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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주경복은 누구에게 졌는가?
[진단] 진보진영부터 서울대마피아와 학벌숭배주의 추종세력 청산하라
 
편집부   기사입력  2008/08/03 [15:45]
얼마 전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당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서울대<-->비명문대+지방대+무학벌 연대" 간에 적대적 전선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던 글이 있었다.   그런 시각에 동의하면서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고자 한다.
 
한국 사회 모든 분야의 상층 지배세력, 그들이 부자든 부자가 아니든 한국사회 주류는 서울대(해외 유학파 포함) 또는 최소한 명문대 출신 위주로 구성된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각 분야에 진출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엔 지배계층에 합류하게 되기에 그들 대다수의 속성은 각 상층부에서 보수성을 띈 집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젊은 시절  상큼하게 드러내던 진보 혹은 개혁적 마인드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점에 다다라서는 보수적 민심을 주도하거나 보수이데올로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진보진영에서도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커 많은 사람들인 것처럼 착각하게 할 뿐 서울대 출신자 전체로 볼 때 극히 소수만이 진보적 입장을 고수한다.  한국사회는 몇 개 명문대가 엘리트문화를 형성해 전면적으로 또 아리를 튼 즉, 학벌카르텔이 지배하는 특수사회이다.  학벌이 경제적 지위와 신분상승을 보장하고 결국 지배계급이 되는 사회에서 그러한 “서울대와 비서울대간의 대립 전선”의 시각을 곰곰이 따져보면 계급정치에 다가가는 타당성이 있을 법한 관점이라고 본다.
 
서울에서 강남 서초 송파지역은 학력수준도 높고 중산층 이상이 밀집되어 있어 보수정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고 있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역시 보수성향의 공정택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였다.  다른 지역에 비해 투표율이 낮았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 투표는 단순한 지지정도를 넘어 그를 당선시켜 내기 위해 정치적 결사를 보여준 것처럼 보인다. 
 
공정택 진영이 이번 선거를 전교조 대 반전교조 전선으로 이끌어 간 전략이 먹혀 들어갔다면 반전교조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일까.  사실 최근 전교조는 자신들의 이권을 포기해 가면서 학벌체제 해체를 전면적으로 내 걸만큼 혁신적이지도 않고 예전처럼 그리 과격해 보이지도 않는다.  왜 반전교조일까?  학부모들 절대 다수가 교육에 있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한국사회의 어떤 본질, 어차피 전교조도 그것을 해결해 낼 수 없다고 본다면, 그러한 전교조가 학부모들에게 그저 정치나 이념면에서 거북한 교사단체일까?  그 보다는 어차피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인데 입시공부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교사들, 우리 아이를 순치로 교육시키지 않는 무책임한 교사들이라는 어떤 현실적 판단이 앞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그렇게 되었을 바에는 주경복 후보 개인이 아닌 전교조나 진보진영이 전면에서 강남-서초-송파를 포기해 버리고 부자지역 대 서민지역 간의 계급적대 관계로 선거전선을 끌고 갔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고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까?  겨우 교육감 선거이기에 이러한 정치적 기도나 계급적대가 부적절하다면 다른 시각의 계급적대를 제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서울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5%를 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개 대학 출신이 전 국민의 0.5 %를 차지한다면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 때마다 절대 다수의 후보자가 서울대 출신이듯 이번 선거에서도 6명의 후보들 중 역시 50%인 3명(공정택, 이영만, 이인규)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국가권력에서부터 다양한 부문권력에 이르기까지 서울대(명문대) 출신들이 장악한 각 분야의 보수적 권력을 직시해 보라.
 
만약, 이렇게 서울대 후보가 넘치는 선거에서 서울대<-->비서울대 식으로 선거전선을 끌고 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지금 인식수준으로 본다면 일면 무책임하고 치기어려 보일 것이다.  그러나 병역거부나 동성애자 지지 주장도 공공연한 세상에 ‘반서울대 전선’ 주장이 뭔가 꺼림칙하다면 그만큼 ‘학교성적’과 ‘우등생’은 우리의 사유와 인식을 지배하는 억압의 알고리즘 혹은 어떤 숭배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 서울대의 보수성에 입각해 접근한다면 이러한 시각을 몰계급적이라거나 진정한 진보적 관점으로부터 벗어난 그릇된 정치의식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한국사회 특수성에선 오히려 철저히 계급적일 수 있으나 진보담론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을 뿐이다.
 
이번 선거 투표율이 아주 낮았던(15%) 것을 부모들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무관심 했기에 나타난 결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견고한 어떤 사회체제에 대한 체념이자 대안 없는 질주에 동승한 부모들에게 '교육감 선거정도는 큰 의미 없음'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왜 수많은 지도 부문중 하나에 불과한 교육감 선거가 이념과 정당의 대결로 치닫고 아이들의 미래운명이 걸려야 하고 사회진보의 가늠자가 되는 것일까?  정작 유권자인 학부모들로서는 선거참여라는 ‘정치행위’ 결과 역시 분명 헛된 일에 불과할 것으로 믿고 있는데 말이다.  투표율이 낮은 것은 정치의식이 낮아서가 아니라 진보건 보수건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고 좌절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돈=성공(신분)=학벌과의 일체성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고 불행하게도 부모들은 그러한 냉정한 현실을 ‘정치’나 ‘선거’로 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듯하다.  부모입장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순치되는 것, 그것뿐이다.  교육 만큼은 투자와 결과가 분명하기에 가진 자 소수들은 앞서 나갈 수 있는 수단과 기회가 분명하게 쥐어져 있다.  가능성을 믿는 많은 부모들 역시 해외 탈출로 돌파하려 하거나 국내에서 그저 순치의 고통을 감수한다. 사회에 정면으로 적대하기에 무기력한 부모들은 입시전선에서 자식과의 적대를 감수한다. 두려움과 체념과 순치가 되어 있는 부모들이기에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며 아이들의 미래와 행복을 기대 걸만큼 한가롭지도 헛되지도 않다는 것이다. 
 
