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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꾸려는 불순한 집권논리
[김영호 칼럼] 역사 왜곡으로 지지기반 확충 믿는다면 불행한 착각
 
김영호   기사입력  2011/11/15 [00:50]

이명박 정권은 747이란 허황한 공약을 내걸더니 막상 경제성장은 뒷전에 두고 엉뚱한 일만 벌인다. 4대강 사업이란 기념비적 상징물 만들기에 엄청난 헛돈을 퍼붓고 있다. 강줄기를 바꾸는 것도 모자라는지 이제는 역사적 사실마저 바꾸려는 저돌적인 행태를 보인다. 집필기준을 고쳐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독재정권, 민주화운동을 지운다는 것이다. 또 민주주의 개념마저 정권적 시각에서 재단하려고 덤빈다. 역사왜곡의 본질적 문제는 그 의도가 대단히 불순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보수라고 포장한 극우세력의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자라는 세대에 왜곡된 역사관-가치관을 주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인류가 창출한 보편적 가치로서 자유와 평등이란 양축에 근거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앞에 굳이 ‘자유’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일견 자유란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이니 강조의 의미로 치부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발상이 냉전적 사고에서 연유한다는 점이다. 북한 헌법이 인민민주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니 그 대항적 의미로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것으로 짐작된다. 공산주의의 대칭개념은 자본주의이나 이보다는 민주주의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공산권에 대항하는 미국 중심의 권역을 자유세계 또는 서방세계로 일컫는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산주의와 달리 자유를 존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이유로도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으로 유추된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과 함께 공산주의도 붕괴되었다. 종주국인 소비에트연방공화국도 해체되고 냉전체제도 종식됐다. 이것은 공산주의가 70년간의 실험 끝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제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스탈린식 사회주의국가이다. 북한은 세계최빈국으로 전락했으며 민주주의와는 무관하게 3대세습이 이뤄지는 1인지배의 전제국가이다. 이것으로 북한과의 관계에서 남한의 체제적 우월성은 이미 입증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남한의 국가체제를 북한과의 경쟁관계에서 비교하려는 것은 그 발상 자체가 소아병적이다. 미래세계의 주역을 맡을 자라는 세대에게 냉전시대의 이념논리로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묻는다.

개정 집필기준은 ‘이승만 정부의 독재’,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과 1인 장기집권체제’, ‘전두환 신군부의 정권장악’,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친일파 청산’을 삭제했다. 그리고는 ‘자유민주주의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로 대체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은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며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그 까닭에 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에 집착하며 그 의도도 독재를 합리화-정당화하려는 의혹이 짙다. ‘독재화’라는 생소한 단어에서도 그 의도가 엿보인다. 독재는 독재이지 무슨 독재화인가? 또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도 논리적 모순이다. 독재연장을 위한 장기집권이지 장기집권의 결과가 독재는 아니다. ‘친일파 청산’ 삭제도 이승만, 박정희의 친일행각과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유추된다.

이승만의 ‘발췌개헌안 날치기’, 부산정치 파동‘, 4사5입 3선개헌’, ‘3․15 부정선거’,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 ‘3선개헌안 날치기’, ‘비상조치’, ‘긴급조치’, ‘위수령’, ‘계엄령’, ‘유신체제’,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 ‘언론인 집단해고’, ‘삼청교육대, ’광주학살’ 등등. 당시를 목도하고 고통을 겪은 많은 국민들이 생존해 있는데 교육과학부 장관이란 일개 임명직이 역사적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4․19 혁명’, ‘5․18 민중항쟁’의 삭제는 국민의 정당한 저항권을 부정하는 행위다. 이 또한 독재정권을 합리화-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인류의 역사는 압제에 대한 피나는 항쟁으로 점철되어 왔으며 그 투쟁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그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겠다는 것인가?

2차 대전 이후 100여개의 신생독립국이 태어났다. 그 중에서도 한국이 분단과 전란에 이어 독재를 겪고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자라는 세대가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성찰의 기회와 함께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권적 차원에서 역사를 왜곡함으로써 지지기반을 확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불행한 착각이다. 역대 독재정권이 정권유지의 방편으로 반공교육에 몰두했지만 4․19 혁명, 6월 민주항쟁으로 무너졌다. 지금 20~40대 사이에는 연대를 통한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그것은 기성정치체제에 대한 거부운동과 대안모색이다. 그런데 역사왜곡이나 기도하니 민심이반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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