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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사업? 청와대 박형준의 거짓말
[홍헌호의 경제진단]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일본 유바리의 비극 자초말라
 
홍헌호   기사입력  2008/12/03 [14:06]
“(일본)유바리시(市)에서 도서관이 사라졌다. 공중화장실이 폐쇄되고, 유일한 종합병원인 시립병원은 야간응급진료를 중단했다. 7곳의 초등학교는 단 1곳만 남기고 모두 폐교된다. 공무원 임금 30%가 삭감되고 150여명은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시가 소유해온 관광시설과 병원은 전문 경영인에게 넘어갔다. 이 모든 것이 지난해 6월 파산을 선언한 유바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위의 인용문은 지난 해 4월 7일 KBS가 방송한 <도시파산, 유바리의 잔혹한 봄>이라는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이다.
 
유바리시는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KBS는 그 원인을 ‘주먹구구식 관광개발’에서 찾았다.
 
 “1980년대, 탄광도시에서 관광도시를 선언한 유바리시는 역사촌, 석탄박물관 등 대대적인 관광개발로 지역의 부흥을 꾀했다. 그러나 유바리의 희망이 되어주리라 믿었던 관광사업은 거대한 부실덩어리가 되었다.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주먹구구식 경영. 비극적 결말은 예정돼 있었다.”
 
만약에 이명박 대통령이 이 프로그램을 본다면 뭐라고 이야기할까. 아마도 그는 유바리시가 왜 망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건설투자 자체는 경제성장과 세수확대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까운 측근이라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도 이명박 대통령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형준 기획관은 지난 달 28일 K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14조원의 4대강 정비사업은) 대운하와 관계없이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한 것으로, 고용효과가 높고 경기부양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명백한 거짓말
 
지난 정부에서부터 14조원의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했다는 박형준 기획관의 말은 사실일까. 필자가 2005년과 2008년 사이 정부의 예산안 자료들을 역추적해 본 결과 박형준 기획관의 해명은 국민들을 속이려는 교묘한 말장난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1년 하천법 개정으로 정부의 10년 단위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 수립이 의무화되고, 그 동안 정부가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 수립에 필요한 사전준비 작업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전준비 작업을 해 왔을 뿐 구체적인 하천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한 적은 없다.
 
국토해양부도 26일 보도해명자료에서 “추정사업비 14조는...향후 구체적인 사업이 확정되면 변경될 수 있”다고 썼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도 확정이 안 되어 있는 상태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이 사업이 이전 정부에서부터 해 오던 계속사업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즉 이 사업은 MB정부가 새로 기획하고 있는 신규사업이라는 소리다.   
 
그럼 이전 정부가 전국의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정비를 위하여 책정한 예산은 어느 정도였을까.
 
2006년에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2003~2005년 건설교통백서>에 따르면 하천정비 투자비는 ▲ 2003년 1조 705억원, ▲ 2004년 1조 1065억원, ▲ 2005년 1조 273억원이었다.
 
물론 이것은 4대강 뿐만 아니라 국가하천 61개소와 지방1급하천 52개소, 그리고 지방2급하천 3772개소의 하천정비 투자비 총액을 합산해 놓은 것이다.
 
▲ (출처) 건설교통부, 2003~2005년 건설교통백서     © 대자보

이 중에서 국가하천 정비예산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전 정부의 기획예산처가 발간한 연도별 프로그램 예산서에 의하면 2005년과 2008년 사이 4년간 건교부의 하천정비 예산내역은 다음과 같았다.
 
▲ (출처) 기획예산처, 프로그램예산서. 각년도     © 대자보

위의 자료에 의하면 2006년과 2008년 사이 31개소 국가하천의 연평균 정비예산은 3,500억원 내외에 불과했다. 국토해양부도 26일 보도해명자료에서 “2007년 국가하천정비사업비가 3,300억원”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요컨대 2006년과 2008년 사이 31개소 국가하천의 연평균 정비예산은 3,500억원 내외에 불과했는데 MB정부가 갑자기 2009년부터 4대강 정비사업예산으로 4년간 14조원(연평균 3.5조원)을 책정한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박형준 기획관은 마치 이전 정부에서도 이런 사업들을 계속 시행해 온 것처럼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명백한 오류
 
박형준 기획관은 또 28일 KBS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14조원의 4대강 정비사업은) 고용효과가 높고 경기부양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기획관은 경제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건설투자 효과에 대하여 막연하게 상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막연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국가의 미래를 크게 망쳐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박형준 기획관도 차분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일본의 유바리시는 왜 망했을까. 만약 유바리시가 그렇게 무분별한 건설투자에 물두하지 않고 다른 투자, 예컨대 설비투자나 교육투자 복지투자 등을 했다면 그렇게 심하게 망가졌을까.
 
투자라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기대되는 매출액 확대를 겨냥하고 성능좋은 기계류나 새로운 건축물 등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기계류나 건축물 등의 구입행위가 미래의 매출확대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그 투자는 실패하게 되고 투자를 한 경제주체는 망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형준 기획관의 치명적인 오류는 투자를 확대한다면서 미래의 매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기계를 샀는데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형준 기획관은 그 투자가 기계를 판 기업에게 이익을 안겨 주었으므로 성공한 것이라고 우기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건설사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경험주의가 유발한 치명적인 오류로서 한국경제를 아주 위험한 상태로 빠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건설사 CEO 입장에서는 건축물이나 토목물을 국가에 팔게 되면 그 상태에서 손익계산이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경제주체인 국가의 입장에서는 쓸모없는 건축물이나 토목물을 사들이게 되면 그 자체가 국가공동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바로 국가경제의 저성장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독소가 된다.
 
그래서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재정학자인 최광 교수마저도 일본의 낭비적인 건설투자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최광 교수가  2002년에 내놓은 연구보고서, <일본의 경제정책과 재정정책>의 일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사회간접자본의 정비를 빌미로 추진된 공공사업의 상당부분이 낭비되고 비효율적이라는 징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근래 어느 마을에서나 음악당,박물관,민예관,체육관 등 다수의 훌륭한 건물이 생기게 되었는데 재정상황이 매우 나쁜 상태에서 과연 개개 마을마다 이렇게 훌륭한 시설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깊은 산 속에도 훌륭한 도로가 만들어져 있는데도 건설성에서 나오는 도로포장율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높아지지 않는다. 또한 전국 각지에 엄청나게 많은 심포니 홀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그만한 수의 악단은 일본에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MB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교훈적 사례는 많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형준 기획관의 오류는 간단하고 명백한 것이다. 모든 경제정책의 목표는 ‘국가공동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맞추어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스스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낮은 곳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하게 되면 국가경제는 고성장의 기회를 잃고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의 수렁으로 빠져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장률 저하·일자리 감소, 투자 감소, 소득 감소, 소비 감소, 세수 감소, 복지 감소·성장률 저하라는 악순환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경제위기시에 정부가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 확보에 실패하게 되면 그것의 악영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치명적이다.  
 
▲ (출처) : IMF, ILO     © 대자보

MB정부는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MB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교훈적 사례는 많다. MB정부가 비교적 무난하게 이번 위기를 극복하려면 1990년대 거품붕괴·금융위기에 직면하여 무분별한 건설투자로 빚더미에 안게 된 일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실패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역시 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시기에 일본과 유사한 위기에 직면하여 계층간 고통분담, 일자리 나누기, 국가주도의 양질의 직업교육훈련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북유럽을 모범적 교사로 삼으면 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대자보> 11월 13일자, 필자의 글 “부유층 감세말고 100만 일자리 창출하라” 참조)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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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2/03 [14: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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