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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비대위 불구, 진보신당 창당 '활활'
[동향] 추진모임 활동 본격화, "비대위? 닥쳐! 우리는 진보신당 '고고싱'"
 
취재부   기사입력  2008/01/18 [20:39]
더이상 민족주의 자주파(NL)와 '진보 이불' 덮을 수 없다

"시대착오적인 종북주의(從北主義)와 패권주의로 뭉친 민족주의 자주파(NL)와는 진보의 이름으로 한이블을 덮을 수 없다. 이제는 이들과 결별하고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할 때가 됐다."

민주노동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 12일 민주노동당은 가까스로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심상정 비대위 대표도 "친북당, 민주노총당, 운동권 정당 이미지와 단절하고 당의 낡은 요소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며 의욕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미 분출된 새 진보정당 창당 흐름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심상정 비대위로선 당내 혁신 과정에서 예상되는 자주파(NL)의 반발과 당 밖의 진보신당 창당 움직임과 맞물려 당 안팎에서 협공받는 처지가 되고 있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를 가운데 놓고 진보신당 창당파는 "자주파와 동거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해산하라."며, 자주파(NL)는 "분당 획책하는 '진보신당 추진위'를 해산시켜라."며 '삿대질'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상정 비대위가 추진하는 각종 혁신 과업이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NL)의 반발로 '적당한 봉합'에 그치거나 '좌초'될 경우, 민주노동당은 사실상 분당되거나 식물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가 지난 15일 KBS 1TV <단박 인터뷰>에 출연, "혁신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신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고 말하자, 자주파(NL)와 같은 입장인 최규엽 전 민노당 집권전략위원회 위원장이 17일 <레디앙>과 인터뷰에서 "정말 걱정이 된다."며 "당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 분당 세력과는 명백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문해 당 혁신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의 진로를 놓고도 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래저래 심상정 비대위 대표에게 주어진 한 달은 심상정 개인은 물론 진보 진영의 운명을 좌우할 역사적인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직접행동> '위 아래' 쌍끌이 진보신당 창당 주도

현재 당 밖의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준)'과 '직접행동(준)' 등 크게 두 갈래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준)'은 지난 15일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 김형탁 전 대변인 등 민주노동당 '신당파(강경 평등파)' 간부와 홍세화 씨 등 진보 지식인들이 중심이 돼 출범한 것으로 상층부의 창당 준비 및 전국 조직화 그룹이다.

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심상정 비대위의 제2창당은 말 그대로 기존의 민주노동당을 '해산'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창준위'로 전환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 바깥의 다양한 진보 세력 및 대중과 함께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향신문 이대근 에디터가 칼럼에서 지적한 내용을 예로 들며 "이미 싸늘해진 시체나 다름없는 민주노동당의 실패한 조직과 노선을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심상정 비대위가 출범했다고 해서 상황이 변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내 종북, 패권파는 비대위를 또다시 당의 위기 상황을 덮어버리고 모든 질병과 상처를 봉합한 채 총선으로 나아가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는 그런 식의 비대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대선 이후 줄곧 주장해온 대로 비대위가 민주노동당의 병의 뿌리를 송두리째 들춰내서 진보정당운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 성공 조건으로 △종북주의, 패권주의 사례의 진상을 공개하고 그 책임자들 적시 △민주노동당 강령 정신과 상관없이 당을 당 외 세력의 숙주로 삼으려 한 '9월 테제'로부터 비롯된 모든 결정들(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진보연대 가입)의 무효화 선언 △북한 국가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패 선언 △민주노총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다수의 비정규직, 중소기업, 여성, 이주 노동자들로부터 고립되었던 일련의 과정에 대한 철저한 자기 비판 △1월 중 임시 당대회 소집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준)'은 오는 26일 지역별 조직까지 갖춰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이후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방향에 관한 토론회 개최와 '진보진영 원탁회의' 형식의 모임으로 조직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사회당·초롱당에서 임종인 그룹까지 함께 했으면..."

'직접행동(준)'은 인터넷 상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취지에 동의하는 네티즌과 평범한 직장인·생활인들의 '아래로부터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직접행동(준) 카페(http://cafe.naver.com/jinbo/585 )에는 18일 현재까지 690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카페가 반공개적인데다 개설한 지 한 달도 안된 점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자주파-평등파 논란이 가열되면서 민주노동당 탈당파들이 대거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카페 회원들은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사람들로 민주노동당, 한국사회당, 초록당(준) 등에서 활동해왔던 사람들과 평범한 네티즌이다.

