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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 조직적 대중화로 확산해야
안티조선, 조선 등 보수수구세력의 헤게모니 축소 이끌어
네거티브운동 '내성'도 키워, 네트워크 강화로 대중화해야
 
윤익한   기사입력  2003/12/13 [15:23]

안티조선 운동이 그동안 네거티브적인 방식으로 조선일보의 의제설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시민사회운동 차원에서 연대의 틀이 조직화되지 못해 대중적인 파급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12월 1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개최한 <안티조선 운동의 성과와 한계> 주제의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태섭 교수(동의대 언론광고학부)와 4명의 토론자들은 지난 5년간에 걸쳐 진행된 안티조선운동의 성과와 그 안에서 불거진 논쟁, 그리고 운동의 한계점과 앞으로의 과제 등에 관해 심층적인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 모습     ©대자보

최영묵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김동민 교수(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 조희연 교수(성공회대 사회학과),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당초 알려진 대로는 중앙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진중권 씨가 토론자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토론회 서두에 최영묵 교수는 "진중권씨가 참석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불참 사실을 전했다. 이에 대해 토론회 관계자는 "올해 들어 몇 차례에 걸쳐 진중권 교수와 김동민 교수가 거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어 한 자리에서 토론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 아니겠냐"면서도 "참석하겠다고 한 뒤 갑자기 불참을 통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음은 토론회 현장의 열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쟁점별 토론자들의 발언을 재구성해보았다.

◇ 안티조선 5년, 성과는 무엇인가

신태섭 교수) 안티조선 운동의 결과 조선일보의 의제설정 방식에 의문을 품게 되어 안티조선 운동이 양적인 면에서 대단히 성공했다. 또 이 운동이 처음에는 특정 신문의 횡포에 항의하는 소박한 신문개혁운동이었지만, 곧 우리 사회 전반의 개혁과 진보를 추동하는 주요한 사회운동의 하나로 심화되었다는 점에서 질적인 면에서도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이제 안티조선 운동이 질적인 성과를 내는 운동으로의 전환을 준비할 때가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최민희 총장     ©대자보
최민희 총장)
2001년에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에서 언론개혁운동과 안티조선운동의 책임자였기 때문에 현재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낀다. 아울러 해명하고 이야기해야할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안티조선의 형태는 아니지만 조선일보 반대 운동은 1993년에 처음으로 문제제기가 됐다. 92년 민언협에서 선감연 모니터보고서를 만들면서 조선일보의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대해 비판한 것이 시작이다. 당시는 대학생들과 함께 조선일보에 대해 논의했으나 오픈된 운동이 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후 98년 최장집 교수 허위왜곡보도 대책위원회에서 최초로 시민사회진영이 함께 조직적인 차원에서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나 조직을 꾸리기 위해 준비가 필요한데 대책위원회 수준에서 최 교수가 조선일보가 화해하고 조선일보가 법적인 책임을 지면서 운동체가 해산하게 됐다. 이후 안티조선 운동은 오프라인 상에서 진행이 안되고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게 됐다.

그리고 2001년에 조반연을 띄우면서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을 하는 등 온라인 상의 운동이 조직적 사회운동으로 나가게 됐다.

김동민 교수) 조반연의 경우 3년 됐는데, 그동안 상당히 많은 일들을 대중적으로 성공시켜왔고 지금은 대중화 이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모색하는 단계이다. 특히 2001년 3월부터 조선일보 앞에서 1인시위 한 것을 '가장 효과적이고 대중적인 운동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옥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일보 절독운동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도시에서는 빠른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박인규 대표) 언론계 내부로 보자면 조선일보가 신문사 교과서처럼 헤게모니 발한 때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전반이었는데, 그 당시는 신문사 초판이 나오면 우선 조선일보부터 보곤 했다. 그 한 예로 88년 언노련이 창립했을 때, 조선일보가 참여하는 대가로 언론노보의 편집권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그 당시에도 조선일보의 헤게모니에 대한 언론인들의 부정적 이미지는 컸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곧 조선일보의 대 사회적 영향력 약화로 봐야 한다. 조선일보가 예전의 강력한 여론 장악력에서 쇠퇴하고 있다.

▲조희연 교수     ©대자보
조희연 교수)
조선일보의 독자가 줄어들면서 조선일보의 사회적 정치적 위상이 재정립되는 것이 안티조선 운동의 성과이자 대선이 가져온 대중적인 교육효과이다. 현재 조선일보를 포함한 우리사회 보수세력의 헤게모니가 축소, 재조정되고 있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위기도 조중동을 포함한 보수세력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개혁적인 자기정책을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잠재적인 지지자들이 지지할 곳이 없어서 문제다. 보수세력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약화되는 방향으로 재조정되고, 진보세력의 힘은 상향적으로 재조정되고 있다. 따라서 조선일보의 능동적 공세에 느긋하게 바라봐야 한다.

