철   기사입력  2016/05/05 [01:07]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버이연합에 뒷돈을 대주고 시위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극우단체의 배후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조종하려 했다는 점에서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왜 어버이연합에 돈을 지원했을까?

왜 전경련 해체설이 나올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준 건 확인됐나?

= 전경련이 공식적으로 시인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았다.

전경련의 공식적인 입장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말장난 하듯 입장을 내놨는데 이 정도 사안을 아니라고 부인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상 시인한 것과 다름없겠죠?

전경련 내부에서는 하도 입단속이 심해서 전직 전경련 고위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더 놀라운 사실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전경련 이념과 합치되는 단체에 자금지원(기부)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극우 매체들에 광고나 발행경비를 대기도 했고, 말하기 어려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전경련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이익단체고 친목단체니까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1월 6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에서 비슷한 파카(외투)를 입고 있는 어버이연합 회원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 어버이연합 뿐아니라 극우성향의 매체들도 지원했다?

= 그렇다. 전직 전경련의 고위관계자는 "전경련이 워낙 보수성향의 조직이다. 사실은 정부하고도 연결돼 있어서 BH와도 많이 협조를 한다"면서 "보수단체에서 협조요청이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말대로라면 JTBC 보도로 드러난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1억 2천만 원을 지원했다는 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다.

JTBC가 확보한 자료는 2014년 하반기 9월에서 12월가지의 4개월여 금융거래 기록이니까 박근혜 정부 3년간 또 이명박 정부 5년간 얼마나 많은 돈이 건너갔고 일종의 관제데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연간 수백차례 집회와 시위를 했으니까 버스 대절비, 식대 등의 막대한 비용이 얼마나 어디서 나왔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지난 1월 6일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협상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소녀상 주변에서 열렸다. 당시 집회가 열리는 도중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버스를 타고 나타났는데 다들 비슷한 파카(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 한 어르신에게 물어봤더니 "어버이연합에서 주더라"고 했다. 그래서 밥은 먹여주느냐?고 물었더니 "밥과 교통비는 준다"고 답했다.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를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박종민 기자)

▶ 그 교통비가 얼마전 보도된 탈북노인들에게 2만원 알바비 줬다는 그건가?

= 당시 나타난 어르신들은 탈북자들은 아니었다. 지난주 권민철 기자가 훅뉴스에서 보도했지만 탈북자들은 일당 2만원으로 동원이 가능하지만 어르신들은 5만원을 줘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지 않았나? 동원 알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자료사진)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전경련이 왜 어버이연합에 돈을 준거냐?

= 첫 번째는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지원일 가능성이다. 전경련은 재계와 청와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러니 청와대와 업무협조를 자주하게 돼 있고 그래서 청와대가 우회적으로 극우성향의 단체에 자금지원을 요구하면 지원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시사저널은 20일 어버이연합 핵심인사가 "청와대에서 집회를 열어달라고 지시했다"면서 '지시'를 내린 인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H행정관을 지목했다. H행정관은 80년대 운동권으로 활동하다 전향해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전향386'과 '시대정신'이라는 단체의 핵심 멤버였다.

H행정관은 시사저널의 보도가 오보라고 주장했다며 1월 6일 집회가 열렸다고 했지만 그 이후의 집회지시를 거부한 것인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

두 번째는 전경련이 스스로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다. 전경련 전직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전경련은 매우 보수적이다. 전경련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원이나 전경련이 설립한 자유경제원 모두 보수적인 정책을 제시하거나 정부에 요구한다.

심지어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전경련이 설립해서 자금을 지원하는 자유경제원은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문제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보수가 아니라 극우적인 시각을 제시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전경련은 대기업의 이익을 지키기위해서라면 반노동, 반인권 심지어 반역사적인 일에도 관여하는 일이 다반사는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출신인 전희경씨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까지 됐으니 전경련의 이런 입장이 입법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세 번째는 국정원 개입설이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대준 돈의 흐름을 추적해보면 탈북자 단체에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난다. 국정원이 탈북자단체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국정원이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국정원 개입의혹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없다. 그렇지만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어버이연합 뒤에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가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또 어버이연합이나 탈북자들의 시위나 집회가 주로 국정원은 옹호하고 야당이나 세월호 유족, 시민단체들을 겨냥했다는 점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네 번째는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과 달리 많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한 때는 우리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이전에는 전경련 회장에 대해 총리금 예우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실제로 그에 준하는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4대그룹 오너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으면서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IMF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이후 4대그룹 오너가 전경련 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지금의 허창수 회장도 계속 사양하다가 어쩔 수 없이 떠 맡았다. 이렇게 위상이 추락하다보니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소홀히 하고 오로지 대기업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지원해도 되는 거냐?

