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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엄마성 함께 쓰기' 개명 기각 결정 유감
[주장] 민주주의 사회와 부합하지 않는 결정, 문화 획일화 해선 안돼
 
신정모라   기사입력  2008/07/14 [14:53]
2008년 3월 9일자 쿠키뉴스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구욱서 원장은 아이들에게 양성평등을 보이고 싶다며 N씨 부부가 아들(8)의 이름을 어머니 성(姓)까지 붙여 네 자로 이름을 바꾸도록 개명신청을 했으나 기각했다고 한다. 
 
나는 개명신청이 기각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에서는 개명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개명신청만 하면 승인된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면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명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 이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본인들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구 원장은 결정문에서“우리나라 성씨에‘**’씨가 없기 때문에 아이 이름을 성씨를 빼고 부르면‘***’가 된다”며“이렇게 부르면 아이가 아버지 성씨인 N씨인지 아니면 어머니 성씨인지 쉽게 알 수 없어 한창 자아를 형성할 나이에 놀림을 받을 수 있어 기각한다”고 설명했다.(쿠키뉴스 참조)
 
첫째, 우리나라 성씨에‘**’는 아주 많다. 남궁(南宮), 황보(皇甫), 제갈(諸葛), 사공(司空) ,선우(鮮于), 강전(岡田), 독고(獨孤), 동방(東方), 망절(網切), 사공(司空), 서문(西門), 소봉(小峰), 장곡(長谷) 등. 새로 생긴 엄마성도 쓰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현재만 해도 이름 네자 가진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도 시험지나 공문서에 이름 칸을 3칸으로 한정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나와 내 딸이 현재 엄마성을 넣어서 이름 네 글자를 가지고 살고 있다. 현실에서 부계중심성씨제도를 지키는 건 형식적인 법에 한정된다. 그 한 예로 내 딸 아이는 학교에서건 어디에서건 아이 이름을‘***’로 불린 적이 없다. 그 이유를 들자면, 사람들은 이미 이름에 엄마성을 포함한 네 글자 이름을 가진 아동들을  접하고 있으며, 기존의 성 두 개가 무려 13종류나 있고 다문화 가정과 중국 동포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새로운 성이 많아져서 사람들은 반드시 성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한 후 이름을 부른다.      
 
처음부터 유치원, 학교 선생님을 포함하여 친구들, 그리고 모든 주위 사람들이 성씨 2개 빼고 아이를‘**’라고 불러왔다. 병원이나 관공서에 가도 꼭 아이 이름을 확인하고 아이에게 '**야'라고만 부르지‘***야’라고 부른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내 경험상으로는 지금까지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잘못 부른 사람에겐 설명을 했더니 바로 고쳐 불렀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은 이런 식으로 대중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무시된다. 
 
나는 지금까지 엄마성 함께 썼다고 놀림 받았다는 사례를 접해 본 적이 없다. 주위에선 도리어‘신세대다’‘부럽다’등등으로 반응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아이 이름에 엄마성을 같이 넣고자 하는 추세인 듯하다. 가족으로부터 신세대 아빠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나는 주위 학부모들로부터‘내 아이도 엄마성 넣어서 개명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돼요?’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아 왔다.  
 
구 원장은 또“양성평등은 부모 이름을 함께 쓰는 것처럼 형식적인 방식으로 가르치기 보다 아이에게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끊임없이 가르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구원장의 말대로 아이에게 모범을 보여 올바른 성평등 인식을 갖도록 끊임없이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만 하면 뭐하나 하나라도 행동으로 보여 줘야지. 엄마성도 쓰면,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보면서 엄마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양성평등 교육이 어디 있는지 구원장이 구체적 사례를 한번 들어보시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문화를 획일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 엄마성! 쓰고 싶은 사람은 쓰게 해라. 안 쓰고 싶은 사람은 안 쓰면 되고. 쓰고 싶다는 사람들 바짓가랑이 붙들고 이러쿵저러쿵 안 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있지도 않은 부정적인 사례를 억지로 창안해 낼 필요까지는 없다.  
 
판사는 또 이어“아이가 성장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 개명 여부를 판단하는게 올바른 성장을 위해 바람직 할 것”이라며“부모가 아이의 이름을 지을 권리는 있어도 이미 공부(公簿)에 기록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자기 자식 개명 신청할 정도이면 집에서는 아이에게 개명될 이름을 이미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상식선에서 이른 추측이 가능하다.    
 
본인이 싫다고 하는데 자기 자식 이름을 맘대로 개명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또 자식이 놀림 받기를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대한민국 개명 절차의 문제점은  판사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개명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어떤 판사에게 신청하면 승인되고 어떤 판사는 안 된다고 한다. 엄마성과 함께 쓰기 위해 개명한다고 신청하면 법원이 승인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이 이름을 사회적으로 사용해 왔으므로 개명하겠다고 하면 엄마성을 함께 써도 개명이 승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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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14 [14: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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