강남 빅 3가 계급투표를 하였건 아니건 진보는 선거에서 졌다.  오히려 주경복 후보가 받아 낸 표가 여러 지역에 의외로 많다는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왜 주경복 후보를 찍었을까.  이념적으로 좌파이기에?  정치적으로 진보이기에?  전교조를 지지하기에?  촛불을 투표로 연결시켰을까?  “사교육, 귀족학교, 우열반, 0교시, 이명박 심판” 가장 선의로 해석은 이것이다.  투표에 불참한 학부모들은 깰 수 없는 한국사회 무엇에 대한 체념의 길을 걸으며 주경복을 암묵적으로 지지한 것이고,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겨우 주경복 수준의 변화라도 모색하고자 투표에 참여했을 것이다.
 
근본을 들춰내지 않은 채 "그럴수록 더욱 투표에 참여 했어야지" 라는 식의 싸가지 없는 기만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홍보로도 충분하니까 그만하라.
 
서울대의 보수성에 대해 다시 말해 두자.  당신은 진보주의자인가?  한국사회의 견고한 보수성에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끼는가?  그런데 문제는, 한국사회를 이끌고 있는 나아가 학벌(경쟁) 마취제를 뿌리며 이데올로기화 하고 국가체제로까지 성공시켜 낸 주역들, 경쟁력 있는 일등국가 수립의 길에 역사적 소명의식과 전담적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한 그룹의 보수성 즉, 서울대 절대 다수의 보수적 본질과 그 성역에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눈뜨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감선거 분석이나 상투적으로 학벌사회를 비판하며 교육제도를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차원을 넘어야 하는 본질적인 것이다.  진보주의자 그들 중엔 위대한 맑스를 절대군주로 모시면서 일거에 혁명을 꿈꾸는 몽상가도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이러한 시각은 그저 학벌컴플렉스이거나 사회주의가 도래하면 해결 될 저급 정치 각론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다.  또한 진보주의자들 중엔 명문대와의 연고로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제 3자가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교육운동 한답시고 나대는 사람들 중엔 교활하게 본질을 슬쩍 가리고 늘 ‘입시제도’나 ‘중등교육과정 개선’ 차원으로 눈을 돌리게 역할 하는 이데올로그들도 있다.  ‘서울대’를 ‘상수’로 놓고 거기에 들어가는 숫자를 기초로 ‘교육성과’와 ‘중등교육 제도’를 ‘변수’로 놓는 교육철학 그리고 거기에 동거하는 학벌진보 출세주의자들의 무딘 칼날은 진정 누구 그리고 어떤 보수를 겨냥하는 것일까. 
 
학벌 좋은 운동권(시민운동 포함) 두목이 2-3백 명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세상 바꾸겠다고 나설 수는 있다.  그러나 바로 학벌사회 그물에 걸려들고 마취제에 취한 시민들이기에 그들을 혁명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임을 알아야 한다.  최면 걸린 유권자들이 치르는 선거판은 합법적이고 민주적이며 후보자를 판단할 기회는 기가 막히게 객관적으로 제시된다.  공정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보수를 선택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본질을 건드릴 생각이 없다면 강남-서초-송파 시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성토할 일이 아니다.
 
주경복 후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정도의 좌파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후보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울대 정면으로 건드리고 평준화시켜 학벌 없애버리자는 운동에 몰두한 사람도 아닌 듯하다.  전교조를 비롯하여 개혁적 자유주의자들과 교육민주주의를 희망하는 수준 높게 깔끔하고 고매한 양반들까지 광범위하게 모여들도록 양보하여 추대한 후보로 알고 있다.  보수 5(4)에 진보 1의 싸움 같았는데, 누구에게 졌는가?  학벌사회에 진 것이다.  어차피 한국사회에서 우리 아이 정말로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어렵다면 무엇보다도 아이들 공부에 도움 안 되는 후보를 꺼리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이치 아닌가.
 
한국 자본주의를 떠받치며 지켜내고 있는 욕망의 근원 그리고 학부모와 사회의 보수성의 실체, 학벌체제를 숙주로 삼는 한국판 에일리언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현대사, 군사정권을 몰아내고 부르주아 민주주의체제인 서울대공화국을 수립한 패권, 서울대마피아와 그 학벌숭배주의 추종세력을 청산하지 않고서 한국사회가 진보하기란 대단히 어렵다고 보는 이유이다.

* 본문은 중국에서 활동중인 <대자보> 독자의 기고문입니다. 본문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가와 토론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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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8/03 [15: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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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단 2008/08/04 [02:18] 수정 | 삭제
  • 누구나 알고있지만, 쉽게 공개하기 어려운 글을 잘 쓰셨군요. 눈치 안보고 올린 대자보도 대단하고... 서울대마피아 문제, 진보진영이 넘어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제도적으로 대학서열구조 혁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