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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8.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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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조승수에게 진짜 노동자 정치는 없다"
[인터뷰]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패배해도 올바르게 패배해야"
 
안일규
4.29 재보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일이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후보자 등록일(4.14~15일)이다.  

이에 따라 울산 북구에 전력을 쏟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 작업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양당은 현재 단일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러나 노동정치 1번지인 울산은 단일화 못지 않은 정치적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 8년 노동·진보 집권 시절에 대한 울산 지역민의 불만과 노동·진보 정치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였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를 덮어두기 바빴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진보 매체에게 울산 북구는 자기 진영을 비판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래서 이심전심으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진보 정치 1번지의 불편한 진실과 오늘의 위기에 이르게 된 원인 그리고 치유책에 대한 공론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누군가는 마이크를 꺼내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대자보>는 재보선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 북구에서 현장의 목소리들을 직접 들어봄으로써 지난 성과와 과오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재보선 기간을 전후해 울산 북구의 진보·노동 정치를 대표하는 인사들과 '심층 인터뷰'를 추진키로 했다. 소외된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낼 것이며, 인터뷰 내용에 대한 반론 인터뷰 제안이 있으면 이를 적극 검토할 것이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과의 인터뷰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단일화는 필수조건 아닌 '필요조건'일 뿐

"하부영처럼만 했어도 진보가 이 지경은 아니었다."

울산 지역의 진보·노동 정치에 밝은 한 소식통은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울산 북구에서 30년을 노동운동에 바쳐온 인물이자 80년대 후반부터 '울산 진보통'으로 불렸던 그는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운동과 선거전략에서도 소위 '깃발'을 날렸던 인물이다. 지난 해 말엔 민주노총에 '뻥 파업' 하지 말라고 일갈해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 10일 하부영 전 본부장을 울산 북구에 소재한 현대자동차 문화회관 1층 커피숍에서 만나 3시간여 동안 긴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진보 양당의 후보 단일화 문제와 울산의 진보 집권 8년 등 노동·진보 정치 전반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단일화는 필수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일 뿐"이라는 게 하 전 본부장의 재보선 진단이다. 이는 울산 북구의 현장 목소리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기도 했다. 실제로 울산 북구의 재보선 현장을 둘러 본 결과, 중앙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엿보였다.  

인터뷰 내내 진지한 반성과 고민, "우리가 실력이 없었다."고 털어놓는 솔직한 고백,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 등은 향후 노동·진보 운동의 발전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다음은 이날 하부영 전 본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후보 단일화, 20~21일이 분수령 될 것

안일규 기자·인터뷰어(이하 안일규) : 단일화 문제부터 짚어보자. 지난 8일 울산 선관위에서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자칫 단일화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하부영 전 본부장(이하 하부영) : 후보 당사자들의 의지로 단일화를 하겠다고 하고, 이후에도 양쪽에서 공언했기 때문에 단일화 여지는 있는데 시기가 많이 늦어질 것 같다. 그리고 세부적 합의가 안 됐다는 것도 아직까지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었기 때문에 총투표 자체도 당장 13, 14일에서 연기될 아니면 무산될 위기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데, 북구 선관위의 민주노총 총투표가 사전선거라서 불법 소지가 있다는 것은 우리도 내용을 좀 더 검토해봐야 된다.  

전반적으로는 이제까지 해왔던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서 하는 거라 생각이 들지만, 이제까지는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의 자유로 지지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것, 우리가 총투표를 할 때 민주노총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가 있다는 식이었는데 요번에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걸릴 소지는 줬다고 본다. 그래서 규탄하고 항의하는 것은 일정 부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총투표 즉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의 자유로 총투표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조직된 표를 집중해서 표를 결집시켜 보자는 의미이고, 총투표를 하는 과정 속에 이번 선거의 의미를 찾고, 북구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진보진영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 있다. 또 이미 단결하면 이긴다는 게 김상곤 교육감 당선에서 나타난 거 아닌가. 후보 단일화의 열망이라는 건 단결하라는 것이다. 분열해서는 안 되고 단결하라는 거.