이들은 어제(17일) 성명을 내고 "민주노동당 간부와 지식인 등이 조직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준)'은 심상정 비대위와 상관없이 새 진보정당 창당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탈당계를 모아놓고 심상정 비대위와 협상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준)이 민주노동당의 기존 세력 중심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머무르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결코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한 뒤 "진보 진영의 모든 단체가 함께할 수 있도록 '진보대연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진보대연합 대상의 범위와 관련해, 직접행동(준)의 카페지기인 '직접행동(ID)' 씨는 18일 <대자보>와 전화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민주노동당 왼쪽에 있는 사람들과만 하게 되면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로 볼 때, 민주노동당 왼쪽에 한국사회당, 초록당(준), 오른쪽에 임종인 의원의 새정치개혁연합이 함께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문국현 진영의 경우 문국현의 모호한 신자유주의 노선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 쪽 사람들은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직접행동(준)은 내일(19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역 근처 숭의교회 지하대강당에서 '오프 모임'을 갖고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논의와 함께 대표 등을 선출할 계획이다.

왜 지금이 진보신당 '적기(適期)'인가

그렇다면 왜 이토록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이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타오르고 있을까.

우선 '어느 세력도 진보를 대표할 수 없다.'는 시대적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번 대선 참패로 민주노동당, 한국사회당, 민주노총 등 기존의 진보적 정치집단은 더이상 진보·노동 진영의 대표성을 주장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급추락'했다. 국민들은 대선에서 범여권과 함께 이들에게도 사실상 파산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다양한 진보 세력이 제대로 된 가치와 비전을 정립해 새로운 진보정당의 틀로 다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나 시도는 대선 전에도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러나 늘 '기득권 의식'이 문제였다.

다양한 진보 세력이 함께 하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한 기저에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라는 거대 조직이 '자신들을 중심으로'라는 진보 기득권 의식 때문이었다.

다른 진보 세력은 이들 조직의 '플러스알파'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민노동당의 대선 참패와 그로 인한 자주파와 평등파의 극심한 갈등이 노골화되면서 더이상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스스로도 진보·노동의 대표성을 내세우기 힘들게 됐고, 이같은 인식이 진보 진영 전체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역설적으로' 모든 진보 세력이 기득권을 떨쳐버리고 진보 진영 재건의 '일원'으로서 논의의 장에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직접행동(준)이 민주노동당 간부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준)'에게 "민주노동당의 기존 세력 안에서 머무르기를 바란다면 결코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간부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에는 어떤 진보 세력도 동의하지도, 동참하지도 않을 것이란 냉혹한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심상정 비대위, '민노당 최후의 만찬'될 수도

또 한편으로는 현재의 개혁·진보 진영이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등 기존 정당 체제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상대로 '싸움다운 싸움'을 할 능력과 여지가 없다는 현실 인식도 새로운 진보개혁 정당의 필요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으로는 더이상 진보의 미래가 없다.'는 인식과 함께 '이제야 말로 모든 진보 세력이 과거의 낡은 인식과 관행을 재검토하고, 그 바탕 위에서 이명박 정권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글 사회를 막고 양극화의 고통 속에 절망하는 서민대중을 구출할 새로운 진보적 비전과 대안으로 새 '정치 주체(정당)'을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어쩌면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볼 수도 있다.

홍세화, 고종석, 손호철, 박노자, 진중권, 우석훈, 이재영, 김영국 등 그동안 민주노동당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온 많은 진보 지식인과 인터넷 논객들이 '민주노동당의 해체'를 주장하면서까지 이같은 입장을 적극 펼쳐들고 나선 것은 작금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그런 면에서 심상정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전체 진보개혁 진영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다수파인 자주파(NL)와 함께하기 위해 또는 총선 출마자들의 사정을 감안해 그럴듯한 봉합으로 '민주노동당 재건'에만 급급할 경우, 심상정 비대위는 오는 4월 9일 '총선 몰살(沒殺)'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으로 할 수 있는 '최후의 만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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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18 [20: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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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08/01/21 [17:39] 수정 | 삭제
  • 그 사람 글을 한번 조회해보거라. 노무현 정권과 유시민 비판부터 이번 대선에 대한 진단까지 항상 민노당보다 앞서갔다.
    홍세화, 고종석...왠만한 지식인들보다 안목과 수준이 높다는 걸 아는데 5분도 안 걸릴 거다.

  • 파하하하하 2008/01/21 [07:09] 수정 | 삭제
  • '좌파'신당파나 "홍세화, 고종석, 손호철, 박노자, 진중권, 우석훈, 이재영..." 뒤에 은근슬쩍 "김영국"를 갖다 붙이는 '취재부'의 이 놀라운 센스... 민노당을 까는 거는 상관없지만, 민노를 까는 걸로 '노빠 이후'이 시대를 적당히 면피하려는 소위 '진보게혁'주의자들의 뺑기질은 용납불가다.
  • 독자 2008/01/19 [20:39] 수정 | 삭제
  • 민주노동당은 결국 분열로 망하는거다. 진보정당파니 뭐니 다들 찬물먹고 정신 차리시라