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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의 별나무와 야생화 이야기
[책동네] 이원규 시인의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
 
김철관
▲ 작품     © 김철관


구름과 안개 속에 얼굴을 가린 야생화를 만나고, 우리 토종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별들을 보았다. 낡은 카메라로 시의 맨 얼굴을 찍어보고 싶었다. 야생화와 별들이 나를 살렸다.”

 

지리산 바이커로 알려진 이원규 시인의 말이다.

 

지리산에서 21년째 시를 쓰며 사진을 찍고 있는 이원규 시인이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역락, 20196)를 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오지의 꽃과 나무와 별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고, 깊은 산속에서 별빛달빛을 받아 시로 노래했다. 시에 등장하는 녹슨 호미, 거미줄, 지렁이, 무덤가, 둑방길, 당산나무, 우물가. 멍석, 저수지, 씨암탉, 막걸리, 안개, 해와 달과 별 등의 시어들은 왠지 시골스러움을 연상케 한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는 느낌이 든다.

 

특히 그는 지리산과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시를 쓰고, 이 땅 곳곳에서 자생하는 야생화와 우리의 토종 나무들 위로 떠오르는 별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그가 촬영한 사진만 봐도 저절로 시가 되고, 시를 읽으면 관련 사진이 떠오른다. 이 시인은 지난 6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 갤러리에서 <별나무> 사진전을 열었다. 이 때 전시한 대부분의 사진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그가 책 제목으로 뽑은 '그대 불면 눈꺼풀이여'란 시가 눈길을 끌었다.

▲ 표지     © 김철관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

 

이원규

 

아직은 저혈압의 풀잎들

고로쇠나무 저고 관절이 쑤신다.

 

별자리들도 밤새 뒤척이며 마른기침을 하고

길바닥에 얼굴 처박은 돌들도 소쩍새처럼 딸꾹질 한다

 

그대 아주 가까이

530리 섬진강 유장하게 흐르다

굽이굽이 저 홀로 모서리치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

고사목들도 으라차차 달빛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

서러워 서럽다고 파르르 떨지 말아라

외로워 외롭다고 너무 오래 짓무르지 말아라

 

섬이 섬인 것은 끝끝내 섬이기 때문

 

여수 백야리 등대도 잠들지 못해 등대가 되었다

 

 

책을 통해 지리산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밝힌 이원규 시인은 말한다.

 

굳이 낙법을 배우지 않더라도 꽃잎이나 낙엽이나 고양이처럼 사뿐 내려앉을 수 있다면 사랑은 또 사랑 같지도 않을 것이다.”

 

세상도처 언제나 떠날 준비하고 도착하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멍하니 녹슨 생각들아 세상사 다 아는 척 무덤덤한 눈빛들아 격외의 병이 깊고 깊구나.”

 

푹신한 낙엽요를 깔고 함박눈 이불을 눈썹까지 끌어올리던 지리산 화개동천의 새벽 팔베개는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그의 사진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꽃피는 시기와 달빛의 밝기, 은하수의 위치 등이 맞아야 제대로 된 사진이 탄생하기 때문에 한 그루의 나무 하나를 3년에서 5년간 찍어야 겨우 성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626일 서울 인사동 마루 갤러리에서 열린 <별나무> 사진전 오프닝 행사 때, 그의 두 권의 신작 시집과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 출판기념회도 겸했다. 이 시인은 10년 동안 4대강 국토순례와 탁발순례,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을 하면서, 전국 오지의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사진과 시를 썼다.

 

그의 첫 개인사진전은 2015년 전남 여수에서 시작해 대구, 울산, 하동 그리고 올 6월 서울 인사동으로 이어졌다.

 

이원규 시인은 1984<월간문학>1989<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옛 애인의 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와 육필 시집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을 썼다. 16회 신동엽창작상, 2회 평화인권문학상을 수상했다.


기사입력: 2019/07/26 [15:0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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