단일화는 어떻게든 될 것 같고 민주노총 총투표도 20에서 21일로 연기해서 갈려고 하는데, (민주노총 간부들이) 어제 질의해 놓은 것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북구 선관위에서 밤샘으로 기다렸다고 주장하고, 저쪽은 점거농성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10일 새벽 5시에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의 김주철 본부장을 포함해 8명이 연행되었는데 이중 2명을 구속시키겠다는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 같다. 위축되지 않고 노동자들의 정치적 진출, 정치적 활동 보장을 위해서 정면 돌파해야 할 사안이다.(※이후 중앙선관위가 10일 저녁 민주노총의 울산 북구 조합원 총투표에 대해 "정당이 주도하지 않고 후보자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이 없다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고, 11일엔 연행되었던 민주노총 간부들도 전원 석방돼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편집자 주)

총투표를 우리는 반드시 성사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탄압하면 탄압할수록 우리는 정면 돌파해야 된다. 후보 단일화는 시기는 늦어지겠지만 20~21일 이 지점이 가장 분수령이 되지 않겠냐고 본다.

단일화 안 하면, '투표거부 사태' 벌어질 것

안일규 : 선관위 문제도 있지만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사이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선거개입이라거나 조합원 총투표와 여론조사도 세부적인 사안들이 갈등 중인데, 합의가 안 되고 있는 세부적 문제들에 대한 타개책이 보이나?

▲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 본부장     © 정민우
하부영 : 나는 실제 민주노총 총투표를 한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의 김창현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 역대 투표를 붙여본 결과 불과 1000표, 많아 봐야 2000표 차이다. 근소한 차이에서 결정이 난다. 그러면 4만5천 명의 총투표를 하거나 울산 북구에 소속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3만 명을 투표하거나 근소한 차이다. 1~2%의 차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론조사의 경우 어떤 문항을 가지느냐에 따라 10% 이상의 차이가 날 수 있다. 무엇을 목표로, 목적으로 가지고 질문 문항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그쪽에서 결정 나며, 민주노총 총투표에서 1~2% 차이를 가지고 여론조사나 이런 것을 이길 수 없다.

민주노총 총투표는 노동자들의 힘을, 표를 결집하기 위한 행위 정도로 보고 있다. 그것이 투표도 훈련이 아니겠나. 그 과정 중에 진보신당 아니면 민주노동당 후보로 관심을 촉발시키고 촉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그런 내용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열되어서는 엄청 어려울 거다. 둘 다 몰락의 길을 갈 거다.  

나는 지난번에 죽음의 길이다고 과격한 표현을 썼는데, 후보 단일화가 안 되고 끝까지 가면 거의 현장에서는 '투표 거부 사태' 즉 투표장에 가지 않고 아예 선거운동을 하는 데에 욕을 하거나, 명함을 봐도 던지거나, 손을 뿌리치거나와 같은 상황을 자기들이 가면 갈수록 절절하게 느낄 거다.

그래서 사소한 문제나 시비가 있다 하더라도, 선거 투표 시기가 임박하면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자기들도 '극적 효과'를 누리려는 생각으로 바뀌지 않겠나. 안 된다고 하다가 결정적인 어느 시기에 이벤트로 이걸 한 번 만들어보자고 물밑에서 논의되지 않겠나. 난 반드시 (단일화)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안 되면 몰락이다. 안 되면 둘을 울산에서 추방하자는 운동까지도 생길 수 있다. 나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한다. 단일화 안 하면 둘을 몰아내야 된다. 분열의 책임을 나는 물을 거라고 본다. 후보 단일화가 안 되면.

분당 주범들에게 맡긴 게 잘못, 양보 통한 단일화는 불가능

안일규 : 이번 김창현-조승수 대결은 각 정파의 대표들끼리의 대결이기도 하다. 과연 이 두 정파 사이에서 양보가 되느냐. NL에서는 조승수를 분열주의자로 규정했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거고, 평등파에서는 종북주의의 김창현이기 때문에 절대 양보가 되지 않는 거 아닌가. 사실 현장에선 이번 승부에 '반MB'라든가 '노동자' 이런 것이 없기 때문에, 정파 문제가 중심인 상황에서 단일화 최종 합의까지 굉장히 갈 길이 먼 것 같은데.

하부영 : 북구 재선거가 갑자기 생기면서 현장의 목소리는 '단결해서 이겨보자'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었고, 저 자신도 후보 단일화만 되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판에 돌입하면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대중들의 요구와 지향점에 맞춰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내면 울산 북구에서 다시 진보정치 1번지를 탈환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있고, 진보정당 대통합의 기운을 울산 북구에서부터 만들고, 2010년 선거 대연합과 궁극적으로 대통합의 길로 가는 비전과 희망이 여기서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장기적인 포석을 가지고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추진했지만 결국 두 후보, 두 정파, 두 인물, 후보 단일화라는 프레임에 빠져서 다른 얘기를 아무것도 못했다. 그것이 크게 반성되고 후회된다.