= 전경련은 사단법인이다. 사단법인은 설립목적이 있는데 그에 맞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집행을 하려면 정관을 바꾸거나 이사회를 열어서 의결하고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은 설립목적에도 맞지 않고 이사회 의결도 감독기관의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법인 전경련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봤더니 이승철 부회장과 허창수 회장 그리고 30대 대기업의 오너들이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이 말은 이사회에서 의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전경련 전직 고위관계자는 "전경련의 자금지출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조석래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었고 꼼꼼하게 챙겼지만 허창수 회장은 허수아비로 '물창수'라는 말까지 나오는 걸로 들었다"라고 말했다.
 

▶ 그렇다면 이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건가?

= 법조계에서는 이럴 경우 배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A변호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부회장 전결로 자금을 집행했는데 그 자금이 설립목적과 달리 사용됐다면 명백한 배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B변호사도 "전경련이 설립목적에 위배해서 전경련의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했으니 배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C변호사는 "전경련이 설립목적 이외의 용도로 자금을 집행하려면 이사회의 의결과 감독기관(산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상근부회장의 전결로 자금을 집행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정관 1조에서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경련 홈페이지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61년 민간경제인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설립된 순수 민간종합경제단체로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는데 설립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며 설립목적을 소개하고 있다.

경실련이 오늘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검찰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자료사진)

▶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수사를 받게 되는 거냐?

= 허창수 회장이 직접 어버이연합을 지원하라고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았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전결로 처리했다는 말들이 나온다.

지금까지 드러난 세차례 1억 2천만 원 지원금액 정도는 부회장 전결로 처리하지 회장에게 보고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경련에서는 가타부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다른 경제단체에서는 그 정도의 금액이라면 상근부회장의 전결로 가능하다고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우 그 정도의 금액은 부회장 전결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지원이 이승철 부회장의 전결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측 관계자도 "허 회장이 매주 수요일 전경련에 출근하지만 대통령 면담이나 해외순방 등 대외적인 업무를 하고 내부의 일은 이승철 부회장이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사를 받게 된다면 허창수 전경련 회장보다는 이승철 부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자금지원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하는 동시에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 전경련 해체설이 나온다는 거냐?

= 그렇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일 성명을 통해 "대기업·재벌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이 극우행동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억대 자금을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전경련은 재벌기업들의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노골적인 정치개입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당장 조직을 해체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 양혁승 교수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전경련의 그동안의 형태를 보면 경제,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돼왔다"면서 "경제민주화 실천이나 양극화 해소에 반하는 재벌중심, 불균형성장을 주장해온 만큼 이번 기회에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교수는 "전경련이 극우단체의 뒤에서 뒷돈을 대면서 여론을 조장하고 조작하려 했다는건 사회적으로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를 했다.

전직 전경련 한 고위관계자가 의미있는 얘길 했다. "우리 사회에서 전경련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게 가졌다. 이전에 비해 전경련이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위상을 더 떨어뜨려야 한다"면서 "전경련은 경제단체가 아니라 대기업들의 친목단체이고 이익단체라는 걸 분명하게 하면 된다. 그래야 기대도 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경련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고까지 말했다.

 

이번 일과 관련된 건 아니지만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지난 2012년 전경련 해체설을 거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6월 전경련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원이 세미나에서 경제민주화를 명문화한 헌법 119조 2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김종인 대표가 "전경련이 쓸데없이 자꾸 사회통합 저해하는 소리를 계속하면 존재할 필요가 과연 있겠느냐"며 전경련 해체에 힘을 실는 발언을 했다.

전경련이 경제민주화를 받아들이기는 커녕 헌법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상식이하"라며 "헌법 조항을 경제단체 산하기관이 폐지를 주장한다 해도 폐지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전경련의 경제민주화 비판은 헌법을 비난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청장 출신인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도 지난 2012년 7월 "시대적 요구인 동반성장에 귀를 막고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경련이라면 해체하는 것이 국민적 정서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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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5/05 [01: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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