◇ 2003년 안티조선 운동은 왜 소강국면으로 전환됐나

신태섭 교수)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2003년 사회포럼에서 안티조선운동을 "21세기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문화이자 현상으로 자리잡은 상징적인 운동"으로 평가한 뒤 "지식 게릴라와 인터넷 영역을 맴돌 뿐 조직적인 운동의 단계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어떤 전환의 계기가 필요함을 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안티조선운동의 한계로서, 먼저 지나치게 네거티브한 운동으로 인식되고 전개된 것은 '언론자유 침해'와 '일상적 파시즘'과 같은 역공을 유인한 측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상대의 악의적 곡해에 설득력을 더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조선일보의 현재적 잘못들을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반민주, 반통일, 반민족 언론으로 규정하고 비판한 것은 대단히 막연한 전술이었다는 점. 조선일보에 기고, 인터뷰를 하는 진보적 또는 개혁적 인사들을 설득하기 보다 거칠게 비판부터 한 점 등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안티조선운동 진영의 일부만이 이 같은 비타협적이고 전투적인 자세를 취했음에도 안티조선운동 전체가 관용의 정신이 없는 집단처럼 오해되었다는 점은 특히 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민희 총장)안티조선 운동 진영에서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목적의식은 분명했으나,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모호한 안티개념을 갖고 운동을 하게 되면서 대중과 함께하는 운동이 되지 못했고, 조선일보에 기고나 인터뷰를  거부하는 수준의 운동 방식에 머물면서 조직적 사회운동으로 만들어 나가지 못했다.

또 언론운동 진영 내부에서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자료를 만들어 대중적 참여를 유도해야 하며, 각 사회운동 진영에서도 조선일보의 담론에 맞설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해, 이를 토대로 대항담론, 개혁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언론운동진영뿐 아니라 각 사회운동 진영에서도 이같은 최소한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김동민 교수     ©대자보
김동민 교수)
안티조선의 침체와 소강국면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조반연)가 금년 들어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조아세 등에서 '조아세신문'을 발행하고, 지하철 전투 그리고 춘천에서 안티조선 마라톤 대회를 여는 등 나름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박인규 대표) 안티조선 운동을 열심히 한 주변의 언론인이 "각 언론사마다 공정보도를 감시하기 위한 공보위 등이 있는데, 우리가 조선일보의 공보위 노릇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갈수록 더 세련되지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것이 오히려 조선일보의 내성을 키워가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상당부분 안티조선에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조희연 교수) 안티조선운동의 소강상태는 선도투쟁에서 대중투쟁으로 변모하는 데 있어 약간의 난제가 있었거나, 긍정적 측면에서 도약을 위한 전략적 고민의 시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노무현 정부 들어 안티조선 운동의 대중적 기반과 공간의 확장은 있었지만, 대중적 잠재력을 조직화된 운동의 동력으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위력적인 전환을 하지 못한 것 같다.

◇ 안티조선 운동의 방법론에 대한 고민

신태섭 교수)
2003년 2월 옥천에서 열린 '조선일보반대 전국시민포럼'에서, 최영묵 교수는 안티조선운동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강화와 함께 시민사회단체 진영으로의 확산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막연히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의 구체적인 '거짓말'과 '왜곡'을 적시하여 절차적 비합리성과 비민주성 및 기득권에 맹목 집착하는 수구성에 반대함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그것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하고, 그것을 통해 대중과 보다 일상적으로 유연하게 연대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민희 총장) 조선일보가 매일 벌이는 왜곡보도를 모아 분야별로 분류해 책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각 시민사회운동 단체에 전달해 연대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 안티조선 운동의 중심이 재건돼서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가야 한다

김동민 교수) 안티조선 운동은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경품 제공 등의 이유로 보는 사람들과 대략 50만 정도의 수구적인 사고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을 분리하는 작업을 전개해야 한다. 또 잠재적인 독자들에게 조선일보를 보지 않도록 차단벽을 쌓는 작업을 구체적으로 해야 할 시기다.

▲박인규 대표     ©대자보
박인규 대표)
언론계 내부의 역할은 조선일보를 극복할 수 있는 언론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한겨레, 경향이나 인터넷언론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영향력이란 측면에서 아직은 미흡하다. 조선일보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증거를 내보여주면서 구체적 사실을 지적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아울러 조중동의 변화를 뛰어넘을 수 있는 냉정하고 구체적인 판단이 안티조선운동 진영에 필요하다.

조희연 교수) 언론사 내부에서 자정적 운동 공간의 확대와 언론개혁 운동의 조직을 재정비해 연대조직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적이 아니면 모두 동지'라는 개념으로 안티조선운동을 펼쳐야 전술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편, 토론회가 끝난 뒤 사회를 맡은 최영묵 교수는 "안티조선 내에서도 상대가 하고 있는 일이 인지되지 못하고 있는 면은 해소해야 한다"면서 "오늘 나온 얘기 가운데 각 영역별로 평가하는 작업을 위한  토론회 자리가 다시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토론에는 안티조선운동의 사회적 관심사를 반영할뿐 아니라 그동안 안티조선운동을 앞장서 해오면서도 부분적인 갈등을 빚었던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해 40여명의 방청객이 모이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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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2/13 [15: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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