실제 이 경제위기 시기에 노동자·서민을 위한 경제 살리기를 북구 선거 공간에서 어떤 식으로 할 수 있는지, 무슨 얘길 할 수 있는 건지, 노동자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하는데 어떤 대안과 해결방침을 가지고 있는지, 국회에 올라가서 한 석의 힘으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 건지 등을 솔직하게 논의하고 토론하고, 노동자·서민을 위한 공약도 논의해 보고, 다양하고 열린 정치공간에서 우리가 할 일들이 많은데도 저 두 명한테 우리가 후보 단일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질질 끌려가면서 또 구경꾼, 들러리로 전락한 거 아닌가.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공청회나 토론회, 대중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냈어야 하는데 너무 변수가 하루아침에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 노동자 정치세력화 측면에서 역할 이런 걸 하나도 하지 못했다. 그런 점들이 반성되는데, 나는 결국 누가 양보를 해서는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노총 총투표를 통해서 강제해야 된다고 본다.

어느 일방이 양보한다? 양측에 맡긴 것이 잘못이다. 나는 후보 단일화는 제3의 기구에서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제3의 기구에서 양측이 이쪽 결정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받고, 후보나 양당, 양 정파는 빠진 상태에서 의견이 수렴되고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을 가지고 제3의 기구에서 논의를 해야 된다. 울산에서 십수년간 대립해 온 두 인물한테, 분당의 대표적인 책임자들이자 자숙하고 반성해야 될 사람인 둘한테 후보 단일화를 맡겼다는 것 자체가 지금 위험하게 가는 거다. 나는 양보를 통해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특정 정파의 비토? 제발 낙선운동만 하지 마라

안일규 : 단일화가 된다 하더라도, 김창현으로 단일화 될 시 평등파에서 비토하거나 투표를 안 한다는 식으로, 조승수로 단일화 될 경우엔 자주파에서 비토 혹은 투표 거부로 가지 않겠나. 후보 단일화도 좋지만 결정적으로 유권자와 정파의 단일화가 안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부영 : 우리 정파들의 민주주의적 의식과 수준들이 그리 높지 않다. 승복 안 한다. 경선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단일화가 되면 한 쪽은 판 깨고 안 한다. 그걸 바라지도 않고. 경선에서 진 사람들이 불복하고 욕이나 안 하고 다니면 다행이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왔다. 지난 대선 때도 권영길, 심상정의 결선투표 이후 권영길로 되고 나니까 다수파인 NL과 연합파를 욕하고, 권영길에 대해서도 우리 입으로 욕하고 다녔다. 그 책임은 우리 내부에 있었던 거지. 밖에 사람들은 몰랐는데 우리 내부에서 대선 기간에도 '권영길은 늙은 진보'라고 욕하고 다녔다.

나는 그런 것만 약화시켜도 된다고 생각한다. 지는 쪽이 선거운동 안 해줘도 된다. 후보 단일화로 양대 정파가 선거에 결합해서 하는 그런 것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할 수도 없고. 마음이 안 움직이는데, 욕만 안 하면 된다. 낙선운동만 안 하고 다니면 된다. 그러면 어느 한 쪽으로 가도 한나라당도 분열되어 있는데 당선 가능성은 더욱 더 높아진다. 민주당과 친박연대까지 출마하는 상황에서, 낙선운동만 안 하면 된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왔고, 싫은 사람들한테 어떻게 선거운동 시키나. 안 되는 거다. 형식적으로 사진이나 한 방씩 찍어주고 그런 정도만 해주면, 눈에는 후보 단일화 지지하고 선거운동하는 것처럼 비춰지니까 그런 정도 바라는 것이다.

안일규 : 후보 단일화가 점점 늦어지면서 한나라당 등 범여권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인데도 진보진영이 틈을 보인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은 것 같다.

하부영 : 그건 이렇다. 20~21일 지나면서 즉 29일 투표를 앞두고 극적인 이벤트로서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뭔가 혼란스러운데, 현장은 "후보 단일화 안 돼" 하며 냉소적으로 바뀌는 사람들도 있다. 또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으니까 "좀 쉽게 하지 않겠어?", "후보 단일화 안 하겠어?"라거나 "후보 단일화 되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등 현장도 점점 분리되고 있다.

