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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수혜자' MB에게 어른거리는 盧의 '그림자'
[이태경 칼럼] MB, 노무현에게 정치윤리적 치명타 입혀..친노그룹 붕괴
 
이태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면초가의 지경에 몰렸다. 이미 친노직계가 정치적으로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은 데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아들, 조카사위까지 줄줄이 검찰에 소환당해 조사를 받았고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도 임박한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사정이 한결 불리한 것은 소수의 열혈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우군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여론도 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기실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추문(聞)이 지닌 본질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그리 흥분할 일도, 분노할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노무현 게이트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른바 노무현 게이트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    ©청와대

첫째, 사실관계의 확정에 관한 문제이다. 특정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정 행위에 관한 사실관계가 확정되어야 한다. 현재 노 전 대통령측과 검찰은 사실관계 부분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금전을 받았다는 것,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 회사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것 정도다.
 
그 밖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괄적 뇌물죄와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는 지엽적인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거나, 검찰과 언론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런 저런 의혹과 풍문을 확대재생산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검찰의 수사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 중 상당수는 이미 노 전 대통령에게 짙은 범죄의 냄새를 맡고 있다. 검찰이 언론에 한 말과 하지 않은 말이 대다수 언론사들의 프레임을 통과한 후에는 국민들에게 사실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검찰과 대다수 언론사들은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형법상의 피의사실공표금지 같은 것은 노 전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어서는 않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더욱 고약한 것은 노 전 대통령과 검찰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비대칭성이다. 노 전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라야 홈페이지 정도인데 사실상 국가권력을 대표하는 검찰은 대다수 언론사들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 있다. 거악을 소탕하고 억강부약(弱)해야 할 검찰이 별 힘도 없는 전직 대통령 일가를 향해 휘두르는 칼끝이 표독스럽기만 하다.
 
둘째,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와 사실이 아닐 경우를 구분해 생각해 보자.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라면 노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권양숙 여사에 대한 형사처벌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도덕적 비난 조차 대한민국의 비루한 정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바꾸어 말하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면 검찰과 대다수 언론사들은 노 전대통령의 명예를 치명적으로 훼손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말이고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두고 있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라면 노 전 대통령은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백보를 양보해 노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자. 분명한 사실은 적어도 노 전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유린한 것도, 군을 동원해 국민들을 학살한 것도, 국가기구들을 동원해 권력형 부정과 비리를 저리른 것도, 국가를 파산에 이르게 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에게 쏟아진 비난과 도덕적 돌팔매질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에게 내려졌던 윤리적 단죄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어 인격살해의 지경에 이르렀다 싶다. 정녕 그가 그렇게 난도질 당해 마땅한 죄를 저지른 것인가?
 
정리하자. 노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은 아직 어느 것 하나 입증되지 않았다. 설령 그가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그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몇곱절에 해당하는 윤리적, 도덕적매를 이미 맞았다. 물론 이럴 경우 그가 형사 처벌을 면키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한국 정치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에 대한 도덕적 비난도 그리 녹녹치 않은 일일지 모른다. 검찰과 대다수 언론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한 데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질지도-아마도 모르쇠로 일관하겠지만- 관심사다. 이것이 노무현 게이트의 본질이다.
 
▲ 지난해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모습     ©청와대

MB에게 어른거리는 노무현의 그림자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MB일 것이다. MB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벌여부와 관계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정치적, 윤리적 타격을 입혔고 그로 인해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하던 친노그룹을 사실상 붕괴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또한 노무현 게이트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히 거머쥐었다. 정권이 저지른 허다한 실정과 정권 안팎으로부터 들려오던 추문들도 노무현 게이트로 덮혔다. 이쯤되면 '일석삼조'라는 표현이 더 할 나위없이 어울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치공학에 의존해, 더구나 이처럼 윤리적 미감을 심하게 거스리는 방식의 정치공학에 의존해 난국을 타개하려는 시도는 단기적으로는 모르지만 길게 보면 항상 큰 후유증을 남기곤 했다. MB의 임기가 끝난 후에 들어설 정권이 정치적 곤경의 타개를 위해 MB정부가 했던 행태를 답습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하고 있는 괴로움 보다 더한 고초가 MB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MB의 머리 위에 드리운 노무현의 그림자가 짙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09/04/17 [17:3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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