빈틈을 보이고 늦어진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지 불리하게 작용할지 아직은 확정적인 결론을 못 갖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나타날지,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 아닌가. 결정적인 예로 옛날에 송철호 후보가 거의 울산시장 당선권에 있었는데 "전라도다"는 유인물 하나에 떨어졌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유리할지 불리할지 확신을 가지고 있는 방향이 없다.

▲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 본부장(좌)과 안일규 기자 겸 인터뷰어(우)     © 정민우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노동자 정치세력화' 또 뒷전

안일규 : 재보선도 급작스러웠고 또 단일화가 급부상하면서 지난 8년간 울산에서의 과오나 앞으로 비전, 가치들이 재정립되지 못하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도 '분당 1년 동안 잃은 게 더 많더라'는 의식들이 지금의 후보 단일화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단일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비전과 가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당선되는 게 의미가 있겠느냐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도 많은 것 같다.

하부영 : 나도 그런 게 후보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차원에서 해야 될 일을 못하고 있다고 본다. 아까도 그게 반성되고 후회된다고 했는데, 바로 그런 점이다. 국회에서도 뻔한 사람들 데려다 놓고 형식적이라도 청문회를 하니까 진짜 하자가 드러나기도 하지 않나. 그런데 진보진영이라면서 '묻지마 투표'를 또 시키고, 동원 투표, 기계적인 투표만 시키는 거 아닌가.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들러리고 구경꾼이고. 이걸 좀 뛰어넘고 벗어나고자 했는데도 결국은 대표적 책임자이자 그동안의 과오에 대해서 반성하고 자숙해야 할 두 사람이 또 해먹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본래 우리 같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둘은 물러가라'고, 다시 말해 제3의 진짜 새로운 전망, 그동안 좌절하고 실망했던 것을 극복하고 진보진영 대통합의 길로 나설 수 있는 그런 인물을 내세우고 둘을 아웃시켰어야 했다. 그런데 제 3의 인물이 없었지.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두 번째로는 설사 후보 단일화가 진행되었다 할지라도 우리는 두 후보가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 과거에 대해서 검증하고 또 새로운 비전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과거에 대해선 반성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잘났다고 하고 있는 건지 이런 것들을 철저히 검증하고 따지고 확인하면서 차악이나 차차악이라도 고르려면 그 기준과 기준점을 제시하거나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못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시기를 늦추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그런 부분들을 보여주고 만들고 하는 과정을 이번에도 못 해냈다. 또 인물들, 사람들한테 끌려갔다. 두 정파는 울산에서 늘 저런 식이었다. 위임 선거하고, 사람들 줄 세워놓고 우왕좌왕하면서 누구 선택할래, 누가 좋냐, 나쁘냐 이렇게 하다가 선거에 가면 누구 찍자. 늘 이런 식이었다. 기계적으로 동원되고 쥐어짜는... 이것이 또 재판되고 있는 것은 그걸 꺾을 수 있는, 방향을 틀 수 있는 현장 노동자들의 힘이 아직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파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거다. 아직도 우리 힘이 미약하다. 정파의 방향을 올바른 방향으로 틀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런 세력이 없고. 그래서 그런 것부터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장 노동자, 2010년에도 또 이렇게 당할 건가

안일규 :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서 그런 기관들을 만들어내야 될 텐데,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나.

하부영 :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데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예를 들어서 공개 토론회 계획을 미리 세웠다가 시도도 못하고 밀려 있다. 100명이든 200명, 300명 정도의 활동가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대중적 열린 토론회 공간에서 후보 검증부터 이번 선거의 목표, 의의를 세워나가고, 그런 다음에 두 후보가 마음에 안 든다면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밝히고 그 후보들에게 더 잘하도록 해야 하고, 약점은 무엇이고 문제는 뭐가 있으니까 (이를 개선하도록) 요구도 하고 했어야 한다.

우리가 늘 구경꾼으로만 설 거냐 하는 평가와 반성 그리고 주인과 주체로서 하지 못한 것을 각성해야 한다. 다음 번 2010년에도 준비 안하고 있다가 이렇게 또 당할 거냐. 그런 것들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토론하는 기구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런 것들을 논의하고 싶었는데 눈치 보다 못했다.  

대중토론 그런 데서 흐름이 솟아오르지 않겠나. 밑바닥에 있는 힘이 그걸 분출시킬 수 있는 계기,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누군가 그 판을 열었을 때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건데 우리가 그걸 계획하고 있으면서 시기를 자꾸 늦췄다. 재보선이 끝나고 나서라도 평가하고 반성하면서 그런 토론을 해야 된다. 중간에 못했다면 결과라도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민주노총 통해 '의원과 지역'을 연결하고 책임지게 해야

안일규 : 앞으로 노동자 세력 내의 협의기구를 통해, 당선된 사람이 후보 시절 협약을 못 지키면 의원직에서 끌어내리기라도 하겠다는?

하부영 : 몇 가지 구상을 했었다. 예를 들어서 민주노총에서 지지후보를 결정할 때 서약서를 받는다. 현장 노동자들의 소환권을 좀 더 명확하게 해야 된다.

그 다음에 '현장 보좌관'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올라 가면, 서울 가서 뭔 짓 하는지 모르지 않나.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손을 드는지, 불리한 쪽으로 손을 드는지,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냥 개인한테 떠맡겨 왔다. 대중적이지 못한 거다. 보좌관이 5명 정도라면 한 명 정도는 울산의 현장 보좌관 즉 현장 노동자들이나 민주노총이 추천하는 현장 보좌관을 써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 대중과 지역과의 연결고리로서 일상적인 창구가 있어야 된다.

그래서 현장보좌관제, 소환제가 필요하고 그 다음에는 입법 활동에 대한 '사전 심의제'다. 뭐를 하는지 모르지 않나. 개인 활동에만 맡겼을 때 노동자들에게 나쁘거나 불리한 법에 찬성하거나 입법안을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여태까지 울산에서 집권 8년 동안 공직자들이 뭘 했는지 모른다고 하지 않나. 그런 것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을 해야 한다. 노동자 대표로, 지역 대표로 간 사람이 이런 법안을 심의하겠다고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현장 노동대중들, 지역주민들 앞에서 보고회를 틀림없이 해야 된다는 등 몇 가지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을 요구하고 확약을 받아내는 구상을 했는데, 어쨌든 선거가 열리면 이런 걸 약속하라고 할 생각이다. 일정 세력들이 요구하면 약속하고 지키겠다고 서명해주지 않겠나. 그거라도 해볼 생각이다.

지금은 어느 특정 집단이나 세력, 현장조직 차원에서보다는 민주노총한테 건의해서 민주노총 정치위원회에서 결의해서 각 후보에게 약속하라, 답변해 달라며 민주노총이 나서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현장은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거나 토론하고 통합된 것을 민주노총에 건의하는 이런 형식으로 진행될 거다.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

거짓말 하지 말자, 패배해도 올바르게 패배해야

안일규 : 민주노총의 대표성 문제나 '反민노총'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과연 민주노총으로 한다는 게 쉬운 일일지?

하부영 : 그런 면은 울산에선 틀리다. 조합원들이 후보 단일화를 하라고 하는 것은 단결하라는 것이고, 단결했을 때는 우리가 표를 결집해서 승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그런 자부심이 존재한다는 거 아닌가.

전 사회적으로 민주노총이 대단히 고립되어 있다. 예를 들면, 그런 얘길 하는데 민주노총이 정치투쟁이나 파업을 하면 여론조사한 걸 보면 지지하는 것은 5%밖에 안 된다. 그럼 국민들은, 바로 직대입은 곤란한 얘기지만, 95%가 민주노총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는 세력이다. 나는 이게 정확한 우리의 현실이라고 인정한다. 그런데 그 95%가 민주노총에 대해 반감을 가지거나 반민주노총 정서를 가지고 있는 내용이 진실되고 올바른 거냐. 그 내용을 따져봐야 된다.

▲ "표가 되고 안 되고를 따지는 것은 보수정치와 똑같다. 개인출세를 위해서 아무 곳이나 표를 주는 곳에 타협하는 것은 우리하고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 정민우


낙선하고 떨어진다 하더라도 올바르게 가야 되는 거 아닌가. 지금 민주노총에서 정치파업하거나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하는 게 틀린 얘긴가? 파업이라면 무조건 혐오하고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거, 거기에 동조하는 국민들의 의식이 올바른 거냐. 올바르지 않다. 올바르지 않은 것은 95%가 아니라 99%가 반대하더라도 1%가 진실을 위해서 싸울 수 있다. 나는 그게 민주노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야 된다.

표 안 된다고 해서 진보정치 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긴 있다. 사실로 확인되었고. 그런 사람들은 진보정치, 노동조합정치, 계급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설사 99%가 반대해도 1%의 진실, 진리,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이 진보이고 노동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나는 전혀 타협하거나 동조할 생각이 없다. 설사 낙선해도 '그게 틀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후보로 나서야 된다고 본다. 그들과 늘 타협하고 표 때문에 뭘 하면 진보정치가 아니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과 다른 게 뭐가 있나. 공약으로 발전시켜주고, 도로 놔주고, 다리 닦아주고 하겠다? 표 때문에 우리도 그런 공약을 해야 되느냐는 거다. 그런 거라면 나는 우리가 낙선해도 상관없다고 본다.

안일규 : 그런데 지금의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는 아무래도 표 중심의 문제가 아닌가. 후보 단일화를 하는 데 있어서 두 당의 생각이 표 때문이라고 보는 관측들이 많지 않나.

하부영 :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표가 아무래도 아쉬운 거 아닌가. 그러니까 민주노총 총투표와 같은 걸 얘기하는 거고. 지역 여론조사의 중심은 당선 가능성을 중심에 놓고 판단하자 그런 거 아니겠나.

나는 당선 가능성도 필요 없고 당선도 필요 없다고 본다. 국회의원 한 명 가서 299명 중에 현재 민주노동당 5명 있는데 6명이 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거고, 민주노동당 5명 있고 진보신당 1명 생긴다 해서 뭐가 달라질 거냐 이거다. 그래서 사기 치지 말자는 거다. 거짓말하지 말자는 얘기다. 나는 국회의원 당선시켜 봤자 달라질 거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선거, 정치 선거라는 열린 공간에서 우리의 대표가 반현대차 정서의 진실이 뭐냐, 반민주노총의 진실이 뭔지 그런 질문이 나오면 당당하게 해명해주고 주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방송에서는 그럴 기회 없지 않나. 다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지역주민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을, 자영업자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밝혀야 된다. 나는 그것이 진보진영의 선거라고 생각한다. 한 명 금배지 달아줄려고 후보 단일화하고 당선시켜야겠다 이런 건 아니다.  

그러면 당선돼도 변화될 거 없다. 지역 주민들에게 거짓말할 필요 없다. 그리고 국회의원 자기들은 중요하겠지만, 나는 금배지 하나가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올바른 활동을 하다보면 이 시기에 노동자들이 다 찍어준다. 일상적으로 하는 것도 없고, 평소에 활동하는 것도 자영업자나 지역 토호들과 관계도 원만히 해야 한다거나 조직대표 더하기 지역대표로서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런 사람들은 진보의 대표가 아니다. 차라리 민주당 가던지 한나라당으로 가라. 노동자·서민 중심의 경제, 노동자 중심성, 노동계급 중심 이런 것들이 명확하고, 그게 명확할 때 한나라당·민주당 등 보수정당과의 차별성이 거기서 드러나는 것 아닌가.  

매번 지역 주민들과 타협하고 담합해서 표 얻어서 당선되어 봤자 그들을 위한 정치만 하지, 그들과 차별화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집권여당이니까 예산도 많이 따오고 더 지역 주민을 위해서 좋은 일 많이 하지 않겠나. 진보정치를 뭐 하려고 하는 건가. 다리 놓고, 기업 유치하려고 진보정치 하자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너무 타협, 몰계급적인 타협, 득표만 위해서 하는 것은 개인 출세주의자라고 본다. 그런 사람들은 차라리 당선 안 되는 게 낫다. 이후에 그 사람들이 활동할 게 뻔하다. 여태까지 집권 8년도 그래왔다. 몰계급성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둘 다 적임자 아니지만, 그래도..."

안일규 :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고 'MB 1년 심판'을 구호로 내세우는 조승수 후보에 대한 비판인 것 같다.

하부영 : 그런 것이 둘 다에게 있다. 나는 김창현 후보가 되어도, 노동자 민주노총 총투표를 주장한다고 해도, 저 사람이 노동자 중심성과 계급성을 확고히 가지고 있고 그런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둘 다 똑같이 아니라고 본다. 어느 일방에 대한 비판이 아니고, 둘 다 정파의 대표일 뿐이지 '노동자 대표'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다. 둘 다 비판하는 거다.  

그래서 차악을 얘기했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려면 '차차악'을 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행한 거다. 그래도 그들은 조금이라도 진보 냄새가 나니 후보 단일화 해서 한나라당을 중간 심판 성격으로 심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그게 노동자·서민의 희망으로 조금이라도 자리 잡아 줄까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 바람 때문에 하는 거지, 나 개인은 (그들이) 진짜 노동정치를 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계속)
 


기사입력: 2009/04/11 [